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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의 문화논단] 디지털시대 아날로그 감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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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의 문화논단] 디지털시대 아날로그 감성이 절실하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 승인 2017.09.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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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곧 여유이자 품격으로 문화의 정도에 따라 ‘격(格)’이 달라지는 것'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세상의 변화 물결이 정말로 거세다. 첨단 과학기술 덕택에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변한 세태는 그야말로 요 몇 십 년이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회억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낄 것이다.

앞서간 과학기술로 한편으로는 생활환경이 편리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기를 다루는 것이 불편하기도 할 정도다. 1980년대 초 해외 교류를 하려면 우편이거나 통신기기로는 텔렉스가 주요 수단이었다. 그 후 팩시밀리와 전자우편(이메일) 시대를 거쳐 지금은 동시에 화상을 통해 소통이 가능한 텔레컨퍼런싱(teleconferencing) 시대에 와 있다. 곧 원격의 여러 주체들이 첨단 정보기술 체제를 통해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진기술의 발달로 생활의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삶의 감성은 갈수록 메말라지고 있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으로 인간적인 소통, 교류, 교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현대는 기술 중독 시대로 기술의 힘과 속도에 압도되어 가는 현상' 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 감성적 가치(high touch)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SNS의 상징인 페이스북은 설립 13년 만에 전 세계 20억 명이 가입되어 인간 소통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 이제는 ‘호모 모빌리스(Homo Mobilis)' 시대가 되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소통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최첨단 디지털 문화가운데 절실한 것은 아날로그 문화다. 인간이 기기를 거치지 않고 인간의 대면 접촉을 통해 감성과 정서를 나누는 ‘과거의 문화’가 요즘 더욱 그리운 것이다.

노벨문학상 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이렇게 말했다.

“문화와, 그 문화가 풍겨주는 자유스러움이 없이는 사회란 설사 완벽하다하더라도 단지 정글일 뿐이다. 그래서 진정 창의적인 일이 미래를 위한 선물이 되는 이유다.”

하루가 다르게 문명의 이기(利器)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정글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인들은 물질의 여유는 분명 나아졌지만 아직도 무언가에 갈급한, 그래서 항상 ‘더 많이 더 많이’를 좇으며 조급해 하는 군생들이 되어가고 있다.

정신의 자유, 카뮈의 말대로 문화와 그 여유로움의 아우라가 없어 보인다. 있다고 한다면 물량화된 문화가 있을 뿐이다. 문화가 산업이 되는 경제적 규모는 이루었지만, 그 이면에 문화가 정신이 되는 감성적 가치는 희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화는 곧 여유이자 품격이다. 문화의 정도에 따라 ‘격(格)’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는 인간사회에서만 성립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래글런 백작은 "문화는 인간이 하는 것이지 원숭이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했다.

미래학자들은 기계문명이 발달하다 보면 미래에는 다시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는 꿈과 감성의 시대가 오게 된다고 말을 하고 있다. 그래서 첨단의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감성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화는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뒤를 돌아보게 하는 속성이 있다.

요즘의 사회문화체계는 진화(evolutionary)의 차원을 넘어 혁명(revolutionary)의 단계가 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 급진적 변화는 미래학자들의 말대로 더욱더 아날로그 물정을 그리워하게 만들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 감성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다가올 4차산업시대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는 세상이 된다니 어떤 사회가 펼쳐질까 상상이 안 된다. 아마 지금 디지털 환경에 길들여진 신진세대들은 미래시대에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그리워하는 그런 아날로그적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4차산업이 꽃을 피울 미래시대의 패러다임은 또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회문화체계가 될 수 있다. 

갈수록 농도가 더해가는 하드문명보다 인간적 감성을 담은 소프트문화가 그립다. 그 소프트문화가 주는 정신적인 여유는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며 누리고자 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은…

200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CEO)로 활동하여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긍정으로 성공하라>를 포함, 13권을 저술한 예술경영가이다.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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