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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청년들…“삼시세끼, 골고루 영양섭취? 사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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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청년들…“삼시세끼, 골고루 영양섭취? 사치일 뿐”
  • 뉴미디어단 객원기자
  • 승인 2018.11.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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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김채빈 뉴미디어단 객원기자] ‘띠디디딕…띠딕, 딱.’ 알람이 울렸지만 학교 앞에서 자취하는 대학생 김윤정 씨(25)는 오늘도 밥보다 잠을 택했다. 수업 1시간 직전에 일어나 헐레벌떡 학교로 향하면서도 카페에 들리는 일은 잊지 않는다. 김 씨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아몬드 쿠키를 주문했다.

“아침을 언제 챙겨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요”(김 씨)

오늘 먹은 건 커피와 아몬드 쿠키 그리고 늦은 오후에 먹은 쌀국수와 야식으로 먹은 컵라면, 참치김밥이 전부. 김 씨의 하루를 보면 요즘 혼자 사는 청년들이 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으며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삼시세끼를 챙겨먹는 청년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더러 영양 불균형도 심각하다.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혼자 사는 청년(20대, 30대 초반) 33명의 식단 기록을 받아 분석했다. 분석 결과 가장 큰 문제는 청년들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다는 것. 33명 중 21명은 5일 동안 아침 식사(6~9시)를 하지 않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을 거르다 보니 다음 끼니에 과식을 할 가능성이 높아져 식생활 건강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하루에 한 끼라도 맛있는 걸 먹자'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대학생 김유리 씨(24)는 인터뷰 당일 수업을 듣기 위해 오전 8시에 기상한 뒤 정오가 다 될 때까지 이온음료를 사먹은 게 전부이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를 만나 학교 앞 찜닭 집에서 먹고 싶었던 찜닭과 볶음밥을 먹으며 1시간 동안 식사를 했다. 오후 8시 집에 들어와 즉석 밥과 햄, 계란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김 씨는 “혼자 사는 청년들은 혼자 있을 때는 ‘빈익빈’ 식사, 사람들과 있을 때는 ‘부익부’ 식사”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김샛별 씨(24)도 “그 날 먹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다른 끼니 돈을 아껴 맛집을 찾아 간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수옥 씨(24)도 “아무래도 식비 부담이 되기에 매 끼니 먹고 싶은 걸 먹을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경찰공무원시험 준비 학원 앞 편의점. 식사 테이블에 15명은 거뜬히 앉을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주된 식사 장소이다. 오후 6시 수험생들은 도시락, 라면, 삼각김밥, 샌드위치를 집어 줄을 선다. 계산한 뒤에는 뜨거운 물을 붓거나, 전자레인지 앞을 서성이며 각자의 끼니를 챙긴다. 수험생들은 계산대 앞에 선 줄을 보며 20분도 채 되지 않아 서둘러 일어선다. 영양사 이세화 씨(25)는 “편의점 도시락은 겉보기엔 일반 식사와 비슷할지 몰라도 가공된 음식이 많아 작은 소금 한 통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특히 햄이나 소시지 등에 지방과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다”고 지적했다.

혼자 사는 직장인 박다슬 씨(25)는 스스로 “카페인에 중독됐다”고 말한다.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시냐”는 질문에 박 씨는 “하루에 벤티(플라스틱 컵 중 가장 큰 사이즈) 2잔은 기본”이라면서 “어쩔 땐 끼니를 대신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혼자 사는 청년 식단조사 결과 커피는 평균 1.35잔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체하거나 가공 음식과 커피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위 살기 위해 먹는다는 청년들의 식문화에는 스스로의 선택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청년층 빈곤이나 실업 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나미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혼밥을 하는 청년들은 간편식을 선호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위생 관리를 위한 표준화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위 기사는 김채빈(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 KNS뉴스통신 뉴미디어단 객원기자의 글로, 주제를 정한 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뉴미디어단 객원기자는 대학생, 엄마, 초중고생 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현상을 찾아내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일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단 객원기자 knsnew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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