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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규 칼럼]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입법요구,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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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규 칼럼]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입법요구,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아야
  • 안일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2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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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규 정치칼럼니스트

최근 가수 구하라 씨에게 전 남자친구 최종범 씨(이하 최 씨)가 보낸 성적인 동영상이 앞으로도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 씨가 보유한 것만으로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하여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에서 실제로 최 씨는 협박할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된 “최**과 이하 비슷한 리벤지포르노 범들 강력징역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은 참여 인원이 12일 기준 22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 글의 주요내용은 “유포가 일어난 뒤 징역을 가는 것은 예방이 되지 못한다”며 “동영상을 찍고 소지하고 협박한 모든 가해자를 조사하고 징역을 보내라”는 것이다.

이른바 ‘최종범 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이 사건은 특별한 사건이라 볼 수 없다. 경찰청이 정춘숙(더불어민주당·비례)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애인에 의한 불법 촬영 검거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64명에서 2017년 420명으로 156% 늘어났다. 해를 거듭할수록 어느 연인에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재판정에서의 문제 인식 정도는 급증하는 검거 현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남인순(더불어민주당·서울송파병)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6년간 불법 촬영 범죄 1심 판결 유형’ 자료에 따르면 벌금 55%, 집행유예 27.8%, 실형 8.7%, 선고유예 5.0%, 기타(면소 공소 기각 등) 2.7%, 무죄 0.8%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불법 촬영으로 기소된 7,446명 중 1심에서의 실형 선고는 647명에 불과하다.

비영리법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피해상담 전수조사(2017년 5월~12월, 총 206건)에 따르면 피해유형의 약 절반이 ‘비동의 성적촬영물 유포’이며 유포협박도 약 20%에 달하고 있다. 가해자와의 관계는 전 애인 71건, 누군지 알 수 없음 71건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 신고 여부 응답에서 ‘신고 미진행’이 126건으로 신고 진행(80건)보다 1.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이 경찰청과 대법원에 제출받은 자료와 한국사이버폭력대응센터의 피해상담 전수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볼 때 사이버를 통한 2차 성폭력에 법원이 관대하고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이 수면 아래에서 피해자들의 일상을 괴롭히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0일 대검찰청은 불법 촬영 범죄 사건 처리 기준을 새로 만들어 동족 전력, 피해자 식별이 가능한 경우, 여러 번 유포한 경우 등 양형 인자 중 하나만 충족되어도 법정구속하고 징역 6월 이상, 두 개 이상 해당하면 징역 1년 이상을 구형해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조치를 취했지만 관계법령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국회가 촬영 시 합의 여부 상관없이 불법 동영상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함으로서 사이버 상 배포까지 차단할 수 있는 법안 발의를 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또한 사이버 성폭력(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하여 상대의 신체를 성적촬영하여 유포, 유포협박, 저장, 전시 및 사이버 공간, 미디어, SNS 등에서의 성적 괴롭힘 등을 뜻함)에 대한 정의도 법률 상 정의조항으로 담길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주길 기대한다.

안일규 칼럼니스트 fellandy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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