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0:57 (금)
울산 ‘우정역사의 산실’ 120년 역사 사라진다
상태바
울산 ‘우정역사의 산실’ 120년 역사 사라진다
  • 강경복 기자
  • 승인 2018.07.12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구 북정동우체국, 주택재개발사업 영향 이전 불가피

[KNS뉴스통신=강경복 기자] 울산 중구 북정동 한 모퉁이에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체국 터가 남아있으며 아직도 그곳에서 우정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화재 사료적 가치는 물론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북정동 동헌 부속 건물에서 조선시대부터 시행된 업무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공공기관이 다름 아닌 북정동우체국이다.

하지만 이 지역 주변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해 머지않아 이전을 해야 하는 딱한 사정을 접했을 땐 울산의 근시안적 문화수준을 탓하기 보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송구스러움이 밀려왔다.

□ 120년 역사의 현장

북정동우체국은 울산 관아의 형리청(刑吏廳)이 있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대한제국기인 1898년(광무 2년)부터 우편업무가 시작됐다.

울산의 우정사업은 1897년 대한제국이 칙령으로 임시우체규칙을 공포하면서 시행됐다.

이 규칙에 따라 이듬해 설치된 부산우체사(郵遞司)는 울산을 비롯한 밀양, 기장, 김해 등 8개 군의 수령에게 우정업무를 위임했다.

울산군은 관아에 있던 형리청 건물에서 우정업무를 시작했다.

1905년 울산임시우체소가 동일한 장소에서 개소했고 1910년울산우편국으로 이름을 바꿨다.

1950년부터는 울산우체국으로 변경돼 1977년까지 존속했다. 울산우체국이 신정동으로 옮겨가면서 이곳은 북정동우체국이라는 이름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한제국기와 일제강점기, 미 군정기를 지나 지금까지 120년 동안 동일한 장소에서 우정업무를 지속해온 북정동우체국은 살아있는 울산 우정역사의 산실이나 다름없다.

 

 

□ 120년 역사를 옮긴다니…

북정동우체국은 지난 1일자 인사이동이 있었다.

조명아 국장이 부임하고 변상복 전 국장은 태화동우체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변 국장을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북정동우체국 역사에 정통하면서 울산 문화유산에 대한 자긍심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울산 문화를 재조명 차원에서 동헌을 연계하는 관광 상품으로 북정동우체국 시설을 개선하면 역사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라고 일갈하는 변 국장.

변 국장은 북정동우체국 이전 반대하며 버티다 결국 두 손을 들었지만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는 목소리다.

북정동우체국을 옮기게 된 사연은 중구 B-04구역 주택재개발정비 사업 영향이다.

중구청 인허가 관계자는 “조합 측으로부터 사업시행 인가 신청이 접수돼 있다”며 “이후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이주를 시작하는데 대략 2020년께 북정동우체국이 이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부지 내 대체 부지를 만들어 동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등공공기관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한다는 구상도 전했다.

안타까운 일은 중구청 관계자 역시 북정동우체국의 역사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현대식 건물로 지어져 보존 필요성이 크게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덧붙여 울산동헌 일대를 읍성을 중심으로 선형모양으로 근린공원을 조성해 더욱 환경이 좋아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정동우체국의 역사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탓할 수는 없다.

북정동우체국 입구 앞에는 중구청이 세워놓은 표지판이 버젓이 서 있다.

‘잊히지 않을 어떤 것 울산우체국’이라는 큰 제목이 눈에 뛴다. 북정동우체국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문득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상념에 잠긴다.

북정동우체국이 터 잡고 있는 그곳에서 120여 년 전부터 소중하고 고마운 소통의 수단, 집배원의 바쁜 발걸음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누군가에게 배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강경복 기자 bbk3038@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기기사
섹션별 최신기사
HOT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