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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묘발굴 위법성 조각사유와 사회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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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분묘발굴 위법성 조각사유와 사회상규
  • 이민영 기자
  • 승인 2019.01.08 2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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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정상현(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논설위원 정상현(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황금돼지띠인 기해년이 열렸다. 먼저 필자는 우리나라 국민들 모두 행복하고 살기 좋은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고유명절 중 하나인 음력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과 추석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자신의 조상들을 생각하면서 선산에 가서 성묘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호주(戶主) 제도가 폐지(호적등본이 가족관계증명서로 대체)되면서 제사주재자의 우선순위와 분묘발굴의 위법성 조각사유의 여부에 관한 논란이 최근 법조계와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 

호주제도가 폐지된 이후 우리사회의 주위를 살펴보면 세월이 흐를수록 제사에 대한 관심도 희박해져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조상들에 대하여 지내는 제사에 있어 누가 제사주재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예컨데 모친이 사망한 경우 망인의 남편인 아버지와 장남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하여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제사주재자를 망인의 배우자인 남편으로 보아야할 것인가, 아니면 망인의 장남으로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또한 한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가 생존해있는 경우에도, 아내였던 망인의 제사주재자는 망인의 남편이 아니라 장남으로 보아야하고, 망인에 대한 분묘의 수호·관리권 역시 망인의 배우자인 남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장남으로 보아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최근 검찰청에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0. 9. 26. 선고 99다 14006판결과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를 인용하여 부친이 생존해 있는 경우에도 경제력이 전혀 없는 장남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부친을 분묘발굴죄로 검사가 무리하게 기소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서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됨으로써 이러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시간적· 경제적·정신적으로 많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발생했다.  

망인의 배우자인 남편과 장남인 아들이 생존하고 있는 경우에 제사주재자가 누가되어야하는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의 상례(喪禮)를 보면 아내가 사망한 경우에는 비록 호주제도가 폐지되었다고는 하나 전통적으로 남편이 상주가 되어 상을 치르고, 상을 치른 이후에도 모든 제사는 남편이 상주가 되어 초헌을 하게 되는 만큼 제주(祭主)는 위 망인의 남편이라고 할 것이고, 제주(祭主)는 ‘민법 제1008조의3’ 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사주재자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우리의 전통 상례에 따른 “관습법”이나 “장사등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도 아내인 망인의 남편이자 배우자가 망인의 유골이나 분묘에 대한 관리 ‧ 처분의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또한 배우자였던 남편이 처가 선산에서 망인의 분묘를 발굴하여 남편의 선산으로 예를 갖추어 이장한 행위는 그 위법성이 조각될 뿐만아니라, 사회상규(社會常規)에도 위반되지 않는 행위(형법 제20조)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분묘발굴에 관한 상반된 견해로 인하여 법원판결에 있어 법을 잘못 적용할 우려가 있고 이로 인하여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대법원 판례를 분석하여 재해석하고, 기타 정황을 참조하여 법리에 맞게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결을 함으로써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이민영 기자 mylee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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