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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수성 전 총리 "경제보다 정신적 가치 추구하는 사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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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수성 전 총리 "경제보다 정신적 가치 추구하는 사회 돼야"
  • 박세호 기자
  • 승인 2011.11.26 17: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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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선 서울대총장 역임, YS가 ‘3고초려’해 총리로 임명, “시대적 요청 피할 수 없었다”

 
[KNS뉴스통신=박세호기자]  국가가 큰 혼란에 처할 때 어느 지도자가 우리 공동체를 위해 마지막까지 희생하며 봉사할까?  전, 현직 지도층에 그런 사람이 있기는 할까?  이 불신의 시대에 꼽아보는 몇 안되는 멘토들 중 한 분으로 이수성 전 총리를 꼽을 수 있다. 5,6공 독재시대에 목숨걸고 지조를 지켰던 그의 일화가 유명하다. 공포의 시대는 갔지만 그 감동과 기대감은 남아있다.

상하좌우 소통에 신경을 썼고 다양한 계층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훈훈한 미담을 남겼던 이수성 전 총리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KNS뉴스통신>은 강직하고 수식이 없는 인물 이수성 전 총리를 만나보았다.

서초구 자택은 언덕 위 골목 안에서 수수하게 보이는 중형 빌라였다. 집 안도 검소하고 대학교수 집 정도의 단촐하고 학구적인 분위기였다. 탁자 유리판 밑의 "마음을 다스리는 글"이 인상적이었다(아래 사진 참조).

문 : 사회가 어수선하니  이(전)총리 같은 분들이 더 생각납니다. .
답 : "이제 내가 나서서 무엇을 만들 그런 나이는 아닙니다. 그러나 주어진 역할이 있으면 한다는 각오입니다.이웃을 돌보고 손길이 필요한 그런 곳들에 마음이 갑니다. 북한동포들과 장애인문제의 관련단체 대표, 명예 이사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이수성 전 총리

 

문 : 공직자나 시민이나 공동체의 어떤 확고한 문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답 : 대학교에서는 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말했습니다. '행정가나 공무원이 된다. 또 판사, 검사가 된다. 이런 외형적인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 입장이 되어 같이 느끼고 공감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을 느끼지 못하는 공직자가 어떻게 국민을 생각하고, 책임을 다하겠는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문 : TV나 사진에서 총리의 자세가 늘 꼿꼿하고 또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답 : 그렇게 보인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실제 그렇지는 못해요. 특별히 용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겸손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나도 자존심이 강한 편입니다. 다만 내가 귀하면 상대방도 귀합니다. 그래서 나만 내세울 수가 없었습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많이 공부했다는 것을 내세우면 그것도 죄입니다.  과거에는  감시가 심하던 권위주의 시대라 학교 강의실에서도 다방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는 오히려 옳고 그른 것이 뚜렷한 시대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경제개발에만 치우쳐서 문제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다 그랬습니다. 나는 정신적인 가치를 똑같이 두어야한다고 항상 대통령에게 강조했습니다.

그가 서울대학교 최초의 직선 총장으로 학생과 교수의 신망이 컸다. 그에게 문민정부의 김영삼대통령으로부터 총리를 맡아달라고 비공개리에 여러차례의 요청이 있었지만 그는 수도 없이 거절했다. 그러나 끈질긴 YS의 요청에 대해 어려운 시대에 '혼자만 회피할 수는 없지 않는가' 하고 마음을 돌리게 되었다. 당시 가장 비판적인 언론사인 한겨레신문에서는 이수성 총리내정자를 '도덕성이 높고 강직한 법학자로 5,6공 시절 학자의 양심을 굳게 지킨 인사'의 하나라고 소개를 했다.    

 탁자 유리판 밑 "마음을 다스리는 글"
문 : 정치, 경제, 문화면에서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답 : 하늘이 우리를 축복하는 듯합니다. 민족 고난이 컸었지만 세계사 속에 특출한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박세리가 골프를 하고 박태환이 저렇게 한다는 것은 대단하다.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에 이어 야구도 일본을 이겼다. 김연아가 나오고 동계올림픽도 유치하고 국가발전이 이렇게 됐다. 국제적으로 위상이  큰 행사들이 계속 한국에서 개최됩니다.  큰 관점에서 우선 긍정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문 : 아이들의 교육에 대해 모두들 관심이 많습니다.

