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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의 가치칼럼] 웰빙에서 소확행, 이제는 우확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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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의 가치칼럼] 웰빙에서 소확행, 이제는 우확행이다
  • 송경화 시사칼럼니스트
  • 승인 2018.04.2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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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화 시사칼럼니스트(송경화기업교육연구소 대표).<사진=KNS뉴스통신DB>

[KNS뉴스통신] 웰빙 붐이 일어났을 때를 기억하는지. 요리도 웰빙, 음식도 웰빙, 의류도 웰빙, 피부에 바르는 것도 웰빙, 베스트셀러도 웰빙, 모든 것이 웰빙에서 웰빙으로 끝났을 시대가 있었다. 웰빙붐이 처음 일었던 시기가 대략 2003년쯤으로 기억한다. 벌써 15년 전 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웰빙 이란 단어는 추억 속의 신조어가 되었다. 웰빙(Well-being)의 뜻은 모두가 알다시피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과 행복, 삶의 질을 강조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웰빙 열풍은 삶의 질을 유독 건강에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건강하게, 더욱 건강하게 대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건강하기만 하면 고로 행복한 것이었기에 건강한 음식과 식 재료를 찾아 무재해, 유기 농, 이런 것들에만 집중했었다. 한차례 세차게 유행했던 웰빙 시대가 지나고 나니 건강한 것도 좋지만 이제는 늙지 않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며 안티 에이징(anti-aging)에 관심사를 두기 시작한다. 특히 안티 에이징 시대에는 피부에 관련된 모든 제품이 극성을 이뤘던 시기였다.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모든 화장품 브랜드에서 다뤘던 것이 바로 안티에이징이였다. 

안티에이징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은 단 하나도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늙지 않기 위해서 좋은 것만 죄다 찾아 먹고 피부와 신체가 늙지 않게 얼굴에 바르고 몸에도 바르고 심지어 얼굴에 바를 것을 음식물로 섭취 했으며 약품도 어마어마하게 나왔다. 덩달아 tv프로그램에서 안티에이징에 걸맞은 동안 얼굴 찾기(동안 열풍)에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 당시 톱스타는 몸짱 아줌마, 동안 아줌마였다. 몸짱, 동안 선발대회도 이쯤 탄생했다. 얼굴과 몸매, 외적인 관심에만 치중하는 것이 다소 지나치다 싶을 시기가 지나자 우리는 드디어 정신적 건강함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한다. 

건강한 것도, 늙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는 어차피 먹는 것이며 젊음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비켜갈 수 없음을 인정하니 진정으로 건강하게 나이 먹어가는 것과 늙어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내면의 본질을 찾아 나선다. 그게 바로 웰에이징(well-aging)이다. 

웰에이징은 나를 지배하는 정신건강이 어떤 것인지 내면의 건강과 나아가 우리가정과 사회, 삶의 질에 대해 건강함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어주었다. 

웰에이징은 삶을 열정적으로 진심을 다해 사는 것에서 비롯되어 웰다잉(well-dying)에 까지 이어졌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떤 죽음이 건강한 죽음인가, 행복한 죽음인가? 잘 죽는 것이 과연 무엇 인지까지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이 이상하지 않은 것 중 하나의 증거로는 대한민국은 슬프게도 자살률이 높은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처럼 치열하게 혹독하게 살아가는 국민도 없을 것이다. 열풍이 불면 열풍을 온몸으로 맞서는 것 또한 국민정서이다. 그토록 열정적이지만 역시나 쉽게 지치기도 한다. 가정과 학교, 직장에서 치일 대로 치인 국민들은 마음 둘 곳이 없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끝도 모를 허망함은 왜 그리 깊은 파도처럼 밀려오는지 좀처럼 감당이 되지 않는다. 삶의 목전에서 죽음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가며 어떻게 하면 잘 죽는 것 인가라는 웰다잉 열풍으로 인해 때 아닌 상조회사가 대 박을 터트렸다. 그 시기부터 시작된 오늘 날 상조회사가입은 꼭 들어야 되는 필수보험, 생명보험처럼 너도나도 가입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관속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해보는 교육프로그램과 바람 한 점 없고 새소리만 들리는 숲 속 에서 명상, 요가 하는 프로그램, 종교를 떠난 템플 스테이 열풍도 모두 웰다잉때 분 바람이다. 아마도 이 시기에 너도 나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많이들 가봤으리라. 

