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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규 칼럼] 미투운동은 ‘제도화’로 완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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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규 칼럼] 미투운동은 ‘제도화’로 완성되어야 한다
  • 안일규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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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산하 '미투운동위원회' 설치 및 계류 중인 미투법안들의 통과 필요
안일규 정치칼럼니스트(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운동은 항상 한계를 가진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제도권의 반응 없이 운동만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를 바꾸더라도 일상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내용으로 구성된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느냐가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미투운동이 그렇다. 올 연초부터 상반기 내내 뜨겁게 달궜던 미투운동은 관련 법률 통과 0건 상태다. 필자는 미투운동의 현장에 있었다. 이윤택 연극 연출가보다 먼저 구속되어 ‘전국 최초 미투 법정구속’의 타이틀이 있는 김해지역 극단 조증윤 번작이 대표의 ‘대리미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 시민단체의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을 활용해 피해자들을 대신해 언론 보도자료 배포 및 대변인 역할을 하면서 변호사 선임에 주력했다. 피해자 보호에 주력을 하는 만큼 가해자에 대해서도 공개지목보다 극단 대표가 가질 수 있는 위력에 의해 발생된 미성년자 성폭행 등 성폭력을 고발하는 관행화된 구조를 고발하고 싶었으나 이미 극단 대표 이름이 첫 보도자료 배포하기 전에 언론에 나와 보도자료에서 가해자는 실명으로 했다.

필자가 바라는 방식의 미투운동은 스웨덴에서 이뤄졌다. 스웨덴의 미투운동은 피해자·가해자 모두 ‘익명’으로 진행됐다. 피해자가 얼굴을 드러내야 되는 한국의 현실과 달랐다. 필자는 조 대표의 첫 미투 건에 실명으로 미투를 한 피해자A씨를 사후이지만 보호하고자 했고 미투 게시글 이후에는 필자를 통한 대리미투 방식으로 언론에 전달했다. A씨에 이어 미투를 한 피해자 B씨는 대리미투를 했다.

그러나 이 방식에 가장 의외의 반응을 집단은 기자들이었다. 왜 피해자의 인터뷰를 중간에서 연결해주지 않느냐, 특정 피해사례의 당사자가 피해자 A씨와 B씨 중 누구인지 왜 확인시켜주지 않느냐, 실명미투로 시작된 사건인데 왜 실명으로 이어가지 않고 익명으로 하느냐는 등의 각종 항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미투의 당사자는 보호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이어갔다.

스웨덴 미투운동의 시초는 여성배우들이 페이스북 비밀 그룹을 만들어 서로 초대를 하고 각자의 경험을 공유해 지난해 ‘익명의 증언’들을 모아 11월 배우 457명이 함께 서명한 고발 기사가 나온 데 있다. 고발 기사가 나오자마자 스웨덴의 문화·민주주의 장관은 국립극장 경영진들을 소집했다. 예술영화인조합, 스웨덴 공연예술협회도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오페라 가수 700여명, 변호사 6000여명, 음악계 종사자 2000여명의 고발이 연이어 나오고 정치인을 포함한 65개 분야 여성들이 모여 자신이 겪은 일을 증언하는 행사까지 열렸다. 관련 법령도 개정되어 성폭력 및 성관계가 상대로부터 동의를 얻었는지,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것이 가해 당사자의 몫이 됐다. 연극계는 연습 첫날 성폭력 방지 규범을 낭독한 뒤 연습을 시작하고 예술인 노조는 성폭력 관련 신고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미투 이후는 어떤가? 관련 법안 130건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필자가 대리미투 한 건의 경우 1심 재판 과정 내내 신상털기를 통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가했고 한 피해자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여전히 피해자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상대로부터 왜 위계에 의해 당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미투운동은 여성이 남성을 공격하기 위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 누구인지가 미투운동의 첫째문제일 수 없다. 구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적 합의 요소다.

이를 위해 정부 산하 ‘미투운동위원회’를 제안한다. 미투운동은 제도화로 완성되어야 하며 제도에 의해 보호된 익명 고발 및 보호가 우선시되어야 한다. 고발의 주체는 피해자들이 아니라 정부가 만든 미투위원회가 되는 것이다. 재판 과정을 빙자한 2차 피해를 가하지 못하게끔 가해자 측의 변호에 대한 엄격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길 바란다.

안일규 정치칼럼니스트는…

경성대 정치학 학사 졸-고려대 정치학 석사 졸-부경대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전) 경남시민주권연합 정책위원장

전) 창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

전) 부산참여연대 지방자치본부 부본부장

현) 정치칼럼니스트(경남도민일보, 김해일보, 양산일보 등)

현) 가야·양산일보 논설위원

안일규 칼럼니스트 fellandyo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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