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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논단] ‘낙하산 인사’ 없는 선진 공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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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논단] ‘낙하산 인사’ 없는 선진 공정사회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 승인 2017.12.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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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진정한 정치 리더십이 필요’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요즘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그렇잖아도 11월 기준 청년실업률이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라는 집계에다 비경제활동인구가 172여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여기에 앞으로 1000만명 가까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점차적으로 은퇴를 하게 되면 비고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엔이 50년 전에 노인의 연령 기준을 65세로 잡았던 데서 이제는 65세까지를 청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렇게 친다면 미래에 ‘청년실업자’ 수는 상상을 넘어서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것은 100세 시대 곧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맞아 사회문화체계가 변했고, 그에 따라 우리사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이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방증이기도하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 공개모집에 특수층 관련자들이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채용되었다니 통탄스럽다. 국가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겠다고 만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무색하다. 상전벽해의 세상에 아직도 전근대적인 불공정과 불투명의 관행이, 그것도 민간기업을 선도해야할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횡행하고 있다니 한심스럽다. 그런 사회적 폐해가 없으려니 기대했던 국민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우리사회가 그러려니” 치부하며 생각의 오랜 타성에 젖어 둔감해 있었을 뿐이다.

그것을 이번에 강원랜드의 대규모 채용비리가 노출되면서 정부가 사회적 적폐로 지목하고 전 공공 분야의 조직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던 것이다. 그 중간수사결과를 보면 정말 가관도 아니다. 한 마디로 ‘빽, 연줄, 돈’이 채용의 필수요건임이 만천하에 나타났다. 그야말로 이것 또한 제대로 된 나라냐 싶을 정도다.

채용비리의 주요 사례가 지인청탁, 낙하산 맞춤형, 금품수수라니 우리사회에 진정한 경쟁력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우리사회에 ‘억울하면 출세하라‘라는 말대로 돈, 권력, 연고를 갖는 것이, 그래서 그것 때문에 아직도 대한민국 사회는 진정한 ’성공‘보다 ’출세‘를 좇는 사회가치관의 도착증(倒錯症)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젊은 세대들이 고등교육까지 받으면서 배우는 사회에 대한 합리적인 이론과 정의롭지 못한 현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출세하려면 참된 선진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속물스러운 사회 세태 속에 영악하게 이기적이고 부당한 책략이 경쟁력이 되는 “특수한” 사회구조 가운데 말이다.

좋다. 지금까지는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었던 그런 비리의 작태가 은밀하게 용인되어 왔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런 과거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사회와 세계국가를 표방하면서도 그런 국가사회적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구태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우리사회에서 행해졌고 행해지고 행해질 그런 악습을 척결하는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사회시스템이 환골탈태해야만 한다.

그저 어쩌다 발각되면 법적으로 재단하고 나서 또다시 반복되는 사회적 병폐에 대해 표피적인 대증요법으로는 근본적인 사회 병리 현상을 치유할 수가 없을 것이다. 올바른 국가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각계 지도층의 반성과 대오각성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누군가는 결국 돈이던 권한이던 막강한 영향력을 부릴 수 있는 위치의 지도층에서 연원되었다는 것이다. 그 반면에 그 피해자는 오롯이 성실하게 노력하며 열정을 쏟아 참다운 경쟁력을 쌓아온 평범한 국민 개개인이었을 터이다.

이제부터는 우리사회가 정말 변해야 한다. 내년이면 3만 달러 국민소득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질적 성장과 함께 그에 부합한 정신적 성숙도 이루어져야 한다. 모든 국민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성공의 월계관을 쓸 수 있는 그런 수평적인 사회문화체계가 정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재력과 권력과 명예가 잣대가 되는 출세주의가 판치는 그런 수직적 사회구도는 척결되어야 한다. 

요즘 초중등 학생들의 미래 꿈이 “건물 주인”이라고 하는 그런 세태를 단지 우스개로 흘려버려서는 안 된다. 철부지 아이들조차 그런 가치관을 갖게 한 것은 우리사회 기성세대들이요 지도층인 것이다. 미래사회의 주인공이 될 청소년들의 가치관이 그렇다면 이는 우리사회가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우리사회는 정말 ‘똑똑한 정치인들(politician)이 아니라 훌륭한 정치지도자들(statesman)’이 필요한 시점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부자가 되도 국민과 같이 가난해도 국민과 같이 가난하다는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특권 없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진정 군림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섬기는 정치지도자가 요구되는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같이 더 이상 권력에 줄을 댄 특수층이 누구에게나 공정해야할 기회를 강점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처럼 규정에 맞춰 무늬만 공모로 해놓고 이른바 낙하산 맞춤으로 채용하는 악습은 발본색원 되어야 한다.

이제는 차라리 권세로 부자 되는 것보다 정직해서 가난한 국민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나폴레옹은 '가난하게 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직해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인은 다음 선거만을 생각하고, 정치지도자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사회에 정치인들은 넘쳐나지만 사회지도자들은 기근 상태를 보이고 있다. 마치 영양가는 거의 없으면서 칼로리만 높은 식단을 먹는 것과 같다.

한 마디로 권세를 부리며 군림하는 지도층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아닌 국민의 객관적인 눈높이를 맞추며 국민이 중심이 되는 사회의 제도적 구축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건물에 대한 최종 평가는 건축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생활하게 될 사람들이 내리며, 차려진 음식의 최종 평가자 역시 요리사가 아니라 손님”이라고 했다(‘세종의 적솔력’ 中-박현모 저).

결국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나 모든 것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내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세종은 ‘성심적솔'(誠心迪率) 곧 '정성스런 마음으로 앞장서서 행하는 것‘을 실천하는 지도력을 강조하였다. 이런 리더십을 바탕으로 모든 백성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문화(生生之樂)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번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보면서 국민들은 얼마나 괴리감과 자괴감을 느꼈을까를 사회지도층들은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모든 부분에 필요한 인재는 중용하되 뿌리 깊은 낙하산 인사 관행이 불식되는 투명한 공정사회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지 수사(修辭)가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은…

우리사회에 문화적 소통력을 강조하는 문화커뮤니케이터이며 예술경영가이다.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하였다. 또한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긍정으로 성공하라>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연예술경영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베스트퍼스널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대한민국교육공헌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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