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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의 非對称性... 소비자 無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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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의 非對称性... 소비자 無知
  • 정건작 논설위원
  • 승인 2011.05.0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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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건작 논설위원
우리가 일상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품의 구득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그 가격과 비용은 합리적이며 그것은 우리가 지불 할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 인가 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물론 소비하는 사람의 처지와 입장에 따라 각자의 생각과 느낌이 다르겠지만, 소박한 경제이론으로 말하자면, 그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공급이 한정된 가운데 소비가 많아지면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반대로 소비는 변동이 없는 데 공급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우리 국민 절대 다수가 좋아하는 김치 담그는 김장철에 배추나 무 같은 작물의 소출과 작황의 성패에 따라 가계의 김장비용이 등락하는 이치와 같다.

그런데 이와 같은 원리가 통용되지 않는 부문중 하나가 보건의료의 서비스 분야이다. 즉 의료기관의 시설이나 의사 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의료비는 내려가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먼저, 의료시장은 소비자와 공급자인 의사간에 정보가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는 이른바 정보의 비대칭성(Asymmetry of Information)이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는 자신의 건강상태와 제공되는 보건의료 서비스의 내용에 대한 무지, 가격정보의 부족, 치료결과에 대한 무지 등 이른바 소비자 무지(consumer ignorance)가 의료시장에는 다른 시장보다 광범위하게 존재 한다 . 다른 분야의 소비자나 공급자는 상대적으로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보건의료 부문은 매우 복잡하고 기술적인 정보를 전문가인 의사가 독점 하고 있어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소위 공급자 유인수요(supply induced demand)가 많은 시장의 성격 때문에 일반적인 경제원리와 맞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늘날의 의료 환경은 이러한 시장의 구조적 편향에도 불구하고 의료소비자들이 정책당국의 의료기관에 대한 서비스 평가와 특정진료의 질 수준 공개 등을 통해 점차 의료에 대한 상당한 지식과 정보를 가지게 됐으며, 질병 치료과정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바야흐로 소비자 주권(consumer sovereignty)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의료소비자들은 이렇게 채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요구가 잘 반영되는 서비스를 선택할 것으로 예견된다. 즉 의료시장도 공급자 지배에서 고객만족의 소비자 지향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소비자 무지’의 문제가 보건의료시장 아닌 다른 부문에서도 우리 생활 속에 넓게 퍼져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않된다. 몇 년 전, 이 정부 출범 초기에 우리 사회는 쇠고기 수입문제로 한 바탕 떠들썩한 바 있었다. 당시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일과 국가 간의 교역에서 국제적 준거와 질서를 지키려는 노력이 소통부재로 상충하면서 본질이 왜곡되고 문제가 됐던 여러 논쟁은 논외로 하고, 필자는 우선 쇠고기와 같은 식품들이 수입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유통과정에서 소비자가 얼마나 잘 알고 소비 할 것 인지에 대하여 언급하고 싶다.

정부관계당국에서 수입농산물에 대한 검역과 원산지 표시를 철저히 해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한다고 하지만, 쇠고기를 포함한 농축수산품의 원산지 표시가 일반시장에서 그동안 잘 이행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설령 표시를 했다 하더라도 소비자인 국민일반이 그 진위를 잘 알 수 없고, 공급자인 상인에게만 정보가 독점되는 이른바 ‘소비자 무지’의 문제가 이 부문에도 존재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경우의 농수산물들이 시장에서 중국이나 러시아 산물을 국내산 또는 북한 생산품으로, 어떤 수입물품은 국내산과 적당히 섞어 국산으로 허위표시 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TV 고발프로에 의하면, 시중에서 유통되는 돼지고기 갈빗살을 조사해 보니, 정작 값싼 수입돼지의 목 부위나 앞다리 살을 따로 모아둔 뼈에다 식용 접착제로 붙여 갈빗살로 둔갑시켰고, 심지어 그 식재료를 공급받은 음식점조차 이를 분별하지 못 했다니 소비자인 국민은 더 말 할 나위도 없다. 이 밖에도 정책당국이 소비자가 현명해 지도록 관심 가져야 할 대목은 너무나도 많다. 원산지가 다른 식육제품은 나라별로 철저하게 구분(수입이 다변화되면 국산과 수입산이란 이분법은 곤란함)해야 함은 물론, 가격과 그에 걸맞는 부위별 등급차이는 어떻게 판별해야 하는 지, 정육점등 시장에서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 했을 때, 상인에 대한 행정조치와 함께 소비자구제는 어떻게 하며... 살코기 부위나 중량을 속여 조리, 판매한 경우를 소비자가 어떻게 식별, 고발하는 것인지 등등... 참으로 할 일이 너무나 많이 산적해 있다.

이러한 일련의 문제는 보건의료 서비스 시장에서 정보가 공급자에게 독점적으로 치우쳐서 소비자의 무지가 가져오는 폐해와 다를 바 없다. 이와 같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소비자들이 똑똑해 지도록 부단한 정보와 지식을 심어주는 일이 아주 중요한 과제이다. 이를 위하여 중앙정부는 여러 규정과 지침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만들어 제도적 기준을 잘 세우고, 자치단체는 이를 엄정하게 시행하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국민에 대한( 공급자인 업자와 소비자 모두 포함) 다양한 홍보를 지속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일들은 경험상 정부의 강력한 시책 추진만으로는 인력과 재정이 한계에 부딪치기 마련이어서 각계의 구성원이 관여하는 사회적 통제 속에 관민이 함께 추진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예컨대,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 특히 요즈음 현명하고 집단적 위력을 가진 SNS 인터넷망 ,소비자 권익보호 운동단체, 그리고 주요 여성단체 등이 앞장서서 이 분야의 여러 지식과 유익한 정보를 널리 알려 우리 국민들이 소위 ‘소비자 무지‘로부터 깨어나서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쇠고기를 비롯한 국민 먹을거리를 안전하고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본 칼럼은 'KNS뉴스통신'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건작 논설위원 kunjak@hira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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