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7:56 (목)
투표하지 않는 자는 정치를 논하지 말라
상태바
투표하지 않는 자는 정치를 논하지 말라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12.04.10 1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NS뉴스통신/칼럼]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는 주권자가 정치인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 하고 머리를 숙이는 유일한 때가 바로 선거운동기간이다. 투표가 주권을 위임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주권자의 잘못된 판단은 피위임 받은 정치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피해를 받을 뿐 아니라 고통 속에서 후회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대사를 통해 그런 실수를 반복해왔다. 어느 정치평론가가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현재의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 국민 스스로 먼저 자신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지금의 정치인들을 선출한 당사자가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투표를 할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부분은 도덕성이다. 주권자의 권력을 위임 받아 집행하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에 비해 더 높은 도덕적 가치와 신념을 지녀야 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도둑에게 창고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없지 않은가? 도덕성은 과거에서 추출된다. 사람은 누구나 한 때의 잘못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위임자의 지난 행적을 더욱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못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보다 잘못을 했지만 철저하게 반성하고 회개한 삶을 사는 사람이 더 훌륭하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하기 쉽지만 이를 인정하고 고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치인은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 이를 감춰 국민을 속이려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과거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반복적으로 해온 사람은 그가 어느 정당의 지지를 받고 있던지, 현재 어떤 직책에 있던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성실성과 미래지향성이다. 다소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성실한 사람이 국민의 종으로서 더 적합하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더 믿음직스럽다. 반칙보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사람이 국민에게 더 충성하는 사람이다. 전시행정에 능하고, 자신을 과대포장하며 경쟁자를 낮추고 비난하는 사람에게 주권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보다 경쟁자의 단점만을 확대 재생산해내는 과거지향적인 사람에게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사고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 일을 성취해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국민의 성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신념과 의지를 지닌 충성스런 사람에게 권력을 위임해야 한다.
 
 세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능력이다. 현재의 능력은 과거의 업적에서 드러난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무능을 능란한 말과 변화무쌍한 행동으로 숨겨왔다. 다른 사람의 업적을 가로채고, 자신의 작은 업적을 침소봉대하여 과장하는 무능한 정치인에게 권력을 위임해서는 안 된다. 무능한 정치인일수록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한다. 말이 앞서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피위임자로써 결격이다. 과거 경력이나 업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검증해봐야 하는 것은 주권자로써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국민 개개인이 이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은 정확한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려기보다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가공하여 포장하고 있다. 언론 스스로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것이 오늘날 우리나라의 불행이다.
 
 정치인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면 단연 정치력이다. 정치력은 이해관계를 조정해가면서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강력하게 집행하는 능력이다.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쓸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이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다. 실무적인 업적은 실무자들이 행하는 것이다. 정치가가 모든 것을 기획하고, 모든 일을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보다 정치인의 정치력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언론의 역할이다.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위임할 정치인을 선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곳이 바로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언론 자체가 정치적이어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정확한 정보와 부정확인 정보가 혼재되어 떠돌아다니는 소셜네트워크(SNS)에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의지하고 있다.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고,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선거를 통한 정치개혁도 불가능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화운동 시절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했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다. 투표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권리를 외칠 수 없다. 법언(法諺)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투표는 주권자가 행사하는 가장 큰 권리이자 의무다.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서 정치인을 비판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투표는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투표장에 가라. 가서 정치인을 심판하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라. '개인은 현명하나 대중은 어리석다.'는 말이 있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의 판단을 믿으라. 투표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정책을 선택하라. 투표를 통해 자기가 뜻하는 이상을 실현하라. 올바른 투표야말로 비록 더딜지라도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해 가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투표하지 않는 자는 정치를 논하지 말라.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