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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食道樂)’ 포기하고 ‘식즉생(食卽生)’…생존이 된 청년의 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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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食道樂)’ 포기하고 ‘식즉생(食卽生)’…생존이 된 청년의 끼니
  • 뉴미디어단 객원기자
  • 승인 2018.1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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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박인태 뉴미디어단 객원기자]“야채곱창 배달 왔습니다!”

저녁 11시 30분 함성현 씨(24)가 주문한 야식이 도착했다. 대학교 3학년인 함 씨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식사 시간이 더욱 불규칙해졌다. 오늘 먹은 밥이라고는 오후 3시에 학교 식당에서 먹은 설렁탕이 전부. 방금 배달 온 야채곱창의 칼로리까지 더해도 함 씨가 당일 섭취한 칼로리는 고작 650kcal에 그친다. 지금까지 먹은 양의 네 배를 먹어도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 칼로리(2700kcal)에 미치지 못한다. ‘영양부족’인 셈이다.

청년들 중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한 건 함 씨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3일부터 7일까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직장인 33명에게 식단표를 받았다. 물을 제외한 매 끼니와 간식, 음료 등 모든 음식물의 사진을 찍고 먹은 내역을 파악했다. 그 결과 청년들의 불균형한 영양섭취와 식습관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닷새 동안 대학생 김유리 씨(24)가 ‘집밥’을 먹은 횟수는 단 한 번. 그것도 우연히 친척집에 들렀기에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집에서 마지막으로 요리해서 먹은 게 언제냐”고 묻자 김 씨는 “혼자 요리를 하면 재료가 많이 남아 잘 해먹지 않는다”면서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고 답했다. 취업준비생 김샛별 씨(26)도 “남은 재료를 모두 소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음식을 해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의 5일치 식단에서 음료, 커피와 토마토를 제외하고 식사다운 식사는 김밥과 참치샐러드, 카레라이스뿐이다. 김 씨는 “주말 점심은 무조건 컵라면에 삼각김밥, 즉 간편식”이라고 말했다. 영양부족이었던 평일과는 달리 편의점식으로 시작하는 주말은 영양(나트륨) 과다섭취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 라면 등 면류는 한 끼만 먹어도 하루 나트륨 섭취 기준치의 80%에 육박했다.

김 씨가 지난 토요일에 계산한 식당 영수증을 보면 △삼겹살 3만 6000원 △이태원 피자 2만 7000원 △맥주 1만 8000원으로, 주중에 학교식당에서 먹는 찌개와 삼각김밥 가격과는 지출규모가 다르다. 가격, 영양 면에서 평일과 주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한 것. 직장인 박다슬 씨(25) 또한 “주말에는 폭식 수준으로 많이 먹는다”면서 “주말에는 음식을 먹으면서 건강을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름진 음식으로 ‘한 주간의 보상’을 받는다지만 동시에 주말마다 폭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심층 취재를 위해 하루를 같이 보낸 취업준비생 최세영 씨(25)를 보면서 이들에게 ‘식도락(食道樂)’은 존재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학교, 도서관, 학원 등 매일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식사는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였다. 최 씨는 “매일 뭘 먹을지 정하는 게 스트레스”라면서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는 캡슐이 있다면 대체하고 싶다”라고 했다.

실제로 청년들에게 ‘먹기 위해 사는지, 또는 살기 위해 먹는지’ 물어봤다. 설문 조사 결과 10명 중 8명은 ‘살기 위해 먹는다’라고 답변했다. 대학생 조은비 씨(25)는 “식사는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부도, 취업도, 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것이라지만 정작 청년들의 식사는 ‘살기 위해 먹는’ 생존의 몸부림, 즉 ‘식즉생(食卽生)’이었다.

한편, 청년들에게 최근에 가장 행복하게 한 식사를 물어봤다. 대학생 이수옥(25) 씨는 지난 추석을 회상했다. “제 고향이 대구인데 엄마가 해주신 밥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가족들과 오순도순 먹는…그 이후에는 집밥이 그리워 어떤 식당을 가도 딱히 끌리는 음식이 없어요.”(이 씨)

※ 위 기사는 박인태(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KNS뉴스통신 뉴미디어단 객원기자의 글로, 주제를 정한 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뉴미디어단 객원기자는 대학생, 엄마, 초중고생 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주목할 만한 현상을 찾아내어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일조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뉴미디어단 객원기자 knsnew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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