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2:04 (토)
[초점] 마구잡이 민원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상태바
[초점] 마구잡이 민원에 시달리는 소상공인
  • 김종현 기자
  • 승인 2019.07.03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NS뉴스통신=김종현 기자] “오늘도 시청 도로교통과와 구청 식품위생과 직원들이 다녀갔어요. ‘즉석에서 음식을 제조해 판매하는지’ ‘선주문 받은 내역은 있는지’ ‘공공택지를 침범해 파라솔을 설치하지 않았는지’ 등을 세세히 물어보고 자료제출을 요청했어요. ‘지난번에 왔을 때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계속 민원이 들어오니 어쩔 수 없이 또 확인해야 한다’는 답변뿐이었어요.”(지역 플리마켓 참가 소상공인)

마구잡이식 민원에 소상공인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민원은 주민들이 행정 기관에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정당한 권리 행사. 하지만 온‧오프라인 동종 업종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이미 ‘문제없음’으로 결론이 난 사항에도 계속 민원을 넣어 의도적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제품이 쉽게 노출되는 온라인 마켓, 공공장소를 빌려 진행하는 지역 플리마켓 등이 마구잡이 민원의 타깃이 되면서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

문제는 마구잡이식 민원을 막을 만한 제도적 장치가 약하다는 점.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2회 이상 그 처리결과를 통지하고, 그 후에 접수되는 민원에 대하여는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을 어기고 있으니 꼭 확인 바란다”는 식으로 민원을 넣으면 민원 접수자 임의로 종결처리하기가 쉽지 않다. 마구잡이 민원을 넣는 당사자는 온라인이나 전화로 간단히 신고를 하고 이에 대한 처리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 하지만 민원을 당하는 당사자는 자료제출, 구두소명 등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당연히 업무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공무원, 감독관들이 직접 방문해 확인을 하니 브랜드와 제품의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민원을 넣는 당사자가 경쟁업체 관계자인 경우가 많다보니 민원을 당한 소상공인 역시 ‘나만 당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복수성’ 민원을 넣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신제품을 자주 개발하는 온라인 마켓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로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한 소상공인은 “매월 1건 이상 한국제품안전협회에서 KC인증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연락이 온다”면서 “KC인증을 받아 블로그에 게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 사진을 보내라’ ‘안전인증 확인서를 보내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하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민원이 들어오면 성실히 답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공무원, 감독관들도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매주, 매월 비슷한 유형의 민원이 반복되지만 민원인의 요청이 워낙 거세어 자체적으로 종결처리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바쁜 소상공인들이 제대로 소명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에 따른 행정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민원인을 공개하지도 못하니 서로 간의 원만한 조율도 어렵다.

이제 민원을 당하는 사람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는 방식의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무조건 찾아가 확인하라는 ‘묻지마’ 방식의 민원은 행정업무를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일상과 영업에 큰 방해를 준다. 민원 내역이 사실이 다르거나 의도성이 다분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민원인에게도 일부 책임과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마구잡이식 민원에 대한 효과적 대비책이 마련된다면 소중한 행정력이 낭비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동일 업종 간의 과도한 경쟁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현 기자 jhkim2967@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