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S뉴스통신=임동훈 기자] 한 해 동안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서 석방돼 사회로 돌아오는 수형자의 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들 중 사회에 적응하고 제2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법무부·대검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출소자의 수는 매년 2만5000명~3만 명에 이르며 이 중 20% 이상은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교정시설에 재수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도 및 마약사범의 재복 역률은 40%가 넘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출소자들의 사회 부적응과 재범 위험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갱생보호대상자, 사회취약계층 채용 등으로 질적인 교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울배터리사회적협동조합(대표 이명원)이 주목받고 있다. 이명원 대표를 통해 한울배터리사회적협동조합 결성 배경과 취지를 들어본다.
갱생보호대상자 위한 법무부 인가 사회적협동조합
한울배터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한울배터리)은 법무부의 인가를 받아 갱생보호대상자(법적 구금상태에서 풀려 나온 출소자) 및 사회 취약계층의 구인, 구직 및 기술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안정된 창업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사업의 목적을 두고 운영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한울배터리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그 수익금이 갱생보호대상자의 일자리 창출 등 사회복지를 위해 쓰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요 사업 분야는 차량용 배터리, 산업용 배터리, 정류기반 배터리, UPS 배터리 설치 및 유지보수로, 조합원 모두가 다년간의 차량 및 배터리 분야의 사업 노하우를 지닌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차량에 관한 모든 상담과 업무가 가능하다. 한울배터리 서울본점을 비롯해 전국 30여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조합원 모두 개인사업자를 갖고 있는 분류상 사업자 협동조합인 것이 특징이다.
갱생보호대상자 및 사회 취약계층의 안정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법무부가 매년 개최하는 ‘출소예정자 구인·구직 만남의 날’ 등의 행사에 참여하고, 교도소에서 직업훈련을 진행하는 등 이들을 위한 취업과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실적을 인정받아 일반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법무부 사회적협동조합의 인가를 받았으며, 그 취지와 공로를 인정받아 ‘2016 대한민국 인물대상(사회공헌부문)’, ‘2018 이노베이션 기업 & 브랜드대상’, ‘2018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인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 취약계층 지원 및 사회복지에 기여
쉽게 말해 한울배터리는 갱생보호대상자와 사회취약계층을 채용하고, 사회 공익을 실천하는 조합이다. 재소자들이 출소 후의 안정적으로 사회에 복귀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적응을 위한 자동차정비 기술교육을 시행한다. 희망자 중 면담을 거쳐 성실하고 인성을 갖춘 출소자를 채용하는 등 섬세한 노력으로 따뜻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출소자의 생계를 위한 일자리창출, 창업지원, 기술교육으로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복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명원 대표는 특히 상대적으로 운영 리스크가 적고, 기술습득이 용이한 ‘차량 및 배터리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2017년에는 법무부 고용 실적 1위를 기록하며, 한 해 고용예정인원 중 절반 이상을 모범출소예정자나 가석방 대상자들을 최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그는 “매출 수익금을 갱생보호대상자 및 사회 취약계층, 결손가정 청년 등의 사회 진출 및 복귀에 환원함으로써 선순환으로 조합 결성 취지를 살리고, 아울러 탄탄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밖에 한울배터리는 재범 예방을 위한 갱생교육 강화, 범죄 피해자가족 자녀의 구인, 구직과 기술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창업 지원, 관련 기관 및 단체와 업무 협약을 통해 사회복지사업 참여, 취약계층 중 저소득층의 생계형 차량 및 정부지원대상이 아닌 장애인의 전동휠체어의 배터리 지원 등 훈훈한 사업들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차량용·산업용·정류기반·UPS 배터리 설치 및 유지·관리·보수의 전문성·체계성을 더하고, 전국 각 지사·지점을 통해 고객감동·친절서비스와 고객편의 증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울배터리가 사회와 출소자를 잇는 건강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한편 한울배터리에 취업하게 될 출소자들은 법무보호복지공단과 MOU를 통해 서울지역 6개, 경기지역 14개에 흩어져 있는 지점 및 협력업체 중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선택해 다닐 수 있다. 그 자신이 출소자 출신인 이 대표는 출소자들과 직원들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부도 위기에 처해 여기저기서 끌어 쓴 돈을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수감된 적이 있는 것이다.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그는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노역 작업과 기술 교육에 전념했다. 결국 모범수가 되어 가석방되었지만, 남은 빚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좌절한 그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이 바로 서울시와 무담보대출은행인 ‘기쁨과 희망은행’의 대출 지원이었다.
‘함께 나눔, 함께 행복, 함께 발전’ 건강한 사회 만들기
이를 계기로 ‘경원배터리’를 시작한 그는 전과자 출신이라는 편견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업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교훈과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범죄예방, 출소자 교화·선도에 앞장섰다. 하지만 출소자만을 고용해 사업을 꾸리는 것에 한계를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욕심껏 채용을 해도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을 만한 월급을 줘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 교육과 운영을 혼자서 동시에 맡는 것도 힘에 부쳤다.
고민 끝에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업자 20여 명을 모아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출소자를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사회적 협동조합은 인가 절차가 까다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이 대표는 호송차 배터리를 무료로 점검하고 출소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법무부가 나서 설립 절차를 본격 검토하면서 드디어 조합 설립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올해 여성 출소자·저소득층 등 고용 영역 확장 예정
이처럼 한울배터리를 운영하기까지 말로 다 할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함께 하는 사회를 위해 꼭 해내야 한다는 소명감으로 지금까지 이끌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그들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더 가깝게 소통하며 모두가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다. 이들의 성공적인 사회 정착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울배터리는 올해부터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기숙사 설립과 정비소 개설, 여성 출소자를 위한 크리닝사업부 신설 등을 계획하고 있다. 조합원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해 출소자들의 경제 자립 프로세스 마련을 위한 방안도 꾸준히 마련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전과자라는 부정적 인식과 일자리 문제가 갱생보호대상자들을 다시 사회에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이들의 일자리 마련은 재범방지를 통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더 다양한 사업 영역 확장으로 우리 사회의 등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임동훈 기자 stimeu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