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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나와 양면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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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나와 양면협상
  • 강병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3.0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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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환 논설위원(정치학 박사)

모두가 보았듯이 북미간의 베트남 2차 협상이 결렬되었다. 극히 일부에서 협상의 결렬을 예상했지만 한국 정부를 비롯해 거의 대부부분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금번협상의 진행과정에서 협상의 두 원칙 즉 ‘배트나’와 ‘양면협상’이 핵심적으로 작용하였다. 

먼저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는 협상 결렬 시의 최선의 대책이다. 배트나는 ‘믿는 구석’을 의미한다. 배트나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만큼 협상에 유리하다. 마치 포커게임에서 판돈이 두둑하면 유리한 것과 마찬가지다. 자신의 배트나도 알아야 하지만 상대의 배트나가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지난 2월 27-8일에 있었던 북미 협상에서 각자 ‘믿는 구석’은 무엇이었을까. 좋은 경찰(good cop)역의 트럼프는 북한의 미래 경제 강국이란 미끼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북의 약점은 2016년 5월 6일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의 추진과 성공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를 무기로 삼아 나쁜 경찰(bad cop)역의 볼턴은 (John Bolton)은 북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무기로 꺼내들고 있다. 둘 다 시간은 자신의 편에 있다고 여긴다. 반면에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무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는 클린턴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학습효과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인내심을 자꾸 실험하는 한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점잖은 으름장을 놓았다. 협상이 결렬된 늦은 밤, 북한 외무성 부상 최선희는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과의 거래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또 하나는 양자협상의 원칙이다. 기실 북미협상은 전형적인 양면 협상(two-level negotiation)의 특징을 띤다. 즉 협상가는 반드시 국내면과 국제면을 충분히 이해하여야만 된다. 협상가들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다. 다시 말해, 협상가는 자신과 협상하는 상대와도 싸워 이겨야 하지만, 국내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권자, 국회, 이익단체, 여론 등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퍼트남(Robert D.Putnam)은 이를 양면 협상이라 칭했다. 이번 북미협상 결렬원인은 무엇인가. 트럼프가 자신의 트위터(3월 3일 자)에서 밝힌 대로 코언(Michael Cohen)의 청문회가 협상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북미협상의 진정한 장애물은 북한 비핵화의 의지가 아니라 어쩌면 미국의 ‘반트럼프 정서’일지 모른다. 특히 미국 동부의 언론, 학자, 민주당의 여론이 그렇다. 그들은 트럼프에 매우 불쾌해 한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줄을 꿈에도 몰랐던 사람이다. 그는 단지 권력추구자(power-seeker)에 불과했던 그가 대통령이 된 데 그 근원이 있다. 현재 미국에는 두 개의 미국이 있다. 

트럼프의 미국과 반트럼프의 미국이다. 그러므로 국내정치를 주도하는 역량에 있어서 트럼프는 김정은보다 훨씬 취약하다. 이를 말해주듯 북미협상이 결렬된 후, 오히려 미국 여론과 정계가 안도하고 있다. 부정적인 여론보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더 많다. 협상실패가 실패가 아닌 이유다. 이는 트럼프가 왜 이미 정해진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고 빅딜을 들고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협상실패를 미국조야가 더 반기고 있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역시 노련한 협상가답게 그는 국내정치를 협상에 이용하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이다. 이번 협상 결렬로 인해 실제로 북한은 매우 놀란듯하다. 이번 협상의 실무담당자인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과 김혁철 사이에서 거론되지도 않았던 문제를 트럼프가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카드를 전혀 읽지 못한 것이다. 이를 계산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몫이다. 트럼프는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협정, 이란핵협정,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등 아무 거리낌 없이 협정을 탈퇴했다. 

신뢰결핍, 충동적, 불예측성이 그 특징이다. 이번 2차 북미협상에서 트럼프는 유감없이 그의 무원칙적이면서도 원칙적인-효과달성의 극대화-협상특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을 뿐이다. 시간이 미국편에 있다는 배트나와 코언사태를 인지한 양자협상의 기술이 동시에 드러난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협상이 결렬되면, 그 탓을 모두 상대에게로 돌린다. 대부분 상대의 잘못을 비난한다. 하지만 북미는 비교적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충분한 준비가 안 되었던 것일까? 판을 깨고 싶지는 않아 보인다. 합의에 실패하고 빈손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협상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협상을 추진시키는 동력은 많이 약해졌다. 

두 번째 만남 이후 트럼프와 김정은은 최소한 서로의 한계선을 알게 되었다. 신뢰구축으로 갈지도 의문이다. 지금 북미 관계는 갈림길에 서 있다. 한반도의 입정에서는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기를 바랄 뿐이다.

강병환 논설위원 sonamoo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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