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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담론] ‘웰빙’, ‘힐링’...이제는 ‘필링(Fill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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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담론] ‘웰빙’, ‘힐링’...이제는 ‘필링(Filling)'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 승인 2017.11.0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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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사회문화체계 속에서 긍정의 에너지로 내면을 채워 넣는 필링 절실"
▲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트렌드 키워드도 일정한 주기가 되면 변한다. 한국이 단 기간 내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물질적 곤궁의 단계를 지나 생활의 최소 여건이 충족되면서 삶의 질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10여 년 전에 생겨난 말이 ‘웰빙’이었다. 일상 생활환경에서 양적으로보다 질적인 향상을 추구하던 시기다.

‘웰빙(Well-being)'의 사전적 의미가 ’복지, 안녕, 행복‘이지만 그 시대적 의미를 상징하여 우리말로 ’참살이‘라는 말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 후 삶의 질을 찾아 나서면서 사람들은 처음과 달리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는 개인적 공허함을 느끼게 되었다.

여기에다 갈수록 격심해지는 사회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감과 괴리감으로 마음의 치유를 갈구하면서 ’힐링‘이 화두가 됐다. 그때마다 사회적 키워드를 반영하여 TV매체들은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을 양산해내며 웰빙이나 힐링은 대중적인 시대언어가 되었다.

이제는 웰빙이나 힐링이 진부해져서 사람들은 식상해있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양적인 삶의 여건이 갖춰진 대신 이제는 새로운 ‘행복’을 갈망하고 있다. 모두가 건강한 육체, 정신, 정서를 추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외부 환경 속에서 좇던 삶의 가치를 자신의 내면에서 찾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게 바로 참다운 행복감이다.

한국이 경제대국이면서도 행복지수가 최저점에 있다는 것은 바로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는 사회적 환경과 세대 간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개인의 행복감’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달리 말하면 사회문화체계가 급속도로 서양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례를 보자. 인류문화학적으로 보더라도 한국사회에서의 배움은 개인적 체면이나 사회적 위상을 얻는데 목적이 있었다면 서양에서의 배움은 개인의 성취나 행복을 위해서였다.

이를 달리 사회문화적으로 들여다보자. 서양은 근본적으로 개인의 가치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다. 이와 달리 한국은 집체적 생활문화 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사회다. 이런 집단적 사회형태가 개인주의로 변화하는 가운데에서 야기되는 가치 충돌인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사회가 개인의 내적 충족감과 행복감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의 말처럼 인간에게 있어 '행복이란 삶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애써 얻으려고 하는 모든 것이며 삶의 목적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2016년 유엔이 발표한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덴마크인들이 누리는 그런 행복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곧 덴마크 사람들이 행복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휘게(Hygge)'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들의 휘게 라이프는 물질적으로 여유 있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서적인 편안함과 안정감에 중점을 두어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며 교류하고 소통하는 소박한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바로 이 휘게 스타일이 덴마크인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경제지표로 정신적 행복도를 다스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오히려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이 낮게 나오는 이유다. 보통 국민소득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기대와 달리 행복의 체감도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수입이 2만 달러가 넘으면 그 이상의 수입은 개인의 행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레이어드 가설'을 제시했다. 그는 인간이 갖는 물질적 욕망에는 아무리해도 만족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는 과거에 비해 엄청난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행복지수가 보여주듯 경제성장에 비례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사회문화체계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그레그 이스터브룩이 지적한 “왜 더 잘 살게 되었는데도 사람들은 더 행복해하지 않는가?”라는 질문과 합치한다. 그는 이것을 ‘진보의 역설(Progress Paradox)'이라고 했다.

이제는 웰빙과 힐링의 단계를 거쳐 ‘필링(Filling)' 곧 공허한 마음이나 메말라진 정서를 충전감이나 충만감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힐링의 치유 단계를 거쳤다면 새로운 활력을 얻는 행복감으로 채워 넣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긍정의 에너지다.

우리사회가 외형적으로 풍족하지만 내면적으로는 갈급한 것이 많다는 것은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속으로는 부족한 게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내면의 빈 공간을 외적으로 거창한 것이 아닌 내적으로 가까이 있는 소소한 것들로부터 의미를 담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상의 압박감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여유롭고 즐거운 생활태도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토머스 제퍼슨은 "행복은 부(富)도 화려함도 아닌 평온과 일이다"고 했으며, 헨리크 입센은 "행복은 무엇보다도 순진무구의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현실성이다"고 했다.

그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출세주의 가치관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 이제는 ‘인간적 성공(success)’과 ‘사회적 출세(careerism)’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한다. 모두가 성공이라는 것을 각자의 위치와 여건에서 누릴 수 있는 그런 수평적 사회가 되어야 필링의 사회문화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성공만이 만족감과 행복감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한국 특유의 출세주의는 끝없는 욕망의 굴레에 빠져들게 한다.

아인슈타인은 행복에 대해 “조용하고 소박한 삶은 끊임없는 불안에 묶인 성공을 좇는 것보다 더 많은 기쁨을 가져다 준다”고 했다. 그가 여기에서 말한 ‘성공’이란 우리말로는 ‘출세’를 의미 할 것이다. 같은 의미로 그는 또 “성공하는 사람이 되려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라”고도 했다. 출세가 아닌 진정으로 성공하는 사람은 ‘가치 있는 사람’이다.

그 가치는 바로 삶의 의미이며 보람이며 나아가 행복감이다. 이제 우리에게 절대 필요한 것은 복잡한 사회문화체계 속에서 긍정의 에너지로 내면을 채워 넣는 필링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은…

우리사회에 ‘긍정’, ‘성공’, ‘행복’ 가치의 중요성을 글과 강연으로 교감 소통하는 문화커뮤니케이터이며 예술경영가이다.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를 역임하였다. 또한 ASEM ‘아시아-유럽 젊은 지도자회의(AEYLS)' 한국대표단,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FACP) 국제이사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원예술대 객원교수를 역임하였다. 

<아트센터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긍정으로 성공하라> 등 13권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연예술경영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대한민국 베스트 퍼스널 브랜드 인증, 2017 자랑스런 한국인 인물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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