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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상]부천시 동네이름에 복사꽃이 없더라도......
이정성 기자

[KNS뉴스통신=이정성 기자]동네란 말은 언제 들어도 정겹다. 그래서인지 자신이 나서 성장한 동네에 대한 추억은 나이가 들수록 잊혀지지 않는다. 친구들과 놀면서 동네 한바퀴를 돌던 기억, 동네 어귀에 옹기종기 모여 동네 아줌마들의 수다떠는 모습, 친구 집을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던 모습 등등....

수십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어릴 때 그렸던 나의 고향이란 생각과 동시에 가장 소중한 기억의 단편으로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있다.

요즘 부천시에서는 동 통폐합으로 인한 동네 이름 부여 문제로 시끌벅쩍하다고 한다. 부천시가 올해 7월 지방분권 개혁에 따른 행정조직개편을 행하면서 기존의 36개 동을 권역별 통합으로 행정사무기능과 자치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10개 광역동으로 개편함에 따른 문제 돌출이다.

행정의 사무기능 역할은 정해진 틀이 있겠지만 시민의 거주지인 동네이름을 새로 짓는 일은 예삿일이 아닐 듯싶다. 예부터 내려온 나름의 정체성을 품고 있는 것이 동네이름이다. 보통 집안에서 손주 이름 하나 짓기도 쉽지 않은데 수 백 년이 갈 수 있는 동네 이름을 짖는게 그리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부천시민은 문화특별시,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민이라는 자부심도 있는데 이에 걸맞은 동네이름을 갖고자 할 것은 물론이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네트워크는 2004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했는데 기존의 도시 관련 정책들이 대부분 경제적인 면에 치우쳤다면 창의도시는 소수의 정치 참여, 사회ㆍ경제적 불평등 해소, 문화적 풍부함 등 다양한 측면에 집중한다. 창의도시가 되면 문화ㆍ창의자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교류하고 국제적 명성을 얻을 수 도 있다. 이에따라 이에 걸맞는 동네 이름을 갖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사진 제공=부천시>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부천시는 이제라도 동네이름 변경(안)이 있으면 공개해서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부천시는 시민의 의견이 중구난방일지라도 시 관계자가 이 지역 향토사학자, 인문학자, 땅이름 전문가 등이 제시한 자료를 진지하게 설명해야한다. 이 문제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서인지 뜻있는 시민 간에 볼멘소리가 들린다. 이번 기회를 시민과 소통하는 좋은 계기로 활용하여 민관화합의 마당을 펼치면 어떨까.

최근 부천시가 잠정적으로 밝힌 동 명칭안에는 먼저 부천의 종주라는 소사동과 이에 인접한 ‘심곡본동, 심곡본1동, 송내1∙2동’을 합해서 ‘성주동’으로 되어있다. 성주산(聖柱山)에서 따온 ‘성주동’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의 신사를 세우기 위해 바뀐 이름이라고 의심된다면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동네 이름에 왜색이 끼어 있다면 그야말로 문제 아닐 수없기 때문이다.

‘역곡1∙2동, 원미1동, 춘의동, 도당동’을 ‘부천동’이라는데 ‘장고 끝에 악수 둔 격’으로 보인다. 동네이름은 절대성으로 비교대상이 없는 고유명사다. 서울에 서울동, 인천에 인천동은 없듯이 전국 거의 대부분에 시 명칭과 동네 이름이 겹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기존 동네의 머리글자를 합해서 내놓은 이름 중에 ‘범안동’이 있다. 범박동과 괴안동의 합성어 인데 뜻이 모호한 글자뿐이다. 상동과 중동의 위치기준을 어디에 둔 것인가. 차제에 짚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부천역 북광장 주위를 형성하고 있는 도심의 심곡동 이름도 어찌보면 문제가 상당하다. 옛 들판에 부천역이 들어서기 전에는 와우산(지금의 성주산)자락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깊은구지’가 변해서 심곡동이 됐는데, 도심의 심곡동 이름은 찬찬히 고심해 봐야할 숙제다.

성곡동도 고강동과 성곡동이 합해 지면서 고강동이 사라질 지경이지만 부천북부의 원조마을은 고강동이 먼저다. 고강동은 한국신시조의 선구자 수주 변영로 선생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떤 과정의 산물인지, 작명에 간여한 관계자의 해설이 매우 궁금하다. 불통의 본보기다.

여하튼 동네 이름의 작명은 결코 일방적이고 도식적으로 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동네이름을 짓을 때는 그 지역의 역사성(연혁, 유물, 유적, 유산)과 특수성(지형, 지세, 전설, 풍속, 문화),정체성을 바탕으로 후손의 미래상까지 염두에 둔 결정체의 깊은 뜻이 내포되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여기에 주민들의 뜻이 가장 소중하다고 하겠다. 동네에 숨어 있는 정주의식은 성장하면 살고 인생의 모든 애환을 보내는 주민들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 행정당국이나 시의회등의 일방적인 결정보다, 시민들 스스로 결정할 수있는 안이 시급히 마련됐으면 한다.

부천시장은 취임 하자마자 시민과 소통행정을 표방하고 동분서주했지만 해당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민관소통은 일방전달이 아니라 상대방의 협력을 얻기 위해 여러 과정의 협의를 거쳐야한다. 시민과 충분한 협의과정을 생략하면 결과에 대한 믿음에 문제가 생긴다. 시장임기 초기부터 믿음이 깨지면 그 파장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시 당국이 정해 놓은 사업시행 날짜가 있으니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태도가 신중해야한다. 시행 시기보다 시민의 지지가 우선이다. 묶어 놓은 시간 띠를 풀어야한다. 부천시의 처지는 지방분권 개혁의 시범을 보일 무거운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겠만 그래도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기 다시한번 바란다.

이정성 기자  romualdojs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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