이렇게 대한민국은 계속되는 불황과 매년 닥치는 정치, 사회,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웰빙-안티에이징-웰에이징-웰다잉까지 세계의 흐름과 대한민국의 트랜드와 정서에 맞춰 각 기의 고민으로 열성을 다하며 멈추지 않고 흘러왔다. 

그렇다면 재작년과 작년 한해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외친 단어는 무엇일까? 

웰다잉에서 잠시 멈칫한 이후 새롭게 마주한 신조어는 바로 ‘욜로’였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의 줄임 말로 ‘인생은 한번뿐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자’는 의미를 내포한다. 앞서 말한 잘 먹고 잘살고 잘 죽는 것에 대한 걱정 아닌 걱정들을 미리 하지 아니하며 언제 풀릴지 모르는 경제와 일자리도 없는 취업준비, 비현실적인 결혼과 육아 등 우리의 무겁고 어려운 현실과 미래를 생각하며 선(先) 스트레스를 받을 것도 거부하고, 오로지 지금 내가 사는 후(後)순간, 지금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욜로는 억척같이 돈을 모아 남들에게 과시하는 명품을 사는 행위도, 주택청약의 꿈을 이루어 눈물로 맺은 아파트 분양도, 일생의 한번 있는 해외 여행가기 위해 지독하게 부었던 적금을 깨었던 우리 부모님의 세대를 답습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더 척박한 경제였지만 성실하기만 해도 이룰 수 있는 것들이 많았고 기회가 널렸던 부모님의 세대와 쉽고 빠른 정보와 경험의 폭이 넓어진 사회에서 최고의 스펙을 가진 자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좀처럼 미래가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우리 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부모님들과 같이 인내하고 노력하면 얻을 것이라 믿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왔지만 결국 얻지 못했던 우리 세대들은 나중이라는 단어에서 지금, 당장, 오늘이란 단어의 소중함을 확신했다. 

그래서 욜로족들은 가고 싶으면 당장 가는 것이고 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당장 구매하는 것이다. 물질적 가치와 소유의 의미를 세상의 잣대와 그 속에 정해놓은 크기에 맞춘 것이 아닌 오롯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나의 가치와 기준으로 바뀐다. 이러한 현상은 전체(사회)에서 나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화는 1인 가족화, 개인화가 되어가는 트랜드의 흐름에 맞춰진다. 

욜로는 2018년 오늘날 완전히 ’나’ 중심의 행복으로 자리잡았다. 이것이 바로 2018년 새로운 신조어 ‘소확행’이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무려 1990년대에 나온 일본의 신조어이다. 소확행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90년대에 발간한 수필집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하루키 작가가 수필에서 언급한 갓 구워낸 빵을 손으로 찢어 먹고 서랍 속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만 속옷, 새로 산 셔츠의 청량한 냄새와 감촉을 머리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등 누구나 경험하는 일상 속 느껴지는 작은 행복, 찰나의 행복을 말한다. 

소확행은 그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책을 보는 보편적인 유연함 속의 행복을 일컫는 게 아니라 나만이 느끼는 확실하고 구체적인 행복을 뜻한다. 그 행복은 결코 거하지 않고 대단하지 않다. 아주 평범하며 아주 사소하고 아주 작으며 지극한 보통의 순간을 말한다. 근사하고 꽤 멋진 행복의 기준에서 작지만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 삶의 순간순간에 깃들어있는 진정한 살아있음을 스스로 느끼는 것이 바로 소확행이다. 부족하고 불완전하며 인간이란 나약한 존재를 깨닫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흔들리는 불안한 사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살아가는 나의 인생에서 매 순간의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말하는 소확행이 아닐까? 

웰빙에서 소확행까지 이어진 변화의 시간이 15년이라는 시간이다. 지난날 우리는 무조건 잘살아야 하고 무조건 건강해야 하고 무조건 행복해야 하고 무조건 부자가 되어야 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고 정해놓은 지독한 틀 안에서 끊임없이 죄여오며 괴롭혀왔다. 한동안은 외면 의 것에 치중하다 어느새 내면의 본질에 중요성을 깨닫고 이제는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이 모든 과정(소확행)이 앞으로 우리가 진정으로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라는 ‘우리가 만든 진정한 행복’(우확행) 안에서 말이다. 내가 행복해지면 사회가 행복해지고 나아가 나라가 행복해지며 전 세계가 행복해지는 ‘우확행’을 믿어보자.

송경화 시사칼럼니스트 lovesong59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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