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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전한 스포츠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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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전한 스포츠 정신
  • 이민영 기자
  • 승인 2019.02.2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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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옥 (시인 ·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강기옥 (시인 ·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잘 아는 문구다. 우승을 향해 땀 흘리는 선수들이 지향하는 목표를 이보다 더 절실하고 적절하게 표현한 예는 없다. ‘더’라는 부사를 반복하여 점층적 효과를 나타내는 명령조의 어투인데도 오히려 그 의미 속에 폭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기록경기나 승부로 우승을 가리는 경기 모두를 아우르는 이 문구는 스포츠계에서 금과옥조와 같은 용어로 사용한다.

이 말은 원시인의 생활을 집약표현한 데서 비롯되었다. 사냥감을 쫓아야 하니 더 빨리 달려야 하고, 물 건너 저쪽의 먹잇감을 쫓아야 하니 더 멀리 뛰어야 하며, 하늘의 날짐승을 잡기 위해 더 높이 던져야 했다. 그런 적자생존의 일상을 응용하여 나타난 경기가 ‘달리기’ ‘넓이 뛰기’ ‘창던지기’ ‘원반던지기’였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짐승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육탄공격과 같은 경기가 필요하여 레슬링을 창안해냈다. 이렇게 사냥에서 비롯된 경기가 5종 경기인데 그 중 레슬링은 필생의 종목으로 경기의 최고로 여겼다. 설사 기구가 없어도 맨손으로 짐승을 잡을 수 있는 직접적인 경기였기 때문이다. 

5종 경기는 사냥의 현장을 응용하여 나타난 경기이기 때문에 구기종목보다 육상이나 격투기에 더 어울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완벽한 스포츠인은 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근대 올림픽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에르 쿠베르탕 남작도 '근대 5종 경기를 하는 사람은 경기에서 승리를 하든 못하든 우수한 만능 스포츠맨이며, 올림픽 대회의 진정한 선수로 불릴 수 있다.’고 찬양하여 아리스토텔레스처럼 5종경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정신과 육체가 균형을 이룬 이상적인 인간상을 이루기 위해 체육의 힘을 사용했다. 그것이 넓이 뛰기, 원반던지기, 달리기, 창던지기, 레슬링의 ‘Gymnastikos’다. 이것을 현대 스포츠에서는 시대감각에 맞게 사격, 펜싱, 수영, 승마, 크로스컨트리(육상) 등을 추가하여 근대 10종으로 확대했다. 인간의 한계에 이르는 인내심, 감투정신, 스피드, 지구력 등을 겨루어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겸전(兼全)케 하는 운동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스포츠 정신은 약육강식의 현장을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의 바탕으로 삼아 인간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는 가치로 승화시켰다.

우리나라의 스포츠는 경제력에 맞게 모든 종목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그동안의 지(知)와 덕(德) 위에 체(體)를 중시하여 원만한 인격 도야에 힘써온 결과다. 더구나 ‘체력은 국력’이라는 국민의 여망이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곳곳에 생활체육이 활발한 것도 건전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인격도야를 위한 스포츠 정신이 퇴색하여 경제성을 추구하는 추한 모습으로 변해 아쉬운데 요즈음 성폭력 문제가 겹쳐 그동안 쌓은 탑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느낌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가 원만한 인간정신의 기치였다면 이 정신을 실생활에서 적용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확산 재생산해야 한다. 한 걸음 늦더라도 더불어 가는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건장한 힘으로 바탕으로 정신적 가치를 이루는 제전으로 확산해야 한다. 지와 덕 위에 체를 중시했던 교육을 이제는 체(体) 위에 지와 덕을 쌓아가는 참된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 이상적 사회가 이루어지면 교육도 스포츠처럼 즐기는 인겨도야의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등위를 위해 성급하게 몰아붙이는 체육계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

 

이민영 기자 mylee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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