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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똥박사' 박완철의 마법...시커먼 축산 오폐수가 '고기 노는' 맑은 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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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똥박사' 박완철의 마법...시커먼 축산 오폐수가 '고기 노는' 맑은 물로
  • 박세호 기자
  • 승인 2011.12.03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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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과학자상' 받은 눈물의 감동 스토리

   "올해의 과학자 상" 받은 KIST 책임연구원 박완철 박사

[KNS뉴스통신=박세호기자] 세상에는 빛나고 영광스러운 일에 지원자가 몰리는 것이 대세이지만 무대 뒤에서 보상없이 일하기를 즐겨하는 사람도 있다. ‘똥박사’로 불리는 KIST의 박완철 박사는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도 황우석, 안철수 등이 포함된  "닮고싶고 되고싶은 과학자 10인"(과학동아)에 선정되는 등 자주 매스컴에 보도되고 공학한림원의 한국공학기술대상 등  큰 상도 수차례 받았다.

그의 연구는 분야도 좀 그렇지만 한 술 더 떠서 냄새까지 나는 연유로 그의 연구실은 KIST에서도 구석진 건물 단층 독채를 사용해 오고 있다.

오폐수 연구를 시작한 동기도 재미있다. 1986년 그 당당하던 전두환 대통령이 한강종합개발사업 시찰 시 한강물이 오염되어 악취가 났다.  당장 성능 좋은 '정화조'를 개발해 올리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러나 KIST 석박사 중 분뇨(糞尿)를 연구하겠다고  선뜻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중앙일보 인터뷰 참조)

분뇨를 쉽게 번역하면 ‘똥’이다.  농학이 전공인 그는 운명처럼 자원하여(혹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 이후 오폐수처리에만 몰입된 중단 없는 26년 여의 외길 연구 및 그 성과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코리아나호텔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과학자상’을 받았다(위 사진 참조).  ‘올해의 과학자상’이 가장 유명하기도 하지만 박완철 박사에게도 의미가 깊다.

그동안 그의 분뇨 및 축산오폐수 정화 기술은 크게 빛을 보아 전국 2만여개의 민가 및 축산농가, 그리고 95개 지자체에 설치됐으며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에 수출 설치됐다. 록펠러 가문의 용역으로 미국에 갔을 때 록펠러의 장녀인 에미 록펠러는 조촐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박완철 연구'가‘세계적인 기술로 미생물을 선별’하고 ‘대규모 공정의 하이테크가 집결된 고도기술력의 응집’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인류를 먹여살리는 세계 기술력의 결전(決戰)의 장이 IT를 넘어 바이오, 그 중 미생물 분야라고 판단되기에 시대적으로 그의 연구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KNS뉴스통신>은 지난달 30일 생생한 현장 증언과 인터뷰를 위해 KIST 내 ‘물 연구실(=수질환경 및 복원연구센터)’로 박완철 박사를 찾았다.

대산농촌문화상의 상금 3천만원 중 절반은 KIST에 절반은 건국대 농대에 기증하여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두 기관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올해의 과학자상” 수상의 소감을 들려주세요.

답: 오폐수처리 연구를 20-30년 해왔는데 환경연구는 반드시 실용화되어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연구를 했습니다. 논문 쓰고 연구하는 단계를 넘어 현장에서 기술력으로 활용될 수 있어 보람되고 좋았습니다. 수상에도 이런 점이 고려된 것 같습니다.  연구를 더 많이 하여 환경문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 환경 분야 외에도 미생물과 관련해 생활 속에서의 만나는 크고 작은 연구 과제를 풀어서 현실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문: 똥박사로 불려지는데 불편하지는 않으신지.

답: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내 연구는 '운 좋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분뇨를 연구하면서 처음 접근할 때는 막막하고 어려웠는데 다음 단계로 갈수록 여건들이 풀려 나갔습니다. 환경의 오염은 표면적으론 모두 다른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는 유사한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을 적절한 공정으로 처리해 개발하면 실용 단계로 갑니다. 똥박사 호칭이 좋습니다. 오히려 이 분야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껴왔습니다. 여기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천한 것을 높이 사서 귀한 것을 이루어준다는 뜻도 있습니다.

