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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오팔주점' 연극 계기로 1958년 개띠들에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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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오팔주점' 연극 계기로 1958년 개띠들에 '관심'
  • 이민영 기자
  • 승인 2018.12.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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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곡 극화한 최고의 무대

지난 27일 저녁 동숭동 엘림홀에서 연극 『오팔주점』을 보았다. 아마추어 치곤 최상이었다. 그렇지만, 1958년 개띠들이 모여 연극을 한다기에 기대를 품고 간 연극무대는 프로 무대에 비해 2% 정도 부족해 보였다. 

연극배우들이 평범한 시민이기에 이 점을 감안한다면 100%였지만, 그래도 작품성과 문화적 가치를 따져야 하기 때문에 2%를 마이너스했다. 여기에서 1%는 관객들의 태도였다. 연극 중 카메라 촬영을 하거나 좌석을 이동하는 분들이 다소 있어 비문화인들이 관람한 것 같다. 어쨌든 여기에서 1%를 차감했다. 다음 1%는 배우들의 역량, 기획의 부조화이다. 

연극에서 가장 기본은 대사 전달이다. 일부 배우의 발성부족이 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점을 들 수 있다. 또 스토리의 전개와 연결성이 일부 부자연스럽다는 평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시대정신이나 극적 효과, 상징성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지상파 방송인 MBC에서 다뤄지고,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방송에서 조차 보도할 정도라면 꽤 성공작이라 말할 수 있겠다. 연극이 끝나기도 전에 지방도시에서 앵콜 공연 요청이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팔주점』 오픈닝 때 58년 개띠 소녀들이 수다를 떨며 서막을 여는 모습<사진=이민영 기자>

우리나라 베이붐 세대는 흔히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를 말한다. 한국전 이후 평화가 찾아와 출생율이 높아져 첫 번째 베이붐 세대를 이뤘다. 이후 제2차 베이붐 세대로 1968년 이후 몇 년 간 출생자 100만 시대를 이룬 때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베이붐 세대라 하면 전자를 말하고 그 중에서 1958년 개띠를 중추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보통 1958년생의 숫자가 많아 그런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오류이다. 출생수자를 보면 55년생이 70만명, 56년생이 71만명, 57년생이 72만명, 58년생이 75만명, 59년생이 78만명이다. 그런데도 58년 개띠가 중추세력인 것으로 기억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이 연극은 그것을 말해 주고 있다. 58개띠는 당 시대의 관심세대였다. 또한 시대변화의 격동기를 겪으며 성장했다. 따라서 이들의 관심을 생물학적, 시간적 관계를 뛰어 넘어 ‘58 개띠’로 통용돼 이러한 이미지가 만들진 듯 싶다.

1958년생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를 시도할 때 초등학교에 입학, 1971년 중학교 무시험, 1974년 고교평준화 등 국가제도 변혁 때마다 당해 세대였다. 그래서 개띠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야만 했다. 성장기엔 박정희, 전두환 등 역대 군사정부 치하에서 사회생활마저 어려웠다. 1977년 대학 휴교령, 20대 후반 1987년 민주화, 30대 후반 1997년 IMF한파 등을 겪고 장년이 됐다. 

이러한 열악한 사회구조 속에서 생존본능이 강한 개띠들이 이 난관을 헤치고 생존했다. 2016년 100대 기업 CEO 중 58년생이 42명(14%)에 달할 정도로 정점을 찍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2018년, 올해 환갑을 맞는 이들의 애환과 시니어로써 비전은 연극 『오팔주점』에서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오팔주점』에서 교련 선생 은사역을 배우 김나무 씨(군복에 안경쓴 이)<사진=이민영 기자>

이번 무대를 보면 무척 많은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장기봉 감독(한국시니어스타협회)의 말처럼 ‘이리 저리 흔들렸던 58 개띠의 인생’을 보여 주고 싶었던 같다. 이 극을 통해 통쾌하게 알리고 싶었던 마음과 58 개띠만의 응어리를 훌훌 털지 못한 점이 있었다면 김선 대표(한국시니어스타협회)의 말처럼 ‘함께 한 세대들에게 너그러운 용서’를 기대한다. 

이 무대에서 돋보이는 캐릭터는 시대상황을 알려주는 미옥(배우 권정순 이하)이를 포함한 소녀들의 수다였다. 또한 58주점의 주인인 용성(배우 태용성)이의 코믹댄스와 임기응변, 종수(배우 박승재)의 부인 사별과 선애(배우 경규일)와의 재혼, 말썽꾸러기 정태(배우 김형호) 성공과 은사(배우 김나무)께 선행 등은 말라 버린 휴머니티를 촉촉하게 만들었다.

연극 『오팔주점』 은 현대사의 삶의 질곡을 극화한 최고의 무대였다. 그렇지만 오늘 막을 내린다. 이 연극이 주는 메시지를 깊게 이해하는 1958년 개띠들은 이를 계기로 모일 가능성이 있다. 

720만명이나 되는 베이붐 세대의 중추세력인 개띠들의 축적된 역량과 끼, 그리고 삶의 노하우를 그냥 소멸시키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이다. 이들의 에너지를 방치하거나 축소하지 않고 국정의 동력에 힘을 보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영 기자 mylee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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