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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화점 VIP가 되는 예비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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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화점 VIP가 되는 예비부부들
  • 유지오 기자
  • 승인 2018.03.20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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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 웨딩칼럼니스트.<사진=KNS뉴스통신DB>

현재 젊은 세대들의 흐름을 대표하는 단어를 뽑아 보라고 한다면, 욜로(You Live Only Once),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 사회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자기만의 생각과 방식을 만들어 나가는 이러한 현상은 시대의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3포(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 5포(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를 포기), N포세대(N가지를 포기)란 말은 이제 익숙함을 넘어 당연시 되는듯하다. 청년들이 많은 것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금전적인 문제가 크다. 현재에 아끼고 열심히 살아서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고 한들, 미래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쉽게 찾을 수가 없고, 행복이 보장되지도 않는다고 얘기한다.

얼마 전 사회 유명 인사와 20대 청년들이 1대 다수로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인상 깊게 보았다.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이러저러한 논쟁은 차치하고 한 대학생의 절규에 가까운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의 치열한 노력으로 누구나 바라던 명문대에 입학했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본인에게 사회는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많다고 했다. 마음이 착잡했다. 2007년 기준으로는 내 집을 마련하는데 9년간 월급을 모아야 했단다. 그러나 불과 11년 후인 지금은 무려 17년간 월급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라 한다. 변화가 빠른 시대에 포기도 빨라야 하는 시대가 온 것만 같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분위기 속에 예비부부들은 백화점 VIP가 된다고 한다. 어느 한 백화점 웨딩멤버스 고객의 년 2000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이 1년사이 약 22% 증가했다. 한 번뿐인 결혼에 기꺼이 고액을 소비하는 예비부부를 겨냥해, 백화점에서는 따로 웨딩센터가 있을 뿐 아니라, 마일리지 제도도 운용하고 있다. 가구와 주방용품 등 전반적인 신혼 관련 상품들을 백화점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혼 건수가 줄었다지만, 오히려 예비부부들은 유통가의 빅 타겟이 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요즘 젊은 세대이자 예비부부들은 개인을 위한 소비에는 거침이 없다. 다른 것보다 내 삶을 중요시하는 것도 이러한 소비패턴에 큰 영향을 주었다. 가성비 좋은 제품도 선호하지만, 한편으로 뛰어난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에는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이라도 내가 원한다면 사는 것이다. 고급 무선청소기 열풍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반찬 하나를 사더라도 고급스러운 백화점으로 가서 구매한다. 이렇듯, 나에게 쓰는 질 좋은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

반면, 작은 결혼을 추구하고 그들만의 소소한 기준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남녀들도 많이 생겼다. 한 포털사이트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포스팅에는 스몰 웨딩에 관한 글이 인기를 누리고 있을 만큼, 합리적이며 기존의 것과 다른 새로운 결혼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실제 필자의 칼럼에서 소개하였듯, 금전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결혼 준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예컨대, 결혼식 장소는 공원이나 공공기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가전을 살 때는 똑같은 제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사는 해외 직구를 이용할 수 있다. 드레스는 드레스 샵 대신 소셜커머스와 온라인 몰에서 낮은 가격이지만 만족스러운 드레스를 사는 예도 있다.

결국, 예비부부가 결혼을 준비하면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본인의 행복을 위한 소비에 반박할 이유는 없다. 당연히 결혼 준비에 고액으로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더더욱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혹여 내 힘이 아닌 다른 이의 도움으로, 무리하거나 과시적인 결혼을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하지 않을까.

“남들도 다 이렇게 해요.”, “신혼인데, 이 정도는 하셔야죠” 한 번뿐인 소중한 날을 위하는 예비부부들의 마음을 흔드는 말들을 많이 듣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비하는데 본인만의 기준을 가지고, 서로가 함께 마음을 맞추어 하나씩 해나간다면, 추후 후회도 덜 할 것이며,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결혼 비용을 아껴 신혼여행 비용에 더했다거나, 본인에게 더 필요한 부분에 금액을 쓰는 부부들이 많아졌다. 허례허식에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소비로, 마음이 행복한 결혼 준비를 하길 바란다. 

◆ KNS뉴스통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권경근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우로 데뷔해,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홈쇼핑 쇼호스트, MC 등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K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로, 국내 기업 등에서 합리적인 웨딩과 결혼 준비 관련 강의 등을 맡고 있다.

유지오 기자 jrji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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