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2:44 (목)
어느 젊은 여성 영화감독의 죽음..."남는 밥 이랑 김치 있으면..."
상태바
어느 젊은 여성 영화감독의 죽음..."남는 밥 이랑 김치 있으면..."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1.02.08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편영화 '격정소나타' 감독 최고은 씨 생활고로 사망

누가 예술을 배고프다 했는가. 생활이 여유로워지고 삶의 질적 풍요가 중요시 되어가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 보다 문화예술의 르네상스를 이루어 가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에도 양극화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 천 만원 혹은 몇 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치 못하는 수입으로 근근히 생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곳이 문화예술계의 현실이다.

지난 달 29일 발생한 한 젊은 여성 영화감독의 죽음은 이런 문화예술계의 심각한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편영화 '격정소나타'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최고은 씨가 생활고와 기아로 인해 숨진 사실이 알려지며 주위의 많은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고 있었으며 이를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 상태에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의 나이 올해 33살, 그녀는 문화예술인으로서는 최고의 학벌이라할 수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재학 당시 연출했던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로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어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았다.

이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그녀지만 졸업 후 차기작이 불발되는 등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그동안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녀는 경기도 안양 석수동의 작은 월셋집에서 생활했으며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쪽지에는 "그동안 너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 째 아무 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굶주림으로 인한 이 젊은 여성 영화감독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처한 양극화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로 빈소를 마련하지 않은 최씨의 장례는 지난 1일 충남 연기군의 한 공원에서 화장되었으며 오는 12일 지인들이 모여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박봉민 기자 mylovepbm@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