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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인이 있어야할 곳은 가족의 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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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인이 있어야할 곳은 가족의 품입니다
  • 임택 기자
  • 승인 2018.11.23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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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국엠바밍 황규성 대표 (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학과장)

주)한국엠바밍 황규성 대표

(전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학과장)

필자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친자연적장례문화 순환설명회’에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청중에게 현재까지 한국 내 장례문화의 변화과정을 살펴보고 향후 후세를 위해 친자연적 장례문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1인 가족화되어가는 사회문화 속에서 본인의 장례를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면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장례를 치룰 수 없기에 미리 준비하자는 취지의 강의를 진행하여 왔다.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수강자인데, 장례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입장에서 이전 대학교수로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보다 강의내용 전달이 더 편하고 수강생들의 이해도도 높은 편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장례의 특성이 젊은이보다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죽음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아래의 그림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의 장례문화 변화에 대한 강의시 이해도를 높이는데 사용하는 유용한 도구이다.

                                                                                 임종의 침상-그라마니 기도서, 1408~1520년

그림은 유럽의 15세기경 그림이지만 예전에 대가족이 중심이었던 예전 한국장례문화에서도 전혀 거부감이 없는 임종 때의 모습이다.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가족은 임종할 차비를 갖춘다. 안방,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아랫목에 환자를 옮겨 준비된 이부자리에 눕힌 다음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힌다. 이것을 '천거정침(遷居正寢)'이라 하며, 이 단계에서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과 가까운 가족들에게 사정을 알려서 급히 모이게 한다. 모인 가족들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임종자의 죽음을 함께 기다리며 최대한 편안한 임종이 될 수 있도록 조용히 준비를 한다. 이렇듯 맞이한 죽음은 평안하고 안정감이 있기에, 이러한 가족의 보살핌이 없이 혼자 쓸쓸히 외지에서 맞이할 죽음을 두려워했고 ‘객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최대한 피해왔다.

하지만, 산업화, 도시화되어가면서 급속한 사회변화에 따라 장례문화도 변화되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예전의 편안했던 가족 안에서의 임종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대부분이 병원 또는 요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게 되면서 예전으로 보면 모두 ‘객사’인 시대에 접어들었다. 또한 이번 종로 고시원 화재로 인해 사망하신 분들처럼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서 임종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임종을 맞이하는 장례환경이 바뀌면서 고인에 대한 예우 또한 급격히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존중받고 존엄하게 임종을 준비하고 사망 후에도 가족들에 의해 고인에 대한 존엄성이 최대한 강조되었다면, 현재는 사망과 동시에 안치실 냉장실에 들어갔다가 염습시 잠깐 나와서 염습 후 다시 냉장실로 들어갔다 추후 화장장이나 매장지로 가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한마디로 예전 고인과 가족이 함께 하는 장례에서, 고인 따로 유족 따로인 장례문화가 형성된 것이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와 정비되지 않은 화장문화의 급속한 도입으로 장례를 지내는 것이 아닌 화장‘처리’하는 식으로 변화됨도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는 단초가 되었다. 어차피 화장하면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으니 가장 저렴하고 싼 것으로 마지막을 준비해도 괜찮다는 인식으로 인해 고인의 예우보다는 장례시 소요되는 가격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지난 11월 8-10일 동안, 킨텍스에서 열린 ‘세계엔딩세계박람회’에 일본 해양장 관련 전문가인 무라타 마스미 씨의 얘기는 생각해볼만 하다 하겠다. 일본에서는 화장 후 남은 유골을 집게를 이용하여 하나하나 수거하는데 비해 한국 화장장은 유골을 그냥 쓸어 담는 것 같다고.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저자는 이를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장례에 대한 철학이 사라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장례의 주인공(또는 중심)은 고인이며, 장례를 담당하는 이(예전에는 ‘호상’ 현재는 장례지도사)의 기본 윤리는 고인의 존엄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장례를 진행하는 것이었는데,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장례비용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다보니 장례의 주인공이지만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고인은 안치실 냉장실로 보내버리고, 돈을 지불하는 중요한 고객인 유가족에 대해서는 최고의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현재 60세 이상인 분들에게는 커다란 사회변화 속에서 경험하는 격변의 장례문화 이질감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어릴 적 부모가 돌아가시면 자식이 불효라고 생각했던 장례에서 이제는 살아있는 자식의 평안과 건강을 먼저 챙겨주는 시대이기 때문에.

다시 주인공을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고인이 있을 곳은 춥고 쓸쓸한 안치실 냉장고가 아닌 바로 따뜻한 가족의 옆이다. 이제라도 고인의 존엄성에 맞춘 현대 장례의 윤리와 철학을 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장례식을 진행하면서 고인이 살아왔던 인생을 음미하고 고인을 회고할 수 있는 시간은 고인에게도 유가족에게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진다. 미국에서는 이미 고인접견(viewing)을 통해서,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이전의 대형적 장례보다는 가족끼리 의미있고 상징적인 장례를 치루기 위해 가족장 형태로 고인이 가족과 함께 장례를 치루는 수가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이전 정신없고 체면치례의 장례보다는 가족끼리 가족장을 진행하며 고인을 중심으로 가족끼리의 우애와 친밀함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고 있는 것이다. 고인이 주인공으로 빈소에 가족과 함께 발인때까지 함께 있음으로써 장례기간 내내 고인의 생전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엠바밍 처리를 통한 장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사망 후 인체의 변화 및 질병감염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전 기사를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도 시간이 갈수록 작은결혼식,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등 작지만 의미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추세로 보아 장례문화도 가족장 형태의 고인이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라 생각되며, 개별 가족의 요구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준비하는 장례전문가 또한 고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의사가 의료의 윤리적 지침으로 의사가 될 때 선언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중 ‘나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라는 선서내용처럼 장례전문가 또한 ‘고인에 대한 존엄과 경의를 첫째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생명을 한번도 환자치료를 경험하지도 못한, 환자에 대한 건강과 생명을 경시하는 의사에게 맡기고 깊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장례전문가라면 기본적으로 고인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경의를 가지고 장례를 담당해야할 것이다. 

임택 기자 it867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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