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나 빠짐없이 끼어들거나 꼭 있어야 하는 물건을 가리킬 때 비유적으로 흔히 약방의 감초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한약을 지을 때 일반적으로 감초가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래된 속담이라 하겠다. 이처럼 한약 처방에는 감초가 거의 대부분 같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이전 집에서 한약을 달이고 나면 달인 찌꺼기에서 아직도 단물이 남아 있던 감초를 찾아서 씹곤 했었다. 씹을 때마다 입에서 배어 나오던 단맛은 강렬하여 쉽게 감초를 입에서 내뱉기가 어려웠고 씹어도 씹어도 단맛은 가시지 않았다.
감초는 장미목 콩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의 뿌리를 말한다. 뿌리는 적갈색으로 땅속 깊이 들어가서 곧게 자란다. 일반적으로 적당히 모래가 섞인 토질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토질이 단단한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때문에 이전 중국으로부터 수입품 약재 중에는 감초가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도 재배하고자 여러 지역에 심어보았지만 잘 자라지 않고 단지 함경북도 지역에서만 잘 자랐다고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이다.
아무튼 땅속으로 깊이 뿌리를 뻗고 자라기 때문에 한의학적으로는 땅의 기운을 가득 담고 있는 약재이다. 땅의 기운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곧 위장의 기능을 돕는 작용이 강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감초는 우선 위장의 기능을 돕는 효능이 있다. 감초가 위장의 기운이 약하여 식욕도 떨어지고 항상 배가 부르며 자주 설사하거나 토하는 증상에 사용되어 온 이유이다.
실제로도 감초는 위암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를 억제하고 아울러 위산의 분비를 억제하고 위점막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서 위궤양 및 십이지장궤양이나 구내염 등에 사용된다. 또한 장의 경련을 완화하는 효능 때문에 장염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및 크론씨병과 같은 소화기 질환에 사용되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도 감초는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구토하는 증상을 없애고 모든 약의 독을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감초는 모든 약의 효능을 조화시켜 부작용 없이 제대로 효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흔히 감초를 나라의 훌륭한 원로라는 뜻의 국로(國老)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울러 감초는 오장과 육부의 일체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모든 장기의 기능을 높이며 뼈와 근육을 튼튼히 하고 살을 튼실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옛 한의학 서적들을 살펴보면 감초는 위장의 기운이 떨어져 설사하고 구토하는 증상 외에도 오래도록 기침이 멎지 않거나 과로로 몸이 약해지고 피곤해 하는 증상의 치료에 사용하여 왔다. 또 모든 약의 해독에도 감초를 사용한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감초를 사용할 때 감초를 그냥 가공하지 않고 사용하거나 아니면 불에 굽거나 꿀을 바른 다음 굽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가공하지 않고 사용하는 감초는 염증을 없애고 화기를 내리는 효능이 강하다. 반면 불에 구운 감초는 위장의 기능을 높이는 효능이 강하다.
옛 이야기를 보면 오래 전 중국 어느 산골 마을에 한 유명한 의사가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이 의사가 다른 동네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있게 되었다. 그런데 때마침 많은 환자들이 그 의사의 집으로 치료를 받기 위하여 찾아왔다.
의사가 출타중인지라 의사의 부인은 사정을 말하였지만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가 잘 쓰는 약이라도 있으면 달라고 하였다. 이에 부인은 땔감으로 쌓아 두었던 마른 나무를 가져와 잘라서 봉지에 싸서 환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며칠 후 집에 돌아온 의사에게 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들어와 지난 번 약을 먹고 잘 낫게 되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놀란 의사가 부인에게 어떤 환자에게 무슨 약을 썼는가를 물었다.
부인은 어떤 환자는 위장이 약했고 또 어떤 환자는 기침과 가래가 심하였고 또 어떤 환자는 목이 심하게 아팠으며 또 다른 환자는 몸에 종기가 심하였는데 저 마른 땔감을 잘라서 주었다고 말하였다.
의사는 이렇게 효능이 다양한 저 마른 땔감(乾草)이 정말 좋은 약이로구나 하면서 이후 발음이 같은 감초(甘草)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감초에는 글리시리진이라는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이 성분은 사탕수수보다 약 50배 정도 당도가 높다. 그래서 유럽 등지에서는 감초를 이용하여 사탕이나 과자를 만들기도 한다.
기타 감초에는 플라보노이드나 사포닌 등도 함유되어 있다. 글리시리진은 스테로이드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과량 섭취하게 되면 체내의 알도스테론이 높아져 혈중 코티솔 농도를 올리거나 혈압을 올리는 증상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발생하려면 하루에 감초를 100-200그람 정도를 섭취해야 하는 용량이므로 한약에서 처방되는 감초의 양으로는 이런 부작용을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과민한 사람에서는 감초는 부종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감초에 함유된 글리시리진은 만성 간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간효소의 수치를 낮추는 것이 실험적으로 밝혀졌다.
또한 강한 항균 및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어서 포도상구균이나 진균 또는 연쇄상구균 같은 세균이나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억제하며 나아가서 암조직의 일부도 파괴하는 효능도 있다.
또 감초의 성분 중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여 결국 뇌세포의 노화를 방지하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실제 감초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살펴보면 감초에는 면역을 조절하는 효능이 있다. 감초는 면역 기능을 높이고 임파구를 활성화시키는 효능이 있다. 또한 백혈구의 탐식 작용도 증강시킨다.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도 강하다.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삭이는 효능도 있다.
감초에는 해독작용이 있다. 감초는 식중독이나 약물중독 등에 대하여 해독시키는 효능이 뛰어나다. 이 해독작용을 나타내는 감초의 성분은 바로 글리시리진이다.
이 성분은 물에 용해되어 포도당 등으로 분해되는데 이 성분이 독소와 결합하여 체내에서 독소의 흡수를 줄이게 된다. 또 화학적 침전을 형성하여 독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간세포에서 효소의 활성을 증가시켜 해독작용을 높이게 된다.
이 밖에도 감초는 부정맥을 방지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며 혈소판의 응집을 막는 효능도 있다.
따라서 심장병 등의 환자에도 감초가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실제 감초를 주성분으로 하는 한약 처방인 자감초탕은 옛날부터 부정맥의 치료에 사용되어 온 처방 중의 하나이다.
최근 감초에는 암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감초는 실험적으로 간암을 억제하였고 피부암도 예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구운 감초는 암세포 증식 효과가 가공하지 않은 감초에 비하여 2-3배 높았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한의학에서도 감초의 마디에 해당하는 감초절은 예로부터 종기나 부스럼을 없애고 독을 배출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감초에 함유되어 있는 식물성여성호르몬은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능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이런 다양한 효능 때문인지 최근에는 이른바 감초 주사가 유행이다. 즉 감초의 성분을 추출하여 주사로 맞는 것인데 면역 조절 및 면역 증강의 효능과 간기능 개선 그리고 항염 및 항알레르기 작용은 물론이고 해독효과와 스트레스 억제 및 항암, 항산화 효과 등이 있어 각종 피부질환은 물론이고 간기능을 개선시키는 목적으로 투여한다고 한다.
실로 감초 하나에 이런 다양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채롭다. 다시 한 번 자연의 신비에 놀랄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조상들이 왜 약방의 감초라 할 정도로 감초를 애용해 왔는지도 알만하다 하겠다.
◇ 송봉근 교수 프로필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장
現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한의학 박사)
現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6내과 과장
원광대학교 한의과·동 대학원 卒
中國 중의연구원 광안문 병원 객원연구원
美國 테네시주립의과대학 교환교수
글/송봉근교수 jlist@kns.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