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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렬의 음악평론] 월드아트오페라와 조선오페라단의 바그너 ‘라인의 황금’ 초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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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렬의 음악평론] 월드아트오페라와 조선오페라단의 바그너 ‘라인의 황금’ 초연 리뷰
  • 이석렬 논설위원
  • 승인 2018.12.2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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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은 열의와 박수! 오케스트라는 부진!

한국에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실연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공연 횟수가 적고 제작 여건도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4부작으로 이루어진 대작 ‘니벨룽의 반지’는 아직까지 국내 오페라단에 의해 한 번도 공연된 적이 없었다. 그런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인 ‘라인의 황금’이 지난 11월 14일부터 1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월드아트오페라와 조선오페라단의 공동 주최로 펼쳐졌다. 이는 국내 프로덕션이 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첫 번째 경우였다.

평론가로서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얘기하자면 성악에 있어서는 ‘열의와 박수’ 기악에 있어서는 ‘부진’이었다고 본다. 이번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파트를 맡은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더 많은 노력과 완성도를 보여 주었어야 했다. 바그너의 작품이 갖고 있는 특징과 성향 때문에 오케스트라는 더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널리 주지되다시피 바그너의 오페라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다른 이전의 어느 작곡가들보다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높은 것이다.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는 반주 역할에 머물지 않고 성악 파트들과 하나의 몸체를 이루거나 극의 진행을 주도해 가는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에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이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오케스트라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심리적 함의성이 강한 사운드를 표출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나타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바그너의 이 작품을 함께 이끌어가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지휘를 맡은 마티아스 플레츠베르거에게도 문제는 있었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양상에는 사운드의 함의성과 역동성이 부족한 경우들이 있었다. 이는 지휘자의 템포 설정과 오케스트라와의 호흡 등이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들이 있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이번 공연에서 성악 출연진들이 보여준 모습은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을 만했다. 무엇보다 주요 배역 대부분이 한국의 성악가들이었으며 나름대로 자신들의 캐릭터를 소화해냈다는 점이 좋았다. 11월 15일의 공연에서는 알베리히 역의 오스카 힐레브란트만이 유일한 외국인 성악가였다. 보탄과 돈너 등 거의 모든 배역들이 한국인 성악가들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성악가들이 바그너 오페라에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날의 한국 성악가들은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하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세계적인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은 새로운 면모를 많이 보여 주었다. 등장인물들을 인형들과 닮게 하고 성악가들의 얼굴이 갖는 존재감을 무화시켜버렸다. 무대 위 세트는 거대한 기계들의 구조물처럼 만들어서 기계 문명과 동화적인 세계가 함께 하는 무대 연출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출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청중들이 있었으나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이 나름대로 개성 있고 환상적이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이번 공연 ‘라인의 황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자면 성악에 있어서는 ‘열의와 박수’ 기악에 있어서는 ‘부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바그너 오페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케스트라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앞으로 ‘발퀴레’를 비롯해 나머지 3개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공연된다고 하니 그러한 작품들에서 오케스트라가 지금보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앞으로의 공연들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이석렬 논설위원 sungny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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