문: 연구결과를 거둔 성공의 비결에는 어떤 요소들이 있을까요.

답: 싫던 좋던 한 분야만 계속 연구한 것입니다. 평생 농업을 공부했고, KIST에서 농학 출신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오폐수처리를 위한 미생물연구를 오래 했습니다. 사실은 일찌기 농업을 벗어나 다른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고향에서 상주중학교 졸업 후 계속해 농잠고등학교 5년을 마쳤는데(전문학교 2년 과정 포함), 실습위주로 거의 일만 했습니다. 집에선 군청서기가 됐으면 했고 나는 역사선생님 생각도 했지요.

당시 5년제 졸업을 해도 농업 이외의 학교는 갈 수 없는 특이한 학제인데  잘 못된 제도였지요. 모 법과대학에 편입시험 전형이 통과되었으나,  이 법이 고쳐지지 않는 한 입학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농업대학을 안가면 고졸 자격 인정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마침  건국대학교 농대에 편입했고, 석사 박사과정을 조교를 해가면서 농학 전공을 하였습니다. 이후 농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건국대학교가 제 학문의 전초기지가 되었습니다.

문: 연구활동은 KIST에서 꽃을 피우신 것인가요.

답: 그렇습니다. KIST의 환경공정연구실에서 추천이 있어 정규직원으로 알고 불쑥 옮겼는데 나중에 보니 성적이 좋으면 채용하는  인턴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높은 실무평가로 곧 연구원 발령을 받았습니다. 과학의 전당인 키스트에 농학출신은 원래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1978년 당시 우리 연구실에서 울산공단, 온산공단 대상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있었습니다.  '오염물질이 벼농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진짜 농사꾼인 제가 농민들과의 대화에서 신뢰감을 얻었습니다. 이들 농민들이 저희 부친 상을 당했을 때 모두 원정 문상을 와 저를 놀라게했습니다.  키스트에서 그때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초창기 단계인 환경문제와 만났다는 것은 연구자로서 행운이었지요..

문: 농학 전문가가 오폐수처리 연구를 시작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신 것이군요.

답:.:결국 한 단계 씩 진전되었습니다. 5년 걸려 분뇨처리기를 개발한 노하우를 축적하여 이후 축산오폐수 처리장치를 선보여 히트를 쳤습니다.  환경과 농업은 관계가 지대합니다. 모두 생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미생물의 세계는 전혀 다른 수준이면서도 역시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세계입니다. 자연계는 모두가 분리된 것이 아니고 연관된 순환 시스템입니다. 미생물은 쉽게 만지고 볼 수 없는 것이 다르지요.  비료도 미생물 작용과 연관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낙엽이 썩는 부엽토(腐葉土)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량증식을 하여 실험을 했습니다. 나무잎은 분해가 쉽지 않아 땅속 미생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 땅속 미생물도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전국의 산을 뒤졌습니다. '냄새가 없다'. '분해능력이 있다' 등등 특징대로 10가지 정도를 발굴했습니다. 이것을 일정 기간까지  냉동상태로 보관합니다. 주말을 이용해 산에 돌라가 견본을 채취하고 분석작업에 넘겼습니다. 하면 되겠구나 하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장기간 쇼요되는 실험을 진행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어릴 때 농사를 지어본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학한림원기술대상 받고 부부가 기념촬영
  실험 삼매경에 빠진 박완철박사
 

 

 

 

 

 

                                                        

  TV의 방송뉴스 카메라
문: 앞으로 어떤 연구를 더  하실 예정이십니까.             

답:  다시 태어나 연구를 시작한다면  미생물 분야를 개척하겠다 그런 얘기를 자주 했습니다.

미생물 분야는 연구 대상이 다양할 뿐 아니라,  앞으로 그 과제가 참으로 절실합니다.

