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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문란행위, 정략적 접근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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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문란행위, 정략적 접근 안된다
  • 최문 논설위원
  • 승인 2012.04.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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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칼럼] 지난 4년 동안 청와대가 정치인은 물론 민간인까지 무차별 사찰해왔다니 경악할 일이다. 사실이라면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넘어서는, 민주국가의 근본을 흔드는 일대 사건이다. 민간인 사찰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더럽고 파렴치한 행위다. 이명박 대통령이 하야해야 할 만한 사건이다. 현대건설 최고경영자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사찰하고 탄압했다는 일화가 알려져 있지만 기업이 아닌 민주국가에서 국민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주권자에 대한 추악한 배신이자 폭력이다. 국회는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아울러 결과에 따라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만일 국회가 총선의 유불리를 따지면서 본연의 책무를 방기한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돼 결국 국민이 자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파업 중인 KBS노동조합의 폭로로 촉발된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애초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그 측근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이 민간인 사찰의 몸통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여 한바탕 쇼를 한지 불과 며칠 만에 청와대가 전면적으로 개입했음을 밝혀주는 문건이 KBS노조가 제작한 '리셋 KBS 뉴스9'에서 밝혀졌다. 청와대가 당황하며 사찰문건의 80%가량이 노무현 정권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변명했지만 노무현 정권의 경찰에 의한 일상적인 정보보고와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사찰은 그 내용이나 수집 과정의 적법성에 있어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의 민간인 사찰은 그 대상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산부인과 의사나 김제동, 김미화 등 연예인과 일반시민들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수집과정 역시 불법적이고 부도덕했기 때문이다. 설혹 노무현 정권에서 사찰이 이뤄졌다 해도 그것이 현 정권의 불법 사찰행위를 정당화 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 수사 당시 선물 받았다는 고가의 시계까지 털던 현 정권과 검찰이 불법사찰을 지금까지 묵인했을 리도 없다.
 
 이번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에 'BH 하명'이라는 표현은 청와대가 불법사찰에 깊숙이 직접 개입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BH는 Blue House, 즉 청와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제보를 받거나 인지된 사건을 총리실에 이첩한 사건을 의미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를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청와대가 문제만 생기면 노무현 정권을 물귀신처럼 물고 들어가며 물타기를 하지만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살 뿐이다. 이미 문건으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을 호도하며 이명박 대통령까지 화살이 겨냥되지 않도록 꼬리를 자르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꼼수를 눈치 채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내용을 보면 기가 찬다. 개인의 사생활을 뒤지는가 하면 이를 위해 미행, 도청 등 흥신소나 할 법한 일을 청와대의 명을 받아 국가기관에서 자행했다니 이 얼마나 수치스러운 일인가? 
 
 민주통합당이 민간인불법 사찰행위에 대해 연일 공세를 펴면서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특검 제의를 시간끌기라며 반대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조사는 총선보다 더 중요하다. 겨우 며칠 밖에 남지 않은 국회에서 특별검사를 임명하고 조사를 주도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국가라면 임기가 단 하루 밖에 남지 않았을지라도 국회가 스스로 기능을 정지할 수 없고, 책임을 미뤄서도 안 된다. 지금부터 충분히 특검을 논의하면서 19대 국회가 구성된 후에 바통을 넘기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18대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19대 국회에서 그만큼 일정이 단축되고 조사가 더 빨리 진행될 수 있지 않겠는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노무현 정권 당시의 사찰을 포함해 현 정권의 불법사찰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하자는데 떳떳하면 왜 반대하는가? 박지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사찰 정신은 박정희 유신독재로부터 지금까지 아들 딸들에게 잘 전수됐다"며 박근혜 위원장을 공격했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박지원 최고위원이 공화당 이후 한 줄기에서 태어난 정당들을 아들 딸이라고 표현했는지 모르나 이는 명백히 박근혜 위원장을 공격하려는 치졸한 짓거리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들은 총선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신경을 쓰면서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민간인 불법사찰은 단순한 정치행위가 아닌 국기문란행위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진실로 자신들이 알지 못했다면 특검이든 국정조사와 청문회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꼼수를 써서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여당으로써 청와대와 국정의 공동책임을 진 새누리당이 진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쇄신했다면 자성해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며 탄핵을 해서라도 다음에는 이런 국기문란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청와대가 이 일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권력의 실세들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불법사찰 행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하야를 포함한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19대 국회는 야당이 다수당이 되리라고 많은 분석가들이 예상하고 있다. 새누리당 역시 뼈를 깍는 쇄신을 통해 거듭나고 있다. 스스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19대 국회에서 국민과 더불어 거센 분노를 표출하게 될 것이다.

최문 논설위원 vg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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