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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논단] 낙하산 인사에 담긴 비합리적 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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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논단] 낙하산 인사에 담긴 비합리적 권위
  • 이인권 논설위원
  • 승인 2018.11.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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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분야 능력 중심이라지만 사실상 내정된 무늬만 공모제 혁신돼야”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우리사회 공공분야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뿌리 깊은 관행이 되고 있다. 그러한 병폐가 갈수록 더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인식이다. 공명정대하게 인사를 한다 해서 ‘공모’를 하지만 내정된 인물을 선임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도 내정을 해놓더라도 “무늬”라도 비슷하면 몰라도 해당 분야에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공공연하게 대놓고 뽑는 경우도 허다하다. 공모 선정 이유에 대해서는 경력을 그럴듯하게 포장은 하면 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공모제를 철폐하고 인사권자가 필요한대로 특채를 하던지 그냥 임명제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일선의 공통된 의견들이다. 미리 정해놓고 그에 꿰맞춘 심사방법이나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계략으로 순진한 응시자들이 결국은 농락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연줄” 없는 응시자들은 공정해야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셈이다.

특히 선거가 끝난 뒤 실시되는 공공분야 공모는 더더욱 폐해가 심각하다. 아직 보장된 임기가 남아있는 기존의 보임자들을 이런저런 이유로 중도하차 시킨다. 그리고는 정치 선거에서 공(功)의 유무를 따져 잘못된 논공행상을 펼치는 사례가 다반사다. 원칙이 없이 정파적 정실관계와 인사권자의 호불호로 물갈이와 보은인사가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인사가 만사’니 ‘공정한 인사’니 하고 수도 없이 공언하지만 그것은 교과서적 원론일 뿐 선거 승자의 전리품 나누기 낙하산 인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투명성, 객관성, 공정성이 담보된 합리적인 인사 원칙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일찍이 조선시대 정조는 필요한 인재를 공정하게 선발하는 ‘공선’(公選) 정책을 지켰다. 그 원칙은 바로 ‘입현무방’(立賢無方) 곧 ‘현명한 사람을 세우는데 있어 친소관계나 정실에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삼국지를 대표하는 조조는 인재경영에서 ‘유재시거’(唯才是擧)를 기본으로 삼았다. ‘오로지 재주가 천거의 기준으로 능력 위주의 인사’를 한다는 뜻이었다. 이 모두는 결국 전문성, 업무력, 공정성을 기준으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위의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현대에 접어든 오늘날의 인사정책은 퇴보를 해도 한참을 했다. 2017년 ‘낙하산인사방지법’을 어느 소수 정당이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되었다. 고위 관료 청문회와 같이 공정한 인사에 대해 국회에서 신랄하게 따지고는 한다. 하지만 정작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법을 제정하는 데에는 뒷걸음치는 정치 권력자들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모든 국민들이 원할 터이고 여론과 언론들이 계속 질책하는 낙하산 관행 척결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아닌가. 그럴라치면 차라리 공공분야의 공모제도 폐지를 앞장 서 입법화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모양만 그럴듯한 공모제로 국민을 현혹시키느니 말이다.

하기사 논공행상은 역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전쟁이 끝나거나 새로운 왕조 또는 정권이 들어선 다음에는 필연적으로 뒤따르고는 했다. 올바른 논공행상은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논공행상 곧 낙하산 인사는 조직의 화합이나 발전을 저해한다. 우리사회에서 운위되는 낙하산 인사라는 용어는 그 자체가 잘못된 인사를 비하해 하는 말이다.

그 말뜻은 ‘합당한 능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특별한 연줄로 자리를 차지했을 경우’를 지칭한다. 기존의 조직 계통 단계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낙하산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특별한 인재는 특별한 경로로도 추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분야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미흡한 사람이 단순히 인맥으로 자리를 챙길 때인 것이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는 한 조직에서 정당하고 합리적인 권위를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이 바람직한 영향력을 통해 성과를 창출해야하는 절체절명의 환경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가 없다. 에릭 프롬은 합리적인 권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합리적인 권위는 능력에 기초를 두며 그것에 의존하는 사람의 성장을 돕는다. 하지만 비합리적인 권위는 힘에 기초를 두어 그것에 종속된 사람의 착취를 조장한다.”

영어에 ‘jobs for the boys'라는 표현이 있다. 이 말에 대해 영국의 콜린스영어사전(Collins English Dictionary)은 '자격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특정 직책에 임명하는 것’(appointment of one's supporters to posts, without reference to their qualifications or ability)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말의 낙하산 인사에 대당한다고 할 수 있다. 

공직에서 일어나는 낙하산 인사의 역사와 전통을 연구해온 하버드 대학 메릴리 그린들 교수는 “공직의 이 같은 특혜구조는 어디서나 비민주적이고 부패적인 것으로 지탄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능력에 기초한 임명제로의 개혁은 끊임없이 저항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정치 권력자들이 다양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변통성을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서일까. 말은 공정인사, 행동은 낙하산 인사 그 관행은 언제나 혁신이 될 수 있을까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이인권 논설위원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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