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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의 以言傳心】 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의 공통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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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의 以言傳心】 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의 공통분모
  • 이재광 논설위원
  • 승인 2017.12.1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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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

최근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경제’ 관련 주제들이다. 잘 알려진 대로 ‘비트코인’이란 사이버 상에서 거래ㆍ결재되는 가상화폐이며, ‘공공주택’이란 서민을 위해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거나 전ㆍ월세살이가 가능한 주택, 그리고 ‘가계부채’는 말 그대로 가계가 진 빚을 뜻한다.

이들에게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까? 언뜻 쉽지 않아 보인다. 비트코인으로 공공주택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요, 공공주택 구입이 가계부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들의 ‘공통분모’가 눈에 띈다. 뭘까? ‘광기(狂氣)’. 그래 이들 모두에는 ‘미친 듯 보이는 기운, 기미, 낌새’가 들어있는 것이다.

먼저 ‘비트코인’을 보자. 이를 ‘광기’와 연결시키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루에 1000달러가 오르고 이틀 새 40%가 떨어지고 한 고등학생의 거짓말로 시가총액 3조원이 날아갔다. 광기 없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법정화폐를 발행ㆍ관리하는 각국 중앙은행도 이 ‘광기’에 놀라 비트코인은 투기상품에 불과하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다양한 규제책을 내놓으며 이 ‘광기’를 꺾으려 하고 있다.

비트코인과는 달리 ‘공공주택’을 ‘광기’와 연결시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분명 광기가 있다. 지난 11월 29일 정부가 수도권 내 대규모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공공택지지구 9곳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자 수도권 내 그린벨트 땅값이 미친 듯 요동치고 있지 않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발표 후 며칠 사이 50~100% 땅값이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이 역시 ‘광기’다.

가계부채? 1000조원을 넘어 나라 망하게 생겼다고 호들갑을 떤 게 3~4년 전이다. 그런데 그 사이 빚이 400조원이 더 늘었다. 그냥 두면 앞으로 3년 뒤에는 20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자 싼 맛에 너도 나도 미친 듯 돈을 빌렸고, 지금도 빌리고 있는 중이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가 빛과 같다’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광기어린 ‘미친 빚내기’라 할 만 하다.

이처럼 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에는 ‘광기’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렇다면 이 ‘광기’의 ‘원천’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어렵지 않게 ‘투기’라는 단어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투기’란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는 행위’다. 사전적으로 봤을 때 몇몇 단어와 유사하다. ‘돈이나 재물 등을 걸고 하는 내기’인 ‘도박(賭博)’, 그리고 ‘한 번의 시도로 큰 재물을 얻거나 크게 성공하려는 태도’를 이르는 ‘한탕주의’가 그들이다. 결국 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에 담겨 있는 ‘광기’는 투기, 도박, 한탕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 도박, 한탕주의는, 주류 경제학의 시각에서는, ‘경제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경제현상이란 ‘합리적 의사결정’이 상정되는 ‘경제적 행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투기, 도박, 한탕주의는 결코 ‘합리적 의사결정 행위’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러니 ‘경제현상’의 ‘전형(典型)’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 현상은 단순히 ‘경제’로 접근할 경우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들은 사회현상, 즉 ‘특정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구성원의 가치관 교류와 그에 기초한 행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같은 ‘사회현상’은 ‘합리적 행위’를 전제하지 않는다. 인간은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아니 그 이상으로, 비합리적 동물인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사회현상’은 ‘경제현상’과 다르다.

사회에는 다양한 사회현상이 존재한다. ‘사회병리현상’이 그중 하나. 사회에 특별히 해악이 되는 현상을 우리는 이렇게 부른다. ‘사회병리현상’이 심각한 사회는, 고난도 치료를 필요로 하는 ‘난치병 사회’라 부를 만 하다.

투기, 도박, 한탕주의는 자살, 우울증, 알콜중독 등과 함께 대표적인 ‘사회병리현상’이다. 그러니 비트코인, 공공주택, 가계부채 등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현상에 공통적으로 이 같은 ‘사회병리현상’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트코인의 투기성은 세계적 현상이라고? 물론 그렇다. 하지만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25%가 한국이 주도한다. 한국에서는 고등학생, 대학생에 가정주부까지 이 ‘투기’에 빠져들어 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사회가 앓는 ‘병’은 심각하다.

이제 결론을 내자. 어떻게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일까? 사회병리 ‘현상’의 원인은 사회병리 ‘구조’에서 찾아진다. 가진 자가 모두 해 먹는 사회구조, 열심히 일해 봐야 집 한 채 살 수 없는 사회구조, 그래서 사랑도 결혼도 단란한 가정도 꿈꾸기 어려운 사회구조…. 결국 불평등과, 그로 인한 무기력의 ‘병적’ 사회구조가 투기, 도박, 한탕주의라는 ‘병적’ 사회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지금 우리는 투기를 없애겠다며 만든 제도에도 ‘투기광풍’이 덮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주거복지 로드맵’과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자 곳곳에서 “이제는 토지”라는 얘기가 튀어나오고 있다. ‘미친 사회구조’와 그로 인한 ‘미친 사회현상’이다. 미친 투기판에는 특별한 속성이 있다. 돈을 따거나 잃은 기억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화인(火印)’으로 남아 돈을 딴 자나 잃은 자 모두를 더 돌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름지기 집안에 투기와 도박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패가망신(敗家亡身)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 /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이재광 논설위원 imu@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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