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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투표 과연 정치혁신을 이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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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투표 과연 정치혁신을 이룰 것인가
  • 최충웅 편집인
  • 승인 2012.01.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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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모바일투표, 과연 정치혁신을 이룰 것인가

편집인/사장    최 충 웅 

지금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소용돌이 치는 가운데, 어제 15일 돈봉투선거 대안으로 모바일투표가 시행되었다. 한국 정당 사상 대규모 모바일 투표가 이루어졌다. 이번 민주통합당 정당대회에서 금권선거의 대안이라는 기치아래 모바일 투표제 실시결과 한명숙 대표와 최고위원 지도부 5명이 선출 됐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모바일 투표가 승부를 갈라놓아 휴대폰 엄지족이 조직을 압도한 것이다. 이 같은 결과는 모바일 투표자 수(47만8385명)가 현장 투표(3만4829명)의 13.7배였기 때문이다. 투표율면에서도 모바일 투표는 84.4%였지만 현장 투표율은 20.8%에 그쳤다. 지금까지 당원 중심의 선거구도가 무너진 셈이다. 당원 12만8000여명 중 투표 참여자는 42%대인 5만5000여명에 그쳤다. 45만8000여명이 참석한 비당원(일반인) 선거인단에 비해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대의원 투표도 1만2759명만 참석했다. 모바일 선거인단의 59.4%가 수도권이었고 호남은 22.7%에 그쳤다. 그 결과 새 지도부 6인 중 호남은 한 명뿐이다. 선거 참여층도 젊어졌다. 일반 모바일 선거인단 중 40세 미만의 비율이 44.4%에 달했다. 이는 실제 우리나라 20·30대 인구 비중(38%)보다 높은 비율이다. 결과적으로 당원의 영향력은 떨어지고 젊은 모바일 선거인단의 표심을 누가 잡느냐가 중요해졌다. 총선·대선 후보 경선도 모바일 투표제를 확대실시 할 경우 선거의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고, 젊은 세대의 표심이 과다 반영되는 '세대 간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의 국민선거인단 신청자가 64만명을 넘어서서 국민들의 관심이 쏠렸다. 과연 이번 모바일 투표가 향후 정당선거와 총선, 대선에서도 반영 될 수 있을 것인지 분기점이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 경선인단 가운데 모바일투표 대상자는 56만명이다. 일반시민 64만명 중 88.4%가 현장투표가 아닌 모바일투표를 선택했다. 모바일 투표가 처음 채택된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경선 당시 현장투표 인원(168만여명)이 모바일투표(23만여명) 인원에 비해 7.3배 높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 스마트폰 사용자 2천만명을 넘어선 미디어혁명 시대를 실감케 한다. 민주통합당은 지도부 경선에 대의원 2만1000명의 투표를 30%, 일반 선거인단 투표를 70%씩 반영하기로 하고, 지난달 26일부터 선거인단 신청을 받았다. 모바일투표 신청에 하루 평균 5만명씩 신청자가 몰려들었고, 9일 부터는 국민참여 선거인단의 모바일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투표는 14일 까지 매일 오전 8시에서 밤 10시 까지 진행되었고, 15일 대의원 현장 투표 결과가 합산돼 최종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이 기간 임의의 시각에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 3회, 음성 ARS 2회가 발송되어 유권자는 안내에 따라 투표에 참여했으며, 투표 안내를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 뒤 7자리를 입력한 뒤 후보 9명 중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 2명을 선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대의원 투표는 전국 251개의 투표소에서 1인당 2명의 후보자를 선택 할 수 있었다.

 이번 모바일 투표는 개별 정당의 당내 행사이긴 하지만 ‘돈봉투’ 사건과 연관지어 기존정치선거문화를 혁신할 수있는 방법일수도 있다는 점과 기존의 체육관에서 행하는 ‘그들만의 행사’ 에서 일반국민을 대거 참여시켜 정당정치의 대의성을 확대할 수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모바일투표제가 지금 정치권이 돈봉투 사건으로 겪고 있는 홍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로 강조되고 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과 외면이 확인되었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은 기존 정당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모바일 선거인단 투표는 정당에 등 돌린 젊은층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서 정당정치의 위기에서 벗어날려는 치열한 몸부림의 측면이 강해 보인다.

