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오래 지속되자
개울의 물이 말라간다.
재잘재잘 이곳에서 노닐었던 물고기들은
벌써 다른 곳을 찾아 떠난 지 오래다.
그동안, 물에 잠겨 존재감도 없었던
우직한 돌이 마른 몸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금지교란 어려울 때
실체가 드러나는 것인가 보다.
부족함도 끝까지 함께하는
돌이 듬직해 보인다.
- 단금지교 -
개울이 오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야트막이 흐르는 물과 제자리에 서있는 돌이 애잔하게 다가왔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햇살을 즐기던 새들은 제 둥지로 돌아가고, 개울이 가물면 그곳에서 노닐던 물고기들도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쇠한 것을 떠나 흥한 것을 찾음은 자신의 삶을 도모하는 지혜다. 지혜는 기민해서 겉으로 자주 드러나며, 우직함은 요지부동하여 잘 새어 나오지 않는다. 상대의 처지와는 상관없이 늘 같이 하려는 의로운 마음... 지혜가 아닌 우직함에서 비롯된다.
정현진(놀이 사진가)
ㆍ아타락시아(2014)
ㆍ1장 1단, 한장의 사진 하나의 단상(2017)
정현진(놀이 사진가)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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