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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서로 다른 소통법, 안톤체홉의 ‘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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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서로 다른 소통법, 안톤체홉의 ‘곰’
  • 김용주 기자
  • 승인 2018.11.18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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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에도 아름다움과 품격이 있어야 한다
안톤페홉의 '곰' / 뽀뽀바 (김하영 ) , 스미르노프 (김영학 ) / 사진 : 김용주 기자

[KNS뉴스통신=김용주 기자] 한바탕의 큰 소동이 일어난 후, PC게임 스타크레프트에서 나오는 테란족의 일꾼 유닛 SCV가 자동으로 스스로 움직이며 일을 하는 것처럼 배우들과 스텝이 나와 아주 짧은 시간 무대를 정리 한다.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무대를 정리하며 만든다.

인간은 늘 소통을 강조하지만, 소통을 강조할수록 불통만 쌓여 간다. 소통이란 이유로 대화의 장을 많이 열지만, 대화의 장이 많이 열릴수록 세상은 갈등의 골이 깊어 저 가고 있다.

남과 북의 갈등을 뛰어넘어, 영호남 동서의 갈등,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갈등, 이제는 가장 아름다워야 할 남녀 간의 남혐, 여혐 갈등까지 수습이 힘들 정도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똑같은 하나의 일을 이야기하지만, 인간은 각각 받아들이는 생각은 모두가 다르다. 어떠한 질문 하나에도 각각 자신들이 경험했던 생각과 경험을 통해 각각의 사람들 자신만의 상상으로 이해를 한다.

컵 하나를 두고 10명의 사람에게 사진을 찍도록 한다 해도 컵은 하나지만, 컵을 찍는 시선과 각도는 제각각인 것과 같은 것이다. 사진이란 게 결국 자기 생각과 시선의 연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르게 받아들이지만 적당한 양보와 배려, 적절한 선 에서의 타협이 이루어 지는 게 소통이다.

안톤체홉 의 ‘곰’ 이란 작품에는 배우 3명이 출연한다.

포대 중위로 퇴역한 스미르노프 (김영학), 남편을 잃고 폐쇄적인 삶을 살아가는 미망인 뽀뽀바 (김하영). 뽀뽀바의 늙은 하인 루까 (더블캐스트 : 김세연/안윤철), 세명의 배우가 50분 동안 낭독극을 방불케 하는 딕션연기로 무대에 오른다.

안톤체홉의 작품은 아주 훌륭하지만 자칫 하면 굉장히 지겹고 따분한 연극이 될수 있는 양날의 칼 같은 작품이다. 이번 연출을 맡은, 혜성처럼 나타난 우여진 연출가의 연출이 매우 돋보인다.

대사가 많은 연극은 발성 연기나 기본기가 매우 중요하다. 관객들과 배우, 전체 흐름의 파장의 끈을 아주 섬세하게 유지하지 않으면 공연시간 내내 관객들은 버티기가 매우 힘이 든다. 좁고 어두운 극장 안에서 졸리고 영혼이 서너 번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가득히나 꽉 막혀 산소마저 부족한 상황에 말이다.

스미르노프는 (김영학) 인간적이지만 어딘가 어리숙한 채권자이다

덩치가 산만 하고 약간 어둔한 그런 캐릭터인데. 덩치가 산만 한 곰이 벌꿀 통의 꿀을 먹는 모습, 수많은 벌들에게 쏘이지만 단맛에 빠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이다. 돈을 받으러 왔는데 채무자는 사망, 그의 미망인에게 억지를 쓰며 돈을 받으려 하지만, 미망인에게 반해 채권 관계 무효화, 미망인에게 사랑에 빠진다. 그 모습이 벌꿀을 먹는 곰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 지금 현재 시대에 채권을 담당하는 직원이라면 100% 해고감이기도 하다.

여자 귀족 미망인 뽀뽀바 (김하영)은 남편과 사별한 지 7개월째, 남편에게 모든 것을 바친, 지금의 자식 교육에 몰방한 여성 같은 모습의 여인이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 교육에 모든 걸 바치는 우리 시대의 여성 같기도 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해 어딘가에 과도한 집착과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세상과 단절한 여성의 캐릭터이다.

