[KNS뉴스통신=정호일 기자] 전세계 수학자들이 쓴 논문 중 ‘평가받을 만한’ 논문을 수록해 놓은 ‘초대형논문집 ’매스사이넷(MathSciNet)에 600편 이상의 논문을 올려놓은 수학자가 있다.
국립경상대학교(GNUㆍ총장 권순기)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전영배(田英培ㆍ61) 교수는 1982년 경상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후 5월 말 현재까지 매스사이넷에 605편의 논문을 올려놓았다.
세계적인 수학자들이 그의 논문을 리뷰(Review;평가)해 이 사이트에 수록할 것을 인정한 것이다. 국내 수학자 중에서는 보기 힘든 사례다.
전 교수는 요즘도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수학 공부를 재미있게 하라. 좋은 논문을 많이 써라”고 강조한다.
전 교수는 “그러면서 나는 과연 어떠한가라고 되돌아본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그 정신이 그를 끊임없이 학문탐구의 길로 내밀고 있다. 정년퇴임(65세)까지 4년 남은 전 교수가 매스사이넷에 700편의 논문을 올리겠다고 다짐하는 이유다. 그러자면 한해 평균 25편의 논문을 써야 한다.
전 교수의 수학에 대한 사랑, 수학을 즐기는 삶은 독특하다. 대수학(代數學)을 전공하는 전 교수는 “연구실에서 책 읽고 논문 쓰는 게 즐겁다. 즐겁고 좋아서 미칠 지경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즐기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에게 굳이 그 까닭을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과 딱 어울린다.
최근 3년의 실적을 간략히 살펴봐도 그렇다. 논문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로 흔히 ‘SCI논문’, ‘SCIE논문’, ‘SCOPUS논문’ 등으로 분류하곤 한다. SCIE논문은 SCI논문보다 좀 더 포괄적인 범위의 논문이며 SCOPUS논문도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전 교수는 2011년 SCI 논문 8편, SCIE 논문 22편을 썼다. 2010년에는 SCI 논문 9편, SCIE 논문 24편, 2009년에는 SCI 논문 6편, SCIE 논문 14편 등을 발표했다. 3년 동안만 봐도 SCI 논문을 23편이나 쓴 것이다. 수학을 전공하는 학자라면 혀를 내두를 만한 기록이다.
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10년간 대학의 피인용 상위 1% 논문을 분석한 결과 경상대학교는 수학분야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2위인 서울대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전 교수 혼자 이룩한 기록은 아니지만,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뿐만 아니다. 2011년에 외국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16편 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 저널에 투고된 논문심사도 한해 평균 70-80편을 보고 있다. 올해는 5월말 현재 34편을 심사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논문심사를 의뢰하는 이메일과 소포가 배달되고 있다. 모두 영어로 된 논문임은 불문가지다. “연구활동이 왕성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말 그대로 “수학에 미쳤다”는 게 맞는 말이다.
“정년까지 앞으로 4년 남았는데 한해 평균 25편을 더 써서 매스사이넷에 700편 이상을 올리는 게 목표다”라고 말하는 전 교수는 “그러고 나면 누구든지 대학에서 편안하게 놀았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겸손해 한다.
경상대학교 수학교육과 72학번으로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박사학위는 경희대에서 받았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힘든 학문분야를 파고들다 보니 동창회 같은 모임은 자연스럽게 참석하기 힘들어졌다. 또 자기를 남 앞에 내세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덕분에 학술상 딱 한번 받았고(2006년 대한수학회 부산경남지부 학술상), 세계적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 딱 한번 올려졌다(2005년).
하지만 “기초학문분야가 있어야 마침내 응용학문이 있는 것이니 외롭고 힘들어도 꾸준히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전영배 교수.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마디 언급한다. “수학문제답게 살자”는 것이다.
수학은 정답이 있는 학문이다. 공식을 대입하여 문제를 풀면 누구에게든 똑같은 정답이 나오게 되어 있다. 자기의 유불리 또는 상황논리에 따라 신념을 바꾸곤 하는 정치권이나 범인(凡人)들의 삶은 수학적인 삶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학교육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강정기(창원 남산중학교 교사) 씨는 “전영배 교수님은 늘 젊은 사람들에게 자극을 준다”면서 “교수님의 왕성한 연구활동은 다른 연구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연구를 독려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한다.
정호일 기자 HOIE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