답 : 일제 36년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50년입니다. 명성황후가 1895년 시해됐습니다. 절망적인 시대였지요. 그러나 시련속에서도 발전을 거듭했습니다. 국가와 민족의 이 같은 큰 발전이 의미가 있는데 이것은 역사의 필연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단계에서 우리 민족이 물질만능 혹은 경제적 가치만 중요시하면 안됩니다. 단적인 예로 지금 저학년 아이들은 영어에만 치중합니다. 민족정신이 결여된 것은 물론이고 국어와 역사를 모르면 하물며 영어 공부 성과도 날수가 없습니다.“ 

문:  어떤 학샏들은 부모와 선생님에게 막말을 하고  대들고 합니다.                                                      

답: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그것이 꼭 아이들만의 책임이겠나? 생각됩니다.  우선 우리 어른들 책임이 크다. 그리고 교권을 주장하는 선생님들에게 “그래, 외쳐봐라.” 방관만 하니 학교도 어렵지 않았겠는가?  '이런 사태를막지 못한 국가 지도자도 잘못이다' 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상벌제도가 확실해야 합니다. 선생님의 권위가 없이 학생들이 공부가 되고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

또 교육적인 면에서 보면 어느 나라든 배반하는 사람을 허용하는 사회는 없습니다.  중국사회도 그렇고 일본사회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도 똑 바른 정신으로 사회적 기강을 세워야 합니다.

문:  교육현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답 : 건국 이후 교육에 많은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큰 투자가 이뤄졌고요. 학교 책임자들이 소임을 다하지 못하면 잘못입니다. 사유재산처럼 .해서는 안됩니다.  전 정권 시절 사학 개혁조치를 취했는데 코드가 맞는 자기편 사람들만 파견해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문: 남을 돕는 일은 언제부터 특별히 관심을 가지셨나요?

답: 나는 어릴 때부터 남을 돕는 것을 중시 했습니다. 남을 돕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일찍 알았습니다.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그런 생각이 없는 것보다 낫습니다. 한국에서도 기부문화가 보편적인 생활방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서울대학교에서도 입시성적에 봉사활동을 담임교사가 점수화 하도록 해서 학업성적 외에 봉사점수를 넣도록 했습니다.

(머리좋은 학생 뿐 아니라 가슴이 따뜻한 학생도 서울대학교가 받아주어야 한다고 발표해 당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준 바 있다.: 편집자 주)

다른 대학교들도 따라서 실시하면서 이 제도가 현실화 됐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학생들이 성적을 받으려고 형식적으로 봉사활동을 합니다. 억지봉사를 한 것이죠. 그래도 이것을 추진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형식적으로라도 하다보면  습관이 됩니다. 전통이 되는 것이지요.

문 :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터 등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답 :  사회 각계인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소통이 잘 되는 것을 찬성합니다. 나는 세대간의 차이 같은 것은  문제라고 보지를 않습니다. 나이 많은 것,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고 정신적 가치가 서로 존중돼야 합니다.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고, 상호의견이 대변됩니다.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의견을 존중하면 얼마나 유익하겠습니까? 그러나  종교재판이나 마녀사냥처럼 일방적이어서는 안됩니다.  힘없는 사람의 의견과 가치도 존중될 뿐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역지사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독선적인 생각은 버려야합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정의도 조건에 따라 상대적으로 판단됩니다. 정의는 인간의 기본이지만  나만 옳다고  내세울 수는 없습니다.

또 다른 일화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재직할 때 사회과학 전공 학과들을 계열별 모집으로  바꾼다고 해서 나는 반대했습니다.  입학 1년 후 자신의 학과가 결정되는데 공평한 배치를 위해 성적을 우선시 하다보니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법대 등. 희망학과로 가기 위해 시험 때 부정행위(컨닝)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남을 떨어트리려고 일부러 답을 틀리게 가르켜준 사람까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동료를 속여서까지 경쟁에서 이기면 나중에 무슨 유익한 일을 남기겠습니까? 이런 일은 엄히 처벌하는 방향으로 갔습니다. 결국 그 제도는 없어졌습니다. 그 몇년사이 피해가 컸습니다. 희망학과에 탈락한 학생들이 방황했고, 일부학과들은 학문발전이 정체되었습니다. 정책이 잘못되면 이런 피해를 입습니다.