이 두 상반된 두 주인공은 성격, 성별, 표현되는 말투도 모든 게 반대다. 연출가 우여진은 배우 의상마저도 스미르노프는 흰색 바바리코트, 뽀뽀바는 검은 상복, 다른 정반대되는 캐릭터 임을 알려주는 상징을 심어 놓는 치밀함을 보여준다.

사별한 남편을 그리워 하는 뽀뽀바 ( 김하영) , 새로운 사랑의 시작의 암시를 보여주는 꽃병 / 사진 : 김용주 기자

무대는 전체적으로 많이 어둡다, 오래된 낡은 클래식한 1인용 쇼파에 햇살이 비치는 듯한 조명이 비춰지고, 반대편에 놓인 긴 탁자에 놓인 꽃에 조명이 아름답게 비치는데 싸구려 조화 같이 보이는 꽃인데도 굉장히 아름다워 보인다. 무대 미술적으로 이 연극은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암시해주는 그런 세심함까지 신경쓴 모습이 보인다.

스미르노프 (김영학)과 보뽀바 (김하영)간의 대화가 공연의 80% 차지 하는데, 둘의 대화는 완전한 불통, 서로 딴 이야기 만 오고 간다. 돈을 당장 내놓으라는 채권자 스미르노프, 돈을 당장 못주겠다며 버티는 뽀뽀바 당장 나가라고 하는 뽀뽀바와 돈을 받을때까지 버틸거라고 하는 스미르노프 다툼이 벌어진 상황에서 결투를 신청하며 총을 쏘겠다는 뽀뽀바, 결투과정에서 총을 쏘지 않겠다는 스미르노프, 둘의 완전히 다른 대화를 서로의 입장만 이야기한다.

남과 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말이다.

늙은 하인 '루까' (김세연) , 미망인 뽀뽀바 ( 김하영) / 사진 : 김용주 기자

그러나, 연출가는 러시아작품이지만 아르헨티나의 춤인 탱고를 넣어 주면서, 남녀 간의 애정의 밀당과정을 춤으로, 극의 팽팽한 긴장감과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에 신선함을 불어 놓는다. 연극의 전반적인 흐름도 남녀 간의 밀당처럼 땡겼다 늘였다. 아주 교묘하고 세련되게 이끌어 나간다.

이 연극은 거절에도 거절의 아름다움, 품격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거절이란 단절이 아닌, 새로운 대화의 소통방법이 있는 것이다. 안 돼요~ 안 돼요~ 돼요. 가 되는 것처럼, 거절에도 미학이 필요하다. 목마른 나그네에게 물 한잔에 버들잎에 띄워주는 여유와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 둘의 대화에는 다툼이 있지만, 여운은 남겨 놓는다는 것이 이 연극의 핵심이다.

그 남겨 놓은 인간적인 여운이 이 두 사람의 애정에 싹이 되어 두 사람은 사랑의 결실, 열매를 맺게 된다,

다투고 있는 스미르노프 (김영학)과 뽀뽀바 (김하영) / 사진 김용주 기자

지금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 대화 소통에서 너무 쉽게 선을 긋지 않는가 싶다. 즉흥적으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마음에 상처를 많이 남긴다.

연극은 희극으로 끝이 나지만, 우리의 인생은 비극으로 끝날 수 있다. 인생은 한 편의 연극과 같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내 인생, 내 삶의 연극은
희극으로 끝내야 하지 않을까?

프로젝트그룹 : 배우다의 두번째 작품
안톤체홉 작 우여진 연출의 <결혼소동극:곰,청혼>
11월7일 ~ 11월18일  한결아트홀

<Cast>
평일 곰 (뽀보바 :김하영 /스미르노프 : 김영학 /루까 : 안윤철)
주말 곰 (뽀보바 : 김하영 /스미르노프 : 김영학 /루까 :김세연)
 

김용주 기자 k3y4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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