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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R&D 비용 처리 기준 '강화'…리스크헤지용 공동 대표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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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R&D 비용 처리 기준 '강화'…리스크헤지용 공동 대표 '붐'
  • 조창용 기자
  • 승인 2018.09.20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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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S뉴스통신 조창용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이 연구개발비(R&D 비용)를 자산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회계 장부에 기록할 때 '무형자산' 혹은 '비용'으로 처리하는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 경우 회사의 영업이익이 커져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난다. 이 때문에 국내 최대 바이오 기업인 셀트리온 등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많이 처리한 기업에 대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주가가 영향을 받는 일도 있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19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마련해 공개했다. 예컨대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을, 바이오시밀러(복제약)는 '임상 1상 개시 승인'을 받으면 그 약품 개발에 든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품 개발은 후보 물질 발굴, 전 임상시험, 임상 1~3상, 정부 승인 신청 단계를 거친다. 금융위는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 1상에서 오리지널 약과의 유사성 검증을 하는데, 이 과정을 통과하지 않으면 자산 가치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풀리기 의혹을 받았던 셀트리온의 경우 부담을 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회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약 개발을 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회사마다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성격이 다른데 획일적으로 임상2상 시험까지는 비용 처리하라는 것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새 지침이 나오기 전 회계 처리에 대해서는 징계 대신 경고나 재무제표 수정만 요구하는 등 크게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한편 국내 제약사 중에서 최근 들어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곳이 늘고 있어 그 배경에 '오너 리스크'를 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R&D 비용을 자산으로 부풀린 탓에 외국 투자기관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에 시달린 적 있는 제약사 대표들이 금융당국의 눈총을 받자 자진해서 물러나는 대신 공동 대표 체제로 리스크를 분산하는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보령제약 최태홍 전임 대표(왼쪽), 안재현 신임 경영 대표(중앙)와 이삼수 신임 연구·생산부문 대표(오른쪽) <사진=보령제약>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은 내년 3월부터 경영과 연구생산 부문을 분리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최근 안재현 보령홀딩스 대표이사를 경영대표로, 이삼수 생산본부장을 연구생산 부문 대표로 각각 임명했다.

지난 3월에는 대웅제약이 윤재춘·전승호 공동대표 사장을 선임했다. 윤재춘 사장은 국내사업 부문, 전승호 사장은 글로벌 시장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특히 전승호 사장은 불혹을 갓 넘긴 43세에 사장직에 오르면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제약품 역시 남태훈·안재만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제약사들이 이렇게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하는 이유는 경영과 신약 연구·생산을 분리한 ‘투 트랙’ 전략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변화하는 제약환경 속에서 ‘책임경영’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제약업계는 특성상 대부분이 ‘오너 경영’ 체제이다. 그러다 보니 ‘오너 리스크’가 터졌을 경우 매출과 연구생산 등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능력있는 전문 경영인을 통한 내부혁신과 경영 관리 부문 효율화를 모색하는 추세다. 

또 다른 측면은 신약개발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신약개발을 경영과 분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한 임원은 “오너 리스크시 시장의 신뢰 회복을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지속적으로 기업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구개발에 보다 집중해 신약 R&D 위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창용 기자 creator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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