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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일 ㈜GF포유 대표, 든든하고 푸짐한 한 그릇 '바우네 나주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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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일 ㈜GF포유 대표, 든든하고 푸짐한 한 그릇 '바우네 나주곰탕'
  • 이진창 대기자
  • 승인 2019.07.0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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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속은 채워주고, 뭉친 속은 풀어준다네~"

[KNS뉴스통신=이진창 대기자] 길을 걷다가 이런 밥집을 만나면 좋겠다. 출출한 뱃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집, 심드렁한 기분을 흐뭇하게 바꿔주는 집. 충실한 곰탕 한 그릇이면 가능하다. 만원 지폐 한 장을 내밀고도 넉넉히 돌아오는 거스름돈. 바우네 나주곰탕의 명성을 먼저 듣고, 바우네 나주곰탕의 창시자 박일 대표를 만났다.

경험으로 뭉친 남자

박일 대표가 외식업계에서 쌓아온 공력은 크고 묵직하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청년 박 대표는 일찌감치 더 큰 꿈을 품었다. 인문계와 자연계로 양분된 교육과정 체계에서 자연계를 택하긴 했으나 젊은 박일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관심과 학습력을 갖고 있었다. “젊은 시절엔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었어요. 산업공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나와 딱 맞는다는 생각은 안 들었죠.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잘 다니던 현대엔지니어링을 나와 글 쓴다고 틀어박혀보니까 현실하고는 다르긴 했지만요.”

이상에 압도되기보다는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고 싶었던 박일 대표는 책상 앞에서 나와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때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열기를 받아 외식산업에도 큰 바람이 불던 때였다. 박일 대표는 <맥코이 양념통닭>에 몸담으면서 체인사업의 묘미를 느꼈다. “장사가 꽤 잘 됐어요. 그러다가 1994년에 제 사업체를 열었지요. 이름이 <호프맨> 바였어요. 생맥주 체인점이었죠.”

양념통닭에서 생맥주로 옮겨갔지만 박일 대표가 관심을 둔 것은 외식업만이 아니었다. 그는 <호프맨> 바를 성공시킨 후 셀프 세차장에 주목했다. 공학도 출신이면서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고 삶의 가치를 중시하는 박일 대표는 생활의 다양한 필요에 마음이 열려 있었다. 여기에 더해 꺼지지 않는 도전의식이 그의 추동력이었다. “셀프세차장을 운영한 다음에는 중국집을 차렸어요. 상호가 <짜장면 시키신 분>이었죠. 유명한 TV광고가 있어요. 중국집 배달원이 배를 타고 마라도에 와서 ‘짜장면 시키신 분’을 찾는 광고예요. 최남단 섬 마라도까지 열심히 가서 짜장면을 배달한다는 내용이 소비자를 웃게 만들었죠. 그 후로 마라도에 진짜로 중국집들이 생겨서 다들 마라도에 가면 짜장면 한 그릇 먹고 오는 것이 여행코스처럼 됐잖아요.”

<짜장면 시키신 분>은 가맹점이 1200개에 이르렀다. 박일 대표는 그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2001년 새 브랜드 <굴사랑>을 선보였다. “<굴사랑>도 잘됐어요. 굴국밥하고 석화구이가 주력 메뉴였는데 신선한 굴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먹혀들었죠. 그렇지만 단점도 있었어요. 계절을 탄다는 점이죠.”

박일 대표는 <굴사랑>을 성공시킨 후 보드게임 매장을 시험 운영하다가 2004년 화로구이 아이템을 가지고 중국으로 진출했다. 당시 중국에서 화로구이가 막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한국식 화로구이로 도전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시도와 배움, 성공과 실패, 돌진과 성찰이 서로 부딪치며 불꽃을 일으키던 시절이었다. “중국에 부딪쳐 보니까 내가 메뉴만 알지, 고기 기술은 모르는구나 깨닫게 됐어요. 나는 왜 프랜차이즈를 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었지요. 프랜차이즈는 유통을 잘못하면 실패해요. 그리고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식자재예요.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믿고 하는 거잖아요. 앞으로 내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때는 가장 기초적인 것을 잘하자고 마음먹었어요.”

레드오션에 던진 승부수

레드오션(Red Ocean)은 이미 잘 알려져 경쟁이 치열한 특정 산업 내의 기존 시장을 의미한다. 산업의 경계가 이미 정의되어 있고 경쟁자 수도 많기 때문에, 같은 목표와 같은 고객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게 된다. 박일 대표가 그때까지 십수년 몸담아온 외식 시장도 레드오션이었다. 여기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박일 대표는 차별성 있는 아이템과 기획으로 승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만이 내놓을 수 있는 식자재를 개발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2000년에 무한리필 고깃집을 목표로 두고 고기에 집중했어요. 부위별로 구매해서 직접 가공도 해보면서 최상의 식재료를 만들어내려고 애썼죠.”

고기 맛은 육즙을 보존하는 것이 관건이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는 해동 방법과 숙성 방법을 찾는 것에 그 열쇠가 있다. 이렇게 해서 내놓은 브랜드가 <무한마을>. 일인당 1만3000원을 내면 어떤 부위든 양껏 먹을 수 있는 고기 구이집이었다. 월 매출액이 2억 원에 이르는 매장까지 나왔다.

