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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지만 큰 거인 ‘말바우 아짐, 지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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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작지만 큰 거인 ‘말바우 아짐, 지정남’
  • 기범석 기자
  • 승인 2011.11.29 1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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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국회날치기 통과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11살짜리 아들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 지워줘”

[KNS뉴스통신=기범석 기자] “국회에다가 계엄령 발동해놓고 군사쿠데타 허대끼 3분 만에 후딱 해치워불고.. 아니 먼 카레도 아니고...” 지난 23일 라디오에서 ‘말바우 아짐’이 한나라당의 한미FTA 날치기 처리를 빗댄 말이다.

 ▲ 무각사 북카페 테라스에서 만난 '말바우 아짐 ,지정남' 선생은 ."이 정권은 막말로 먹고 튀면 그만이지만 우리 국민들과 후손들에게는 두고 두고 큰 짐이 될 것"이라고.

작지만 큰 거인, 전라도 표준말(?)로 거침없이 시사풍자를 하는 우리 모두의 아짐, ‘말바우 아짐’ 지정남 선생(여·39)을 만나러 약속장소인 상무지구에 있는 도심 속의 산사 무각사 북카페를 찾았다.

거의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수수한 모습으로 마주 앉은 ‘말바우 아짐’은 그동안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에서, MBC-TV의 ‘신 얼씨구학당’에서, MBC-R ‘말바우 아짐’에서 보고 들은 모습이 아니라 조신하고 얌전한 우리의 전통 미인이었다.

“아따~ 그 양반들은 국익이란 말이 머인지도 모르까? 요참에 찬성표 찍은 양반들 본인 발등 찍는 날 금방 올거이여~” 무슨 말을 먼저 꺼낼까 고민하다가 ‘말아우 아짐’에서 한미FTA날치기에 대해 일갈했던 말이 생각나 ‘한미FTA에 대한 개인적인 소신은 무엇이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나라와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일을 3분 만에 처리하다니...”라며 말문은 연 ‘말바우 아짐’은 “그렇게 좋은 것이면 국민에게 홍보·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막가파식 처리에 화가 나다 못해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다”며 “11살짜리 아들에게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지워줘 미안하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에서 작지만 큰 거인 광주의 대 시사풍자가의 자세가 나온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날이 ‘말바우 아짐’이 2천 100회째 방송을 한 날인데, ‘말바우 아짐’은 지정남 선생이 지난 2005년부터 진행해온 시사풍자 라디오방송으로 주요 현안들을 전라도 사투리로 신랄하게 풍자하면서 웃음 속에 뼈있는 지적을 해오며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아오는 프로그램이다.

광주 인근 곡성 태생인 그녀는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광주에 올라올 때까지 고향 곡성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익혔고, 그것이 오늘날 전혀 과장됨이 없이 친근하고 구수한 옆집 할머니의 정감 있는 사투리가 돼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광주여상 시절에 총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노동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졸업 후 다른 친구들이 선호하는 은행이나 다른 기업체 대신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무등양말공장에 입사했다.

무등양말공장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노동자 권익을 위해 싸우던 그녀는 결국 해고를 당했고, ‘93년 당시 해고 노동자 대책위 역할을 하던 놀이패 ‘신명’에 입단하면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 배우로 활동하면서 노동자·농민, 해고자들의 시위현장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통해 잔뼈가 굵어진 그녀는 2003년에 ‘신 얼씨구학당’을 맡고 2005년도에는 ‘말바우 아짐’을 진행하면서 광주·전남 시·도민의 애환을 신랄하게 대변하는 ‘말바우 아짐, 지정남’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 2005년에  '말바우 아짐'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사투리와 속담들을 빼곡빼곡 적어 온 그녀의 수첩... 수첩공주의 수첩보다 훨씬 값 있고 뜻 있는...  '작지만 큰 거인, 지정남' 선생이 자신의 수첩을 열어보이는 모습.

그 바쁜 와중에도 만학의 길을 걷기 시작해 금년에 동신대 문화기획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인 11살짜리 아들과 잘 놀아주지는 못하지만 일과가 끝난 저녁에는 함께 탁구를 친다면서 “아들과 함께 생활체육 탁구대회 나가는 것이 꿈”이라며 여느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지닌 자상한 어머니이기도 했다.

주민들께서 너무나 많은 복을 주셔서 가진 복이 많아, 이제 주민들에게 복을 나눠주는 게 사명이라는 지정남 선생은 자신은 운도 좋았다며 문화가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해지면서 자신의 역할도 주어져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KNS뉴스통신 광주·전남’ 독자에게 한 말씀 해주시라는 요청에 “굴곡이 많은 시절 사시는데 너무 고생이 많으시지만, 어두운 시절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용기를 잃지 마시라”고 정권교체를 예견하는 듯 하던 그녀는 “언론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다. 그래서 언론을 장악하려고 그렇게 애쓴 모양”이라면서 “KNS뉴스통신은 (외압이나 금권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 언론이 되라”고 당부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2천 101번째 ‘말바우 아짐’을 녹음하려고 방송국에 가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과 당당한 걸음에서 ‘작지만 큰 거인’의 풍모를 느끼며 ‘말바우 아짐, 지정남’이 있어 광주·전남 시·도민은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무각사를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운 기분 좋은 하루였다.

 

 

 

 

 

기범석 기자 kb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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