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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국양제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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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국양제의 시련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8.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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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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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가 예사롭지 않다. 선쩐(深圳)에 집결한 해방군의 집결한 모습이 외신의 영상에 나오고, 선쩐 메인스타디움에 대략 500대 가량의 장갑차 행렬이 위성사진에 찍혔다.

외신은 만 명의 무장경찰(무경, 中国人民武装警察部队)이 11개 지대로 편성하여 중앙의 명령을 기다린다고 전한다. 8월 14일 해방군 동부 전구 육군 대변인은 십 분이면 홍콩에 진입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무경은 중앙군사위 소속으로 국경 경비대 겸 군 헌병대다. 군 편제에 따라 2018년부터 정규군이 되었다. 대테러 작전, 시위나 폭동 진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특성화된 군대다.

중국은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의 조짐으로 규정하고, 홍콩당국에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무경을 투입하여 홍콩 시위를 진압할까? 필자가 보기엔 중국당국은 홍콩에 대한 무력진압을 당분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대만에 있다. 홍콩은 비록 상업, 무역, 금융의 중심이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대만과의 통일이 더욱더 중요한 우선순위에 있다. 원래 일국양제는 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안된 것이다. 40년 전, 미국은 대만과 단교하고 베이징을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였다. 이로써 덩샤오핑이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한 설계도를 만들었는데 바로 일국양제(一國兩制)였다.

1982년 초, 중국과 영국 간 홍콩 주권 이전에 관한 협상에서 덩샤오핑은 공식적으로 일국양제라는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 덩샤오핑은 대만에 적용하기 전, 홍콩에 먼저 시범적인 일국양제를 운용해보고자 하였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를 의미한다.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서 국가의 주체는 사회주의 제도를 견지하고, 홍콩, 마카오, 대만은 자본주의 제도를 장기적으로 보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국양제는 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나온 중국의 국책이며, 현재 홍콩과 마카오 두 개의 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헌법(中華人民共和國憲法) 제31조 규정에 따라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실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일국양제가 있었다. 진시황은 천하를 통일한 후, 군현제의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 토사제도(土司制度)를 실시했다. 즉 소수민족은 각자의 풍속에 따라 자체적인 생활을 보장한 것이다. 말하자면 중앙과 지방 정부 간 상호 존중에 근거하여 중앙은 지방사무에 크게 간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대의 일국양제는 천하의 틀 속에서 시행되었다면, 현대의 일국양제(一國兩制)는 일국(一國) 안에 갇혀 있다. 일국은 양제(兩制)를 실시하는 전제이면서 기초다. 양제는 필연적으로 일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홍콩특별행정구가 누리는 자치권은 실제로 고유한 것도 아니며 그 유일한 자치권의 법적 근원은 중앙정부가 부여한 권리에 불과하다. 일국양제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당초 홍콩 인민에게 자유를 주겠다는 베이징의 승낙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변증법적 사유로 창조된 일국양제의 호소력에도 이미 오점이 생겼다.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이전된 후, 상업, 무역 금융 중심의 홍콩은 계속 번영하듯 보였으나 실상 그 이면에는 암류가 흐르고 있었다. 왜냐면 베이징 당국의 각종 조치는 홍콩 기본법 50년 불변, 항인항치(港人港治, 홍콩인에 의한 홍콩인의 자치)라는 승낙을 깨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이 베이징보다 더욱더 많은 민주를 향유한다는 승낙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이를 홍콩 본토인들이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경제적으로도 점차 홍콩의 권력과 재력을 독점하는 중국인 상류층과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인 하층 노동자들이 밀려와 본토 홍콩인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2019년 1월 2일, 시진핑은 고대만동포서(告臺灣同胞書) 40주년 기념 담화에서 일국양제를 국가통일을 위한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자리매김했다. 현재 이 담화는 일종의 통일강령이자, 통일 선언서가 되었다.

그러므로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서라도 일국양제가 홍콩에서 성공적으로 실천되고 있다는 인상을 보여야 한다. 과거 천안문 사태와 같은 무력동원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무경의 홍콩 시위 진압은 일국양제의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홍콩 문제는 양안 관계와 대만 문제를 연동시키고 있다.

아직까지 대만이 일국양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홍콩 시위에 대해서 무력진압을 선택한다면, 대만에서는 강대한 독립의 움직임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이는 2020년 1월에 예정된 현 집권 여당인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연임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민진당은 아직도 대만독립을 당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현 정부는 미국일변도 정책을 취하고 있다.

물론, 미국 영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홍콩 시위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지니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며 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미국은 대만에 대한 지지를 더 강화하겠지만 홍콩문제의 개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산당에게 있어서 사회의 완전한 통제권 장악은 치국의 기초다. 여기에 시진핑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현재 홍콩의 시위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홍콩의 시위가 지속 되면 그만큼 중국당국의 힘을 빼는 결과를 만들 뿐 아니라, 악성적인 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물론 중국은 기회를 보아 시위대에 대해 반격을 구사할 것이지만, 일정한 정도의 시위 활동은 용납할 것이다. 하지만 시위가 가을까지 지속되고, 완화되지 않으면 현 행정장관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이를 대체하여 더 강경한 관료가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홍콩의 시위가 고도자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홍콩독립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면 그 때 중앙군사위는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일국양제는 존폐의 갈림길에 있다.

강병환 논설위원 sonamoo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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