식량문제도 연관되어있고 의약품 개발도 포함되는 등 인류생활의 전 분야에 걸칩니다.

그리고 생활에 밀착된 과제로는 앞으로 하수 처리과정을 통한 모기 퇴치를 위해 연구를 한 후 실용화 해볼까 합니다. 또 하나는 김치의 맛과 보존에 관한 미생물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문: 정책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 혹시 있을까요.

답: 연구자들에게 한 분야만 연구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야한다고 항상 주장합니다. 내가 성공한 이유가 한 분야에 대한 집중때문이었습니다. 유망하다 돈이 된다하면 지원을 하다가 추세가 바뀌면서 중도에 지원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인기없는 연구라도 그 흐름과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성과가 맞아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몇 십만명을 부양하는 큰 산업으로 발전될 수 있습니다.  

  KIST원장과 김중위 당시 환경부장관과 함께
김정길장관, 김상현의원과 함께

  황산성 장관과 함께

 

 

 

 

 

 문: 실용화된 기술, 특허 그리고 발명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답: 현재 분해공정, 미생물 활용 등 갖 가지 단계의 30여가지 특허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에 없는 기술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하나하나가 중요한 발명과 특허입니다. 냉동한 미생물이 녹아 액체가 되는데 빨리 소실됩니다. 그래서 한 번 투입하면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 수백번의 시행착오 끝에 막대 형태로 만드는 특수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간균(桿菌)이라 합니다.

간균은 해로운 균과 해롭지 않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오폐수 정화에 사용하는 균은 해롭지 않습니다. 청국장균도 들어가 있습니다. 바셀러스 균입니다. (그러나 탄저병 균, 한센병 균은 치명적입니다. 죽지를 않아 퇴치가 안되고 불리하면 오래 그냥 정지해있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특허 보유자 혹은 사업체들이 따로 있기에 자세한 기술정보는 설명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일본 미야자끼현에 수출해 설치된 축산정화조 
 

문: 취미생활과 활동은 어떠하십니까.

답:  등산과 여행, 그중에서도 뜻 맞는 동료와 선후배 친구와 함께 역사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또 바쁜 시간 틈틈이  다큐멘터리 프로를 즐겨봅니다.

문:  과학자가 인문계 영역인 역사에 흥미가 많으시다니 인상적입니다

답:  역사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상주는 낙동강 상류의 곡창지대로 통일신라때 전국을 9주 5소경으로 나눴는데, 당시 지명이 사벌주였습니다. 상주 사벌면이 내 고향입니다. 상주는 3백의 도시라합니다.  백미(白米)  즉 쌀과 누에고치(잠사)와 또 하나는 곶감입니다. 곶감은 말려두면 하얀 서리가 내려앉습니다. 상주는 후백제 견훤의 근거지입니다. 아버지가 당시 상주사람으로 장군이었으며 견훤은 상주에서 강력한 힘을 길렀습니다.

자서전  "똥박사 박완철입니다"에서 보면 힘든 농사일에서 도망가려해도 못했던  "8할이 좌절"이었던 삶(P9)을 뒤바꿔  국내외 명문공대 출신들의 아성  KIST에서도 두각있는 연구로 명성을 쏴올린 것은 한편의 드라마다. 

동화 한 편이 생각났다. 손과 발, 그리고 두뇌가 자기 역할이 인체에서 가장 귀하다고 논쟁이 붙었다. 그러나 얼마후 난리가 났다. 항문이 문을 잠가 버린 것이다. 결국 모두 항복 사죄하고 항문이 최고의 왕좌를 차지했다는 심오한 스토리이다.  멋진 맨션 아파트, 으리으리한 100층 빌딩들이 빼꼭 들어찬 최신 문명의 도시를 만약 오물과 똥덩어리가  덮어버린다면 ...?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지만 단전 단수 지진 전쟁 원전사고 컴퓨터 다운 등 사유로 하여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사태를 사전에 통제하고 정화된 맑은 물로 농수로를 개통시키는 신 기술을 개발해낸 똥박사 박완철의 연구는 그래서 위대하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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