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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미 칼럼] 추석, 추억으로 남길래요...추악하게 끝낼래요? <추석 대화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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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미 칼럼] 추석, 추억으로 남길래요...추악하게 끝낼래요? <추석 대화 예절>
  • 양소담 기자
  • 승인 2017.10.03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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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정나미 드림스피치 원장./KNS뉴스통신DB

[KNS뉴스통신=양소담 기자] “~~ 예절 알려준다, 이 예의 없는 애기(순화어)들아” 

국내 포털 사이트 중 한 곳의 커뮤니티에서 시작해 화제가 된 ‘예절시리즈’의 제목이다. 

이 예절시리즈가 인기인 이유는 사이다같이 톡 쏘는 시원한 화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양쪽이 서로 지켜야할 사항을 공평하게 언급했기 때문이다. 

보통 ‘예절’이라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만 지키는 것을 덕목으로 삼는데, 이것은 소통의 불균형을 야기한다. 

지난 21일 구직구인 포털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 2892명을 대상으로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약 77.5%가 ‘명절 스트레스를 느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의 경우 그 중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결혼 언제 하니(67.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취업준비생은 ‘언제 취업할 거니’(73.6%)가 1위였으며, ‘살 좀 빼라·얼굴 좋아졌네(30.9%)’, ‘아무개는 어디에 취업했다더라(18.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 친지들과 좋은 이야기 나눠도 모자랄 시간에 서로의 마음에 비수를 꽂아 뉴스에 오르내릴 일들이 생기기도 하는 세상이니, 참으로 안타깝다. 

추석을 앞두고 여러모로 분주하겠지만, 추석을 추억으로 만들기 위한 ‘대화 예절’을 가장 먼저 준비해보자. 

◆ 시댁에서 

1. 시어머니가 반가운 아들, 며느리에게 할 말 

시어머니, “어이구, 우리아들 일하느라 힘든가보네... 얼굴이 반쪽이네” 

-> “아이고, 우리 며느리...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밥은 먹었나?” 

요즘은 맞벌이인 경우도 많고, 전업주부도 집에서 노는 거 아니에요. 

수척해진 며느리의 얼굴이 안 보이신다면, 안경하나 맞추심이... 

2. 시어머니가 큰 일(명절 음식) 치러야 할 며느리에게 

“ 좀 일찍 일찍 오지, 벌써 내가 다했다.” 

-> “오느라 힘들었제. 내가 니 힘들까봐 나물이랑 생선 손질은 했는데, 아직도 준비할게 많네”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르듯, 같은 의도의 말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기분이 천지차이다. 

◆ 처가댁에서 

1. 장인 장모님이 사위에게 

“아이고, 아무개 신랑은 이번에 추석에 장인장모 해외여행 보내줬다카드라. 참, 사위하나는 잘봤어.” 

->“우리 사위 돈 마니 벌어서 다음 명절에는 여행 한번 보내줘.” 

웃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뱉은 이야기 돌에 맞아죽는 불쌍한 개구리 사위. 

자식 내외 부부싸움 날 수 있다. 

2. 친적들이 2세가 없는 부부에게 

“일도 중요하지만 아를 빨리 낳아야지. 노산이다, 노산” 

-> “요즘 맞벌이하고 일하느라 애들이 많이 늦더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마.” 

말 못할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고, 나름의 계획이 있을 수도 있다. 

키워주고 책임질 거 아니면 걱정한답시고 괜히 아픈 속 긁지 말길. 

◆ 친지들 모인 곳에서 

1. 사촌끼리 

“이야 살 많이 쪘네. 묵고 살기 좋은 갑네.” 

-> “살이 좀 쪘네. 보기 좋다.” 

요즘 먹고 살기 좋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이야기는 비꼬지 말고 칭찬의 어조로 얘기하는 게 낫다. 

2.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에게 

“요번에 대학교 어디가노? 우리 집에 아무개 봤제? 연고대 정도 가야 나중에 취업 할 수 있다.” 

->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제? 너무 부담 가지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 지금 지나고 나면 열심히 할라 해도 할 수 없으니까. 

슬며시 용돈도 곁들여주면 최고. 

3. 몇 년째 공부중인 취준생에게 

“대학졸업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취업을 못해서 어떡하노?” 

-> “요즘 취업하기 진짜 힘들다던데 고생이 많다. 더 좋은데 갈라고 늦어지는 갑다. 힘내라“ 

역시 용돈도 곁들여주면 최고. 

4. 결혼 못한 막냇동생에게 

“평생 혼자 살거가? 세상의 반이 남자고 여자인데. 결혼 그기 어렵나?” 

-> “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그래 많단다. 그래도 둘이면 더 안 좋겠나? 때가 되면 다 짝이 나타난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오지랖 대신 멋진 만남을 주선해주는 편이 현명하겠다. 

이 뻔하고 좋은 말들을 놔두고 뻔뻔한 말로 친척들의 추석을 악몽으로 만들지 말자. 

물론 진심으로 좋은 말이 우러나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뱉은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어떤 불편함과 속상함을 줄지 고려 해보자. 

예절이라는 것은 나이, 촌수를 불문하고 더 나아가 사회에서도 직급 등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상호간에 지키는 것이다. 

상대방의 걱정을 해결해 줄 거 아니면 괜히 단점 들추어 내지 말고, 칭찬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하하호호 웃는 명절연휴 보내시기를! 

양소담 기자 tpdlqj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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