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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담론] 새로운 사회문화체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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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담론] 새로운 사회문화체계 필요하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 승인 2018.09.18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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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관계’보다 개인적 ‘소통’을 중시하는 문화 중요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필자가 공군장교로 있을 때의 일이다. 한미 정보 분야에서 근무를 할 때 미 공군 대위와 중위가 중요한 군사 전략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그 두 장교는 한 이슈를 두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군대 조직의 딱딱한 위계나 격식이 없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의 설전을 벌여도 결말이 쉽게 나지 않을 정도로 의견 대립은 팽팽했다. 토론시간이 꽤나 지나자 마침내 대위가 말했다.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의견의 결말이 나지 않으니 이렇게 하면 어떻겠소? 각자 의견에 다 일리가 있지만 이번에는 경험이 더 있는 나의 의견대로 하면 좋지 않겠소?" 

이에 중위는 군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편한 자세로 의견을 나누던 자세를 가다듬으며 벌떡 일어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수경례를 하고는 일사분란하게 과업을 처리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체험한 한 에피소드이지만 돌이켜 보면 그 속에는 우리가 존중해야할 사회적 가치가 응집되어 있는 것 같다. 어떤 사안에 대해 위계질서를 떠나 수평적 구조로 격의 없는 토론 과정을 거처 순리적으로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그것을 수용하여 목표로 매진하는 수평성, 신속성, 효율성, 전문성, 상대성이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다.

어떻게 보면 현 사회문화체계가 큰 물줄기로 선진가치를 요구하고 있는 데에도 그에 부합하지 못하는 과거 시대의 고정관념과 행동양식으로 인해 한국사회는 물질의 풍요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갈등과 대립이 지배하고 있는 양상이다. 각기 다른 의견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서구 선진사회의 네트워크는 개인적 ‘소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사회는 집단적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관계 중심의 사회 구조는 모든 부문에 걸쳐 학연, 혈연, 지연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수직적 사회질서를 고착시켰다.

이러한 사회구도는 선진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적 평등성과 사회적 균등성을 이룩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왔다. 관계 중심의 가치관은 지나친 경쟁의식과 비교심리를 조장해 학벌을 위한 사교육, 이재축적을 위한 투기, 전시효과를 위한 허례허식의 병폐를 낳았다.

이제 한국사회에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관계보다도 소통과 교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절실하다. 이것은 국민의 정서나 국가의 정신(ethos)이 혁신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한 사회철학의 기조가 변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물질의 수준이 높아진다 해도 역시 또 다른 기준에서의 갈등과 불화가 한국사회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지금의 사회적 갈등은 과거와 다른 선진가치관을 갈망하면서도 사고방식이나 실천방식이 구시대의 타성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불거진 ‘미투’나 ‘갑질’은 한국사회의 이러한 단면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사회정신의 개량은 경제지표처럼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부침하는 지표와 달리 온전한 사회의 문화체계는 이룩하는 데 오랜 세월에 걸쳐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번 정착된 선진 시스템은 역사를 통해 영원히 국민성으로 발현되게 된다.

이제는 사회문화가 급속하게 이전 권위주의의 수직적, 경계적(境界的) 형태에서 수평적, 통합적 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메가 트렌드를 체득해야만 진정한 선진사회와 공정국가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새로운 시대의 선진가치를 외치지만 사회적 문화풍토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은 더디기만 한 현실이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은...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겸 문예진흥실장과 13년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지냈다.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퍼스널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석세스 패러다임>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 14권을 저술했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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