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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펄프가 아닌 ‘옥수수대’로 종이 제조 '인류 혁명' 찬사...종이시장에 혁신의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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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펄프가 아닌 ‘옥수수대’로 종이 제조 '인류 혁명' 찬사...종이시장에 혁신의 바람이 분다
  • 김보라 기자
  • 승인 2012.01.1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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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CPNP Holdings 박종봉 회장

CPNP Holdings 박종봉 회장=사진/김현수 기자

사진 우측에서 3번째 박종봉 회장
옥수수대로 만든 종이 2014년까지 국내에서 상용화할 계획
미국농무성산하임산물연구소로부터 ‘인류의 혁명’이라는 평가 받아

[KNS뉴스통신 김보라 기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범국가적으로 종이컵과 같은 일회용품의 사용을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커피전문점은 머그컵 이용을 권하고 기업에서도 종이컵 사용 자제 캠페인을 벌이거나 이면지를 사용하는 등 친환경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원이 부족해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다. 물론 종이도 예외는 아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한 원자재로 나무가 사용되는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조건을 극복하고 나무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를 만들 수 있는 혁신이 일어났다. 평생을 바쳐 친환경적이면서 경제적으로도 유익한 방법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사업가가 있다. 전 세계 최초로 목재가 아닌 ‘옥수수대’로 펄프를 제작한 CPNP Holdings의 박종봉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고향인 충청도 공주에 선친이 설립한 중‧고등학교를 매각한 자금으로 옥수수대 펄프 사업에 혼신의 힘을 쏟아부었다. <KNS뉴스통신>은 '삶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박 회장을 만나 도전으로 점철된 입지전적 성공담에 대해 들어봤다. 

 -옥수수대로 종이를 만든다는 것이 놀랍다.
▲강원대학교 원종명 교수(前한국 펄프 종이 공학회 회장)가 처음으로 이것을 개발해냈다. 물론 사업화하려고 했을 때 한국제지협회의 반발이 심했다. 목재 펄프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돼 자신들의 영역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서다. 그간 비(非)목재 기술은 많았다. 볏짚, 밀대, 사탕수수 등이 있었으나 질이 떨어졌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옥수수대 펄프는 목재 펄프로 만든 종이와 크게 차이가 없다. 옥수수는 맛있게 먹고 버리는 ‘대’로 종이를 만드는 것은 정말 획기적이다. 실제 옥수수대 종이에 글씨를 써본 결과 일반 A4용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 FPL(USDepartmentof Agriculture Forest Products Laboratory ‧ 미국농무성산하임산물연구소)서 ‘인류의 혁명’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개발 당시 어려움은 없었나.
▲“IMF가 끝난 1999년경 이것을 들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는데 굉장히 힘들었다. 사람들이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것 같다. 공주대 화학과 유해일 교수가 대체 플라스틱을 찾다가 옥수수대에서 최적의 섬유질을 추출해냈다. 어느 날 동료 교수가 유 교수 방에 우연히 들렀다가 ‘화학과 교수가 무슨 펄프에 관심이 있나며 쓸데없는 데 관심갖지 말라’고 비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나는 2000년에 강원대 원종명 교수에게 대체 펄프에 대한 검증을 받으러갔다. 원 교수는 제지학회의 권위자. 이분의 첫 반응은 탐탁지 않았다. 한번 살펴보겠다며 두고 가라고 했다. 별 반응이 없길래 기대를 안했는데 일주일 후 연락이 왔다. ‘현재는 아직 미숙하지만 더 연구하면 대체 펄프로 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무나 기뻤다. 이후 상용화하기 위해 원종명 교수가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그 분이 미국으로 건너가 FPL에 1년간 머물면서 비(非)목재펄프에 대한 연구를 해주었고 결국 특허를 내게 됐다.

필리핀과 옥수수대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하는 장면. 필리핀 정부는 80% 지급보증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해외기업이 자국에 들어와서 국채은행이 80%나 지급비용을 서준 것은 전례가 없다. CPNP는 필리핀 이사벨라주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부지 선정에 들어갔다.

 
-특허 등록은 언제했나.
▲PCT국제출원을 했다. 130여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서 2년간 유사특허를 내지 못하도록 특허권이 보장된다. 이미 2003년에 미국서 기술력을 검증 받았고 중국제지회사에 이어 지난해 한국 특허청에서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특허를 취득했다.

-회원국들 가운데 옥수수대로 종이펄프를 만드는 곳은 없나.
▲전 세계에서 CPNP Holdings가 최초다. 우리 회사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 1999년이면 상용화할 시기가 다소 지체된 것 같은데.
▲2006년만해도 투자자를 선별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좋아서 일본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기업으로부터 잘못 투자를 받았다가 경영권 분쟁으로 법정싸움까지 번졌다.  다행히 승소하긴 했지만 소송을 당해 모든 게 취소됐다. 그 후 사람들이 악소문을 퍼뜨렸다. 1%만 부정적이어도 투자자는 돌아선다. 그래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기가 어려웠다.

-목재펄프와 비교해 옥수수대 펄프의 장점은.
▲목재칩 1톤을 넣으면 생산 가능한 펄프의 양은 400kg이 나오지만 비(非)목재는 100kg적은 300kg이 나온다. 또 목재보다 약하지만 이에 따른 장점이 있다. 프로세스의 1단계인 다이제스트(끓여서 녹이는 작업)가 목재칩은 6시간이나 소요되지만 옥수수는 훨씬 부드럽기 때문에 금방 녹는다. 따라서 이산화탄소배출이 목재펄프의 30%다. 뿐만 아니라 벌목을 하지 않음으로써 숲을 살리고 화학용품도 적게 들어가 친환경적인 사업이다. 세계적으로도 CPNP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활엽수 펄프와 옥수수대 펄프를 비교한다면.
▲목재펄프는 7~30년 자란 목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산림훼손이 심각하다. 또 제조 공정상 비용이 만만치 않다. 펄프 수율도 40~45%밖에 안 된다. 펄프수율이란 투입량 대비 완성품 비율을 말한다. 옥수수대 펄프는 1년생 옥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자재 수급이 쉽다. 또 가격은 목재의 15%에 달하고 제조 공정비용도 낮아 경쟁력이 높다. 수율은 55%에 달한다.

