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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의 以言傳心] 1970년 시작된 ‘콘드라티예프 제5순환’ 종결…50년 주기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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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의 以言傳心] 1970년 시작된 ‘콘드라티예프 제5순환’ 종결…50년 주기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 이재광 논설위원
  • 승인 2018.07.0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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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어떤 나라든, 보통 경제나 산업에 관한 한 ‘위기’를 거론하지 않으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괜히 ‘위기’를 논했다가 경제든 산업이든 기업이든 진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주 “현실을 외면한다”거나 “가진 자의 편”이라는 비판이나 오해를 받기도 한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언론이 자주 ‘위기’를 거론한다. 내용도 복합적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보호무역주의, 세계적인 환율ㆍ무역전쟁과 주가 하락, 국내 부동산경기침체와 양극화와 내수부진에 고령화까지. 특히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최근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는 느낌이 든다. 이런 점에서 국내 언론이 제기하는 ‘위기론’은 과하지 않아 보인다.

기왕에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으니 내친 김에 하나 더 집고 넘어가도록 하자. 바로 ‘경기순환론’이다. 경기는 순환한다. 이건 누구나 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 ‘경기순환론’을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주기다. 누구는 3년, 누구는 10년, 누구는 50년 전후의 주기를 주장한다.

이중 50년 전후 주기의 장기순환론에 대한 전문가들의 신뢰가 특히 각별해 보인다. 꽤 많은 학자들이 3년이나 10년 등 단기 또는 중기 순환론은 가끔씩 ‘이(齒)’가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러시아의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의 이름을 따 ‘콘그라티예프순환’으로도 부르는 이 ‘장기순환’은 산업혁명 이래 어긋난 적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그렇다면 이 콘드라티예프의 장기순환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뭔가 의미를 주는 것일까? 알리안츠생명 산하의 자산운용사인 알리안츠GI의 분석 보고서 『여섯 번째 콘트라티예프 장기순환』을 보자. 2010년 발간된 이 보고서는 이미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시점에서도 콘드라티예프 순환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잘 알려준다.

우선 이 보고서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현재까지 자본주의는 모두 5번의 콘드라티예프 장기순환을 거쳤다고 말한다. ①1780-1830년까지의 50년인 제1순환 ②1830-1880년까지의 50년인 제2순환 ③1880-1930년까지의 50년인 제3순환 ④1930-1970년까지의 40년인 제4순환 그리고 ⑤1970년부터 21세기 어느 해까지의 50년 전후의 제5순환이 그것이다.

보통의 독자라면 이 보고서를 보고 세 가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첫째, 왜 순환이 50년 전후일까? 누구나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정답은 없다. 하지만 일반론은 있다. 도로 등 사회 인프라, 건물이나 생산시설 등 중후장대(重厚長大)한 각종 사회 및 기업 시설의 수명 또는 주기가 대체로 50년 전후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노후시설의 잔존에 따른 시설과잉과 그로 인한 과잉생산 상황을 순환과 연결시키려는 게 일반적인 논리다.

둘째, 한 순환이 끝나고 새로운 순환이 시작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820년대 발생한 자본주의 최초의 불황과 이후 1830년 7월 혁명으로 대표되는 정치ㆍ사회적 대 혼란, 1870년대 유럽 전역을 휩쓴 불황과 이후의 제국주의 전쟁, 1930년대의 대공황, 그리고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 협정의 파탄과 중동전쟁. 순환의 전환기 때 찾아오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혼란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셋째, 콘드라티예프 순환의 5번째 주기는 언제 끝나며 6번째 주기는 언제 시작되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시작된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지금 내기 어렵다. 아직은 역사가 ‘진행 중’인 탓이다. 5번째 순환이 시작된 1970년부터 50년 뒤면 2020년이다. 한두 해 정도 빠를 수도 있으니 어쩌면 올해가 될지도 모른다. 한두 해 정도 늦으면 4~5년 뒤가 될 수도 있다.

결론.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새로운 50년’이 막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콘드라티예프 장기순환은 이제 막 지난 50년의 한 주기를 끝내고 새로운 50년의 주기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이 ‘전환기’가 곧 ‘위기’임을 알려준다. 이런 생각이라면 요즘 언론이 말하는 ‘위기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위기의 ‘원인’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위기의 원인으로 금리, 무역, 환율, 내수부진, 부동산시장 침체, 양극화 등을 꼽는다. 그러나 콘드라티예프의 순환론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들은 위기의 ‘증후(症候)’일 뿐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증후’의 ‘옷’을 벗겨내면 ‘시설과잉’과 이로 인한 ‘과잉생산’이 ‘알몸’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이런 시각에서 “불황은 ‘과잉시설’을 없애주는 자본주의의 필요악”이라는 논리가 선다. 그래서 슘페터는 불황을 가리켜 ‘자본주의의 단비’라고까지 했던 것이다.

불황에는 엄청난 희생이 따른다. 금리가 올라 빚에 가위눌리고 손님이 없어 가게를 접고 물건이 안 팔려 회사 문을 닫고 졸지에 실업자가 되고…. 이들에게 불황이라는 자본주의의 ‘단비’는 온갖 불순물이 섞인 ‘쓴비’와 다름 아니다. 누구나 ‘불황’이라는 ‘불청객’이 우리를 비껴가기 바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준비도 해야 한다. 국가도 기업도 가계도 개인도 모두 마찬가지다. 산업혁명 이래 장기순환은 어긋난 적이 없다는 학자들이 꽤 있지 않나.

논설위원 /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재광 논설위원 imu@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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