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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의 초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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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미국의 초조감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7.07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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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강병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강병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세상일은 잘라 말하면 안 된다. 세계가 넓고 사람이 많다 보니 별별 일들이 다 생기고, 불가능한 일들도 가능해질 때가 있다. 미국이란 나라 역시 넓고, 인구도 많아 뭐라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수가 없다. 하지만 투박하게 말해, 미국정치는 트럼프 이후와 이전으로 나눌 수 있다.

트럼프는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 미국의 대통령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카터에게 한 통화내용은 진심이었을 것으로 단정하고 싶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있었던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를 공개했다. 트럼프가 자신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와 장차 중국이 미국을 초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한 것이다.

이 통화의 엄숙성과 보안성을 고려하면, 아마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걱정은 솔직한 내심일 것이다. 비단 트럼프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이미 워싱턴 정가에서는 공통된 인식이 되었다.

우리는 여기서 미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중국위협에 대해 느끼는 정서와 초조감을 엿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미국의 대중 정책은 더욱더 강경해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굴기를 모험적인 방식으로 억제하고자 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가함으로써 무역전에서 주도권을 잡았을 뿐만 아니라, 보다 더 큰 자신의 경제이익을 얻기 위해서 새로운 무역 규칙 제정을 고려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최첨단 과학기술 영역의 강세와 발전 추세를 늦추고자 미국은 다양한 규제와 장벽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이 관심을 가지는 기술전이 문제, 지식재산권 보호 및 시장진입에서 강수를 두고 있고, 대만해협에서도 대만이 중국과의 전략적 열세를 만회하도록 대만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도 미국은 ‘항행 자유 행동’ 대한 빈도를 증가하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주변국과 국방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써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남중국해 도서의 군사배치 및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해군력을 억제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강경정책은 미국의 대중국 초조감을 완화 시키기는 어렵다. 실질적으로, 중미가 무역협의에 최종 서명하더라도, AI로 대표되는 중국의 최첨단 과학기술 영역의 굴기 추세는 막을 수 없다.

중국의 경제 총량이 미국을 초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GDP 규모로 중국은 미국의 70%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만에 대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 조치는 업그레이드 되고 있고, 남중국해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제해능력(制海能力)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서태평양 해역에서의 중국해군의 군사역량은 나날이 증가추세에 있다.

미국의 중국 굴기에 대한 초조감은, 실제적으로는 미국의 중국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국의 불만을 불러일으킨다. 조셉 나이가 말한 바와 같이 만약 미국이 중국을 적으로 본다면, 중국은 미국의 적이 된다.

미국이 가고 있는 길은 바로 자기실현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일지도 모른다. 즉 예언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현상이 예언대로 된, 자기충족적 예언, 자기성취적 예언을 말한다. 위험한 예언이 아닐 수 없다.

사실상 전 세계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이런 초조감을 부인하지 않으며, 이러한 초조감을 완화하려는 미국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한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초조감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초조감이 지나치다는 데에 있다. 미국의 초조감은 이미 정상 범위를 넘어서 세계 발전에까지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의 초조감이 불러일으킨 중미 간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 역시 생존과 안전, 번영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으며,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우리로서는 멀게는 중국과 만주 세력 간에 균형을 유지하여 외교와 내정을 안정시킨 광해군을 불러들이고, 가깝게는 중소분쟁의 와중에 등거리외교를 통해 북한의 체제와 경제에 안정을 가져온 김일성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

 

강병환 논설위원 sonamoo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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