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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삶의 흔적을 그림 화폭에 담는 서양화 박미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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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삶의 흔적을 그림 화폭에 담는 서양화 박미서 작가
  • 정순아 기자
  • 승인 2018.05.0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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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향한 깊은 사유를… 독창적인 색깔 표출, 창조적 예술 펼쳐

[KNS뉴스통신=정순아 기자] 박미서 작가는 우리 주변에 평범한 풍경들을 대상으로 감성을 교류하며 그녀만의 독창적인 색깔로 화폭에 표출해 창조적 예술을 펼치는 서양화가이다. 특히 화단의 유행이나 어느 한 일파에 기울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을 신조로 흔들림 없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며 자신만의 화풍의 정취를 만들어 나간다. 자연을 향한 깊은 사유와 존재론적 탐색으로 독창적 화풍을 구축한 박미서 작가를 주목하고, 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해본다.

풍경화에는 화가의 세계와 자연에 대한 사유가 오롯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삶의 흔적이 작품과 일치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박 작가는 지난 25여 년간 예술 외길을 걸으며, 자연과 삶이 공존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아왔다. 박 작가는 아버지의 직업이 자신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그는 “아버지는 신설동 로터리에서 동보극장을 운영하셨다. 초등학교 때 본 극장 전면에 걸린 영화간판의 그림들이 신비롭게 느껴졌다”며 “그때부터 그림과 친숙해졌고, 미술과 관련된 문화생활뿐 아니라 궁에서 열린 사생대회에 참가해 많은 상을 탔다”고 전했다. 이렇듯 아버지가 관심 있어 했던 예술과 문화는 박 작가의 삶에 큰 역할을 했고, 하나의 큰 의미가 됐다.

하지만 취미생활로 그림을 계속 그리던 박 작가는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전공분야를 바꿔 진학했다. 결혼 후에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놓지 않았다고 말하는 박 작가는 이 기간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엄마로서의 삶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순간들이었고,  이제는 뭔가를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아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완주하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어쩌면 정형화된 가족관계가 그에게 의지, 독립,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일에 몰두할 자유에 대한 갈망을 극대화시켰을지 모른다. 결국 이 고독의 시간은 그가 다시 그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박 작가는 자신만의 독자적 화풍을 화폭에 담아내며 당시 교육을 받던 교수에게서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당시 미대를 졸업해도 독자적이고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하기가 어려운데 내 그림의 화풍을 보고 르네상스 시대의 기법과 흡사하다”고 호평하며 “모두들 어려워서 기피하는 기법이지만 그대로 밀고 나가면 발전이 있겠다”고 자신감을 불어줬다고 회상했다.

사진=시사뉴스&(앤) / 서양화가 박미서 작가

자연과 교감’으로 독보적 작품세계 구축
그렇게 그녀는 작업세계를 전개하며 성숙해갔고, 그가 선택한 주요 대상은 평범한 자연이었다. 오랫동안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작품세계를 진작시켜 온 박 작가는 풍경화 영역에서 특유한 개성적 향취를 자아내며 독보적인 풍경화를 창조했다. 박 작가는 놀라운 색감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이미지화한다. 

그가 그렸던 빛에 둘러 싸여 고요한 강물에 어른거리는 나무숲, 하얀 유채, 만산홍엽의 가을 빛 산, 시골의 감나무, 절벽의 기운을 드러낸 산세, 장독에서 말려지는 고추 등의 풍경 등은 무궁한 변화를 표상하는 소재다. 박 작가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계절에 따른 변화와 함께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며 한없이 평범하고도 경이로운 풍경이 기계문명 속에 살고 있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준다. 박  작가는  "내 그림의 출발점은 풍경의 공간 안에서 무의식중에 발견할 수 있는 변화"라며 "물이 소리 없이 흐르지만 변화가 있는 것처럼 자연을 보며 무의식중에 나만의 변화를 생각해낸다. 그 곳에서 지속되는 삶의 이야기를 계속 담아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찮은 길에 떨어진 잡초, 돌멩이 하나를 봐도 그냥 잡초와 풀이 아니라 그 사물에 영혼을 불어넣어 작품으로 승화 시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의 그림 속 꽃과 들판이나 자연풍경은 따뜻하고 정겨움이 물씬 느껴지는 등 보는 순간 그 에너지가 전달되는 듯 생명력이 있다. 이렇듯 박 미서 작가의 작품에서 그의 꾸준한 추구를 볼 수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나 더욱 멋들어지고 노련한 필치가 아닌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빠져들게 하는 안락하고 따뜻한 힘이 크다. 박 작가는 “색깔도 건반과 같다고”비유하며 “건반의 한 음 한 음을 두드려 작곡을 하듯 그림도 색깔을 가지고 아름답게 채색하면 멋진 작품이 탄생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 보다 ‘사람의 인성’ 중요
언제나 식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만의 작업을 추구하는 박 작가에게도 작품 세계관이 흔들릴 위기가 있었다. 주위에서 고전의 서양화를 고집하지 말고 추상화를 그리라고 권유해 온 것. 박 작가는 “주위에서 왜 고루하게 풍경화를 그리고 있느냐고 비판했지만 단순히 풍경화를 고루하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며 “나만의 색깔과 형식, 기법 등 이미 차별화된 나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고집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다른 곳에 눈을 빼앗기지 않고 정진하는 자세는 그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와 방법은 실제의 삶과 유리되지 않는 작품 세계를 지향하는 박 작가의 실천적 고뇌와 행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박 작가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삶의 흔적이 작품과 일치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은 ‘사람의 인성’이다. 대부분 작품성은 작가의 약력이나 평론가의 평가에 따르는데 작가의 약력이 곧 작품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인성이 좋아야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박 작가의 생각이다.

“작품은 작가 자신이 표현한 시각화이자 자아 정체성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그림을 보면 그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때문에 작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인성이 바르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보면 불편함이 느껴진다”

박 작가는 한 예로 해외 전시회에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해외 전시회 개인전에 참가했는데 한 외국인이 작품에 대한 스토리, 작품기간 등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해달라고 했다”며 “그들은 작가의 약력, 작가의 전시 경력, 인지도, 호당 가격제 등으로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세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에서 작품 평가의 기준이 작가의 정신성으로 질적 도약을 이룬 것처럼 그림 값을 화가 이름이라는 브랜드와 작품 크기로만 결정하는 한국 미술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미서 작가 풍경화, 일본 평단을 매혹시키다
한편 박미서 작가는 동경 44회 준공모전의 ‘입선’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박 작가는 상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지만 동경 44회 준공모전의 입선은 남다른 의미를 둔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의 공모전은 미술사적 평가를 따져, 거장들에게도 상을 잘 주지 않는다”며 “특히 한국 사람이 입선을 하는 것이 쉽지도 않을 뿐더러 일본 평단이 선정 이유에 대해 편지를 보내와 그 의미가 더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제1회 경주 아트페어 전시회 일화도 그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 전시회에서 박 작가의 작품 3점을 비롯해 작품 2000점이 전시 됐는데, 이 가운데 200여명이 미술작품을 구매했고 그 중 박 작가의 작품 2점이 전시회가 열리기도 전 모 기업에서 구입해 회자가 되기도 했다. 꾸준히 미술인생을 걸어오며 긴 시간 작품 활동을 해 온 박미서 작가. 그는 “앞으로 목가적인 작품세계를 펼치고 싶다”며 “누가 봐도 정말 마음이 평온한 느낌을 주는 그림을 그리며 우리 생활 속 편안한 안식과 활력을 전해 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순아 기자 media67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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