 모바일 투표는 도입부터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모바일 투표는 관권·금권선거의 대안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혼재한다. 그만큼 모바일투표는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인 입장은 정당의 민주성이 크게 반영 된다는 것이다. 우선 정당의 운영을 책임지는 지도부 선출을 완전 개방함으로써 정당은 가장 기본적인 권한을 유권자들에게 내주고, 유권자들의 뜻에 따라 가장 민주적인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당들의 패거리 정치와 부패정치의 근원이 곧 폐쇄적인 공천제도였다. 공천권과 지도부 선출이 국민선거인단에게 개방된다면 이런 구태적인 악습이 개선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모바일 투표로 번거롭게 투표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투표할 수 있다면 교통비나 음식값 등 관행적으로 있었던 참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20ㆍ30대가 정당이나 정치활동에 대거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총선ㆍ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나 당협 회장, 지역위원장 등이 가진 기득권을 배제하며 정치 불신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투표의 단점은 우선 민주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선거, 비밀선거’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여러 사람이 모여 토론을 하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자는 결론을 내린 후 투표하면 이는 비밀투표라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리고 직접투표가 침해되는 것으로서, 특정 유권자가 작심하면 대리투표도 가능하다. 자신의 부모 형제나 친목단체의 휴대전화를 모아 선거인단에 등록하고 이들의 휴대전화를 사용해 본인이 투표한다면 이를 걸러낼 방법이 없다. 또 모바일 기기를 갖지 않을 경우 투표행위가 제한받기 때문에 이는 보통선거라는 취지에도 위배된다. 우리나라 휴대전화 보급대수가 충분하다고 하지만, 유권자 중 한 사람이라도 모바일 기기가 없어 기회가 박탈당하면 이 역시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 된다. 트위터 등 SNS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파워 트위터리안의 영향이 투표 결과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도에서 자신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닌 타인의 의견이 반영되는 왜곡된 형태의 선거가 될 우려도 있다.

 선거가 자칫 인기투표로 전락할 수도 있다. 실제 정책이나 능력 검증보다 단지 인기 중심으로 치우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공천이나 후보의 기준이 능력이 아닌 인기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포퓰리즘에 의한 선거 이벤트만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적인 오류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투표 첫날인 지난 9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시스템 오류로 인한 항의가 빗발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일반휴대전화(피처폰)에서 2명의 후보 중 1명만 선택되는 문제와 스마트폰의 본인인증 과정에서 주민등록 입력 오류 등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모바일 투표 과정에서 오류가 4백여 건 발생해 긴급 조치 등 복구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선거관리위원회는 특정 시간대에 투표가 집중되면서 본인 인증이 되지 않거나 일부 구형 휴대전화에서 후보가 제대로 선택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오류를 수정하고 해당 선거인단에게는 재투표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투표인단이 얼마나 투명한가’ 하는 문제이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이다. 이번 민주통합당 전대 과정에서 불거진 조직동원 논란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로서 특정 계층의 참여가 두드러지는 오픈프라이머리와 모바일투표의 경우 국민여론과는 갭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일반선거인단으로 신청한 64만여명 가운데 88%가 모바일을 이용해 신청했다. 당연히 40대 이하의 젊은층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경선인단을 살펴보면, 20∼30대와 수도권 시민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수도권 경선인단이 59.4%인데 반해 호남 경선인단은 22.7%에 불과했다. 또한 모바일투표인단 중 20∼30대가 44.4%인 반면 40대 이상은 55.6%였다. 경선을 앞두고 있는 각 후보캠프 진영에 “20∼30대와 수도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아라”는 전략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는 것이다. 모바일 사용이 힘든 노년층과 저소득층은 원천적으로 배제된다는 점이다.

 또 당원ㆍ비당원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정당이 불안정해지고, 아예 당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반선거인단 투표가 대표 선출의 70%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당원의 최대권리가 완전 개방된 마당에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당원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정 팬클럽이 막강한 모바일 영향력을 앞세워 여론 흐름을 이끌면 정당이 대표하는 집단과 정체성이 불명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표권만 부여하는 모바일 선거인단 방식으로는 정당정치에 등을 돌린 유권자를 다시 불러오기에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모바일 정치 참여의 폭을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 우선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검증, 토론에 모바일이 적극 활용돼야 할 것이다. 방송 토론에서도 후보자와 소수의 패널만 참여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유권자가 참여하여 검증할 수 있는 모바일 토론의 공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모바일 정치 참여가 대표자를 선출에서부터 일상정치로까지 확대되는 방안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정당의 정책과 당론이 소수의 지도부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모바일 공간 속에서 유권자들에게 개방되고 여론이 수렴되어야 한다. 서구 정당들도 모바일 투표제가 시민의 정치 참여 기회를 넓혀가는 보완 수단으로 활용되고, 당과 국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팬클럽 정치가 기성 정치권을 바꾸는 쇄신 모델이 될 수는 없다. 모바일 투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한 이후에야 보편화되는 것이 타당 할 것이다.

 

최충웅 편집인 choongw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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