 사진=김현수 기자

문: 그때 사회계열에서 제적된 학생들이 다시 복교된 사례가 있습니다.                                                  

답:  내가 학생처장할 때 이들 학생들은 아무 잘못이 없기에 복학시켰습니다. 사회계열에서 제적되었는데 복학할 때는 이미 학과가 나눠져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희망하는 학과로 다 갈 수 있도록 조치했습니다. 이때 이해찬(전 총리), 박원순(서울시장) 등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됐습니다. 이해찬은 복학했고, 박원순은 안 왔습니다. 따라서 박원순학생이 서울법대에서 제적되었다고 하면 틀린 것이지만, 본인이 원했다면 법대로 얼마든지 복학할 수 있었습니다.  

문: 남북교류활동도 활발하게 하십니다.

답: 나의 부친은 동경제대를 졸업하고 판사로 근무했으나 일제 하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셔서 결국 판사에서 밀려나 변호사 개업을 했습니다. 독립운동하다가 투옥된 인사들을 무료 변론했습니다.

그의 부친 이충영변호사는 북한 정권에 납치돼 부자간에 생사 이별을 맞았다. 그는 4남4녀의 장남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그에게 원수이지만 그는 그렇게만 볼 것이 아니라고 했다. 남과북은 언제가 서로 합친다. 그들에게도 자손이 있다. 원한을 가지고 갈 수 없다. 북쪽 백성들이 헐벗은 상황인데 도와야 한다.  따지고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영국과 아일랜드가 분쟁이 심한데, 과거 양식이 부족하고 기근을 맞았을 때 영국이 돕지 않았다. 남과 북은 군 입대 적령기 체력비교를 보면  8cm 정도 차이가 난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우월한 위치에 있다. 또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과 복잡한 외교문제가 미래로 뻗어갈 길을 막고 있다. 남북간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

 사진=김현수 기자

문: 총리하실 때 아직도 생각나는 일들을 소개해주십시오.  

답: 복잡다단한 국정을 의욕대로 혼자 다 처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아쉬운 일들도 많았습니다만, 다음기회로 하고요. 장애인을 위한 복지와 기금 등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정부종합청사에 장애인이 출입하기에는 턱이 높고 계단이 있어 어려웠습니다. 장애인 통로를 만들려고 하니까 내부에 반대가 많았습니다. 외관 상 보기가 안좋다는 것입니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철했습니다.

정부 부서 안에 장애인담당 국장을 새로 임명했습니다. 정부 기구를 축소해야 하는 것이 대세인데 '옥상옥'이라는 비평을 받으면서도 강행했습니다.

월드컵 개최 당시 모두 유치 성공에 신경을 쓸 때 나는  비용을 걱정했습니다. 30개 경기장을 짓는 비용 그리고 경기 종료 후 경기장을 유지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은 보통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한일공동 개최 안을 적극 밀고 나갔습니다. 축구협회에서부터 국민들 그리고 대통령까지 반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공동개최를 했지만 대회의 성과나 외부적인 홍보나 이미지 등에서 손색이 없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경기장 건축비용과 사후 유지비용은 절반 만 떠안은 것이지요. 

이야기는 더 오래 지속되었다. 총리 재직 시와 이후의 정세변동에 따라 그는 항상 관심의 표적이 되었다.. 이수성을 자기들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사람들이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세간에 잘 못 알려진 사항들도 많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자 이 (전) 총리는 문밖에 까지 나와서 자상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언론의 사명"이 중요하다"고 기자에게 세번을 당부했다. 

"잘 알았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고 나오면서 소명감을 다시 한 번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박세호 기자 bc4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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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택 2011-11-29 06:14:31
이수성전 총리의 인터뷰기사 대한민국을 빛내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사회 큰어른들의 쓴소리 그리고 욕심없는 충고가 더많아지기바란다 물론 신세대의 발랄한주장과 소통도필요하곘지요 선진국으로 진입한우리나라의 각계각층에서 묵묵히 일하신 더 좋은사례소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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