옥수수대는 기존 목재펄프를 대신할 수 있는 우수한 대체체이다. 강원대 원종명 교수의 연구 결과 옥수수대는 적은 리그닌(lignin,셀룰로오스 및 헤미셀룰로오스와 함께 목재의 실질을 이루고 있는 성분)과 높은 셀룰로오스의 함량은 고해·섬유 결함 등에서 강하다. 평균 섬유장은 활엽수 펄프와 비슷하지만 장섬유의 함유 비율이 높아 강도적 성질 향상에 기여하며 섬유폭은 침엽수 및 활엽수 섬유보다 좁다. 따라서 높은 유연성과 순응성을 가지며 낮은 불투명도와 벌크를 가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헬기에서 내려다 본 필리핀 현지 30만평 규모의 옥수수 재배 지역 전경
헬기에서 내려다 본 필리핀 현지 30만평 규모의 옥수수 재배 지역 전경
헬기에서 내려다 본 필리핀 현지 30만평 규모의 옥수수 재배 지역 전경

-그동안 옥수수대말고 어느 작물로 실험해보았나.
▲목재와 가장 유사한 게 사탕수수다. 이것 말고 볏짚, 밀대 등 섬유질이 있는 것을 대부분 시도해봤다. 

-수익은 어느 정도로 기대하고 있나.
▲투자대비 100% 이상의 수익이 나온다. 우리가 옥수수대를 수거해서 펄프를 생산하는 비용을 계산했을 때 1톤당 생산원가가 380불이다. 목재펄프의 국제 시세가 연평균 800불인데 목재 펄프보다 5%정도 싸게 준다고 하면 모두 구입할 테고 380불에 생산에서 800불대에 판매한다고 하면 제조업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이익이다. 펄프가격은 석유가격과 같아서 필리핀이라고 해서 더 싼 것이 아니다. 목재 가격이 오를수록 우리에겐 더 이득이다.

-왜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했나.
▲사실 신흥국인 BRICs가 조건이 유리해 중국 또 인도네시아에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필리핀은 1억에 가까운 인구가 사는데 종이 공장이 전무하다. 그래서 필리핀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왔다. 필리핀은 현재 옥수수를 연간 약 700만톤을 재배한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옥수수를 재배하고 나면 대는 대부분이 폐기된다. 더운 지방이라 뗄감용으로 쓰이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옥수수를 연간 4만톤 생산하기로 하고 들어가는 총비용을 대략 5,000만불 정도로 잡아서 제시했다. 필리핀 정부가 80%나 지급보증을 서주겠다고 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해외기업이 자국에 들어와서 국채은행이 80%나 지급비용을 서준 것은 전례가 없다고 들었다. 이에 CPNP는 필리핀 이사벨라주에서 하기로 결정하고 본격적인 부지 선정에 들어갔다.

우리가 4만톤 정도 생산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부지가 3만~5만평이면 충분하나 도로와 인접한 접근성이 가까운 30만평의 땅을 요구했다. 공시지가로 100억에 가까운 돈이다. 뿐만 아니라 경제보호특구로 지정돼 8년간 세금면제, 50년간 무상으로 쓰게 됐다. 그 후에도 일반 외국기업들도 40%의 세금만 내면 되는 혜택이 생겼다. 이곳은 물자의 수송 및 운반이 용이하며 전기 및 용수 확보를 위한 입지환경이 매우 우수했다.

-옥수수 최대 생산지는 미국이다.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생각은 없나.
▲2006년 미국 아이오와 주지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펄프의 30%이상을 비목재로 사용하라는 법까지 조례해주겠다는 조건을 받았다. CPNP에 대한 기술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고 되레 미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그 당시 중국으로부터 특혜를 받으며 진행하고 있었고 자신들이 더 유리한 조건을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인건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고 동남아 지역은 값싼 노동력에 최적의 상태로 집하장에 원료를 준비해놓을 수 있지만 미국은 기계로 진행하기 때문에 원재료가 상해 속피와 내피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큰 시장이라 포기하는 게 망설여졌지만 미국 시장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3대 메이저 펄프업체들이 모두 미국에 있고 이들로부터 기술력을 도난당하거나 사장(死藏)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사각지대인 중국에서 먼저 상용화를 하고 앞으로 미국으로 넓히기로 했다.

-국내에선 언제부터 옥수수대로 만든 종이를 쓸 수 있나.
▲현재는 펄프 생산만 집중하고 있다. 사실 펄프공정을 시작하면 종이생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기존의 종이공장의 기계를 구입해서 해체·조립하면 6개월 정도 걸린다. 2013년 말까지 펄프생산을 마치면 2014년 상반기에는 옥수수대 종이를 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오는 16일 필리핀에 들어간다. 올 3월부터 착공이 시작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최대의 시장 미국에서 해외민간투자공사에 융자 신청을 마쳤고 브라질, 멕시코 등 남미도 진출할 계획이다.

일하느라 바빠서 취미생활을 즐길 시간도 없지만 가끔 시간이 나면 등산을 즐긴다는 박종봉 회장. 그의 포부대로 CPNP Holdings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전 세계인들이 옥수수대로 만든 종이를 사용하게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김보라 기자 kbr13@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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