박일 대표가 세상에 내놓은 브랜드는 이렇게 많다. 지금 그는 <바우네>를 가장 앞자리에 두고 있다. 올해 다섯 살 먹은 브랜드. 구수하고 든든한 나주식 곰탕을 내놓는 브랜드다. “국밥은 주식도 되고 간식도 돼요. 일인가구가 날로 늘어나는데 혼밥, 혼술에도 맞죠. 지금 국밥 시장에서 순댓국은 과포화 상태예요. 닭곰탕도 전망이 어두운데 워낙 프라이드치킨 쪽으로 소비가 많기 때문이죠. 그러면 답은 소고기밖에 없어요. 갈비탕은 빨리 질린다는 점에서 제외했고, 설렁탕과 곰탕 중에서 고민했어요. 설렁탕은 양지와 사태로 국물을 내는데 시장상황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는 점이 걸렸어요. 곰탕은 소머리, 내장, 뼈다귀를 다 쓰니까 설렁탕에 견줘 재료가격이 안정된 게 장점이죠. 조사해보니까 선점 브랜드도 없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믿음직한 국밥 브랜드를 내놓기까지 박일 대표는 믿음직한 파트너를 만나는 데 공을 들였다. “좋은 공장을 만나기가 정말 힘들어요. 의식 있는 고기가공업자를 만나야 하거든요. 저는 도축한 지 3개월이 지난 냉동육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그런데 3개월 미만의 냉동육을 가공공장에 가져가도 바꿔치기하는 업자가 있어요. 오래된 고기로 바꿔치기해서 삶는 거죠. 어떤 업자는 덜 삶아서 갖다 주기도 해요. 무게를 늘리려는 꼼수죠.”

박일 대표는 직영점을 두 곳 운영해본 후 가장 잘하는 공장 두 곳을 선택했다. 고기 삶는 공장과 육수 만드는 공장이었다. 일 년 반 동안 외출도 줄이고 후속 메뉴를 개발하는데 온 힘을 쏟았다. 이렇게 식자재가 자리를 잡자 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순댓국을 하던 집이 바우네 나주곰탕으로 간판을 바꿔 단 후 매출이 갑절로 뛴 업장도 생겼다. 현재 바우네 가맹점은 전국에 227개. 산뜻한 분위기의 바우네 나주곰탕 집들이 정갈하고 든든하며 맛깔스러운 곰탕 맛에 빠진 손님들의 배를 채워주고 있다.

신뢰와 같은 이름, 바우네

‘바우네’라는 상호는 정겹고 우직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이름을 짓게 된 연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바우는 ‘바위’죠. 여러 지역에서 바위를 바우라고 불러요. 바위는 단단하고 듬직하잖아요.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게 건강을 지켜준다는 뜻으로 지었어요. 장모님이 예전에 나주 영산포에서 국밥집을 하셨는데 장사를 참 잘하셨어요. 아내가 장모님한테서 배워 그 맛을 낼 줄 알아요. 바우네 나주곰탕의 정신은 장모님이 국밥을 말던 시절까지 70년을 거슬러 올라가죠.”

<바우네> 매장을 찾은 손님 열에 넷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와서 먹고 갈 만큼 골수팬이 된다. 깔끔한 국물, 가격을 믿기 어려울 만큼 수북한 고기 건더기가 손님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채워준다. “올해 목표는 모든 메뉴의 명품화예요. 안주 그릇도 고급화하고 토핑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어요. 가맹점에 좋은 식재료를 싸게 안정적으로 주고 새 메뉴를 개발해 공급하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매장 이벤트용으로 소포장 육수와 소고기고추장도 만들었어요. 고기도 앞으로 6개월분은 확보했으니까 가격을 올릴 일이 없어요.”

박일 대표는 자신과 약속하듯이 가맹점주 들에게도 신뢰를 약속한다. 그는 새 매장이 개점하는 날이면 반드시 방문한다. 그리고 바쁜 점심시간을 피해서 간다. 가서는 매장 주위를 한 시간 넘게 둘러보고 들어간다. 점주가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24시간 언제든 전화를 달라고 한 다. 이유는 간명하다. 같이 고민해서 같이 가야 하니까.

사훈은 애기애타(愛己愛他). 나도 사랑하고 남도 사랑하자는 뜻이다. 나를 제대로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할 것이다. 나와 남이 같이 있어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진솔한 깨달음에 바탕을 둔 사훈이다. “뭉치기 힘든 사람들이 뭉치려면 누군가 접착제가 돼야 해요. 벽돌과 벽돌 사이를 메우는 시멘트처럼요. 바로 내가 시멘트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뭉칠 수 있어요.” 이것은 박일 대표가 프랜차이즈협회에 건네는 말이지만 꼭 거기에만 머물지 않는다. 30년 동안 열개가 넘는 사업체를 띄워 올리며 듬직하고도 촘촘한 관계망을 엮어온 박일 대표. 자신과 함께 길을 걷는 그 모든 파트너들을 모시는 말이자 자신을 갈고 닦는 말이기도 하다.

이진창 대기자 kfn199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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