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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여행] 벚꽃엔딩보다 맛있는 산책…초간단 오사카-교토 3박4일 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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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토리 지구별여행] 벚꽃엔딩보다 맛있는 산책…초간단 오사카-교토 3박4일 여행후기
  • KNS뉴스통신
  • 승인 2017.09.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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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오사카에서 친한 후배가 공연을 한다고 해서 '그래?'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따라나섰다. 며칠 뒤 내가 오사카와 교토를 간다고 하니 친한 형님이 그럼 교토에서 저녁 먹자고 한다. 땡큐다. 3월에 일본은 벚꽃 시즌이 아니라서 그리 비싸지 않다. 주당들에게는 벚꽃보다 사케가 더 어울리니 별 문제 될 게 없다. 여권은 있었으니 별 걱정이 없고 그냥 항공권(비치) 싼 거 골라서 예약을 하고 묵을 숙박을 고른다. 오사카 1박은 에어비앤비, 교토 2박은 료칸이다. 캐리어는 내버려두고 간편한 배낭 하나 덜렁 둘러메고 간다. (비치 항공은 수화물 추가 요금 발생) 근데 아주 저렴한 항공 티켓이라 나가는 시간과 들어오는 시간이 지랄이다. 뭐 어쩔 수 없다. 싸게 가는 거니 그냥 원하는 대로 해준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 반 정도 날아가니 금세 오사카에 도착한다. 일단 공항에서 라피트를 타고 난바로 간다. 숙소가 오후 3시에 체크인을 하는데 아침에 도착해버렸으니 갈 데가 없다. 후배의 공연도 역시 오후 3시. 일단 오사카 시내를 쏘다니면 점심을 뭘 먹을지 고민하기로 한다. 도톤보리 인근의 먹자골목을 쏘다니며 인간 산책을 한다. 사람들도 많고 날씨도 쾌청하니 걸을만하다.

돌만큼 돌다 보니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이제 점심을 먹을 때가 됐다. 일본어도 모르고 그렇다고 영어로 소통이 되는 것도 아니고 대충 감으로 때려잡고 밥을 먹어야 한다. 일본에 왔으니 우동이나 소바 혹은 라멘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래서 도톤보리 골목을 걷다가 삘이 쫙 댕겨오는 음식점 앞에 섰다. <KASUYA>라고 쓰여 있는 우동집이다. 알고 보니 아는 사람들도 많은 맛집이란다. 얼씨구. 덴뿌라 우동을 시킨다. 가격은 만원 이하가 대부분이다. 후루룩 맛을 본다. 이 정도면 그냥 맛있다고 해도 될듯하다.

배가 부르니 졸린다. 그런데 오후 3시 후배의 공연 전에 가볼 때가 있다. 바로 벚꽃으로 유명한 오사카성이다. 원래 이런 관광지를 잘 가는 편이 아닌데 요즘 일본 대하사극을 하도 재밌게 많이 봐서 한번 꼭 들러보고 싶었다. 뭐 전국시대에 있던 진짜 오사카 성은 아니지만 그래도 또라이 히데요시의 흔적이나마 느껴보고 싶었다. 만약에 아케치 미츠히데가 노부나가를 불태워 죽이지 않았다면 히데요시가 전국을 통일할 수 있었을까? 이시다 미츠나리가 조금만 덜 냉정했었더라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에도 막부를 세울 수 있었을까? 사나다 노부시게가 조금만 세력이 있었더라면 오사카 여름 전투에서 이에야쓰의 목이 댕강하고 떨어졌을까? 다테 마사무네가 조금만 더 일찍 태어났다면 히데요시와 천하 패권을 놓고 진정한 싸움질을 한번 질펀하게 벌일 수 있었을까? 뭐 이런저런 상상을 해보며 오사카성을 산책한다. 그런데 성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다. 젠장, 그냥 포기한다. 진짜도 아닌 성을 거금 3만 원씩 주고 들어갈 필요가 있으랴... 그런데 들어갔다 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 후회막급이다. 오사카 성 푸드트럭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스스로를 회유하면서 짧은 산책을 마친다.

오사카 성에서 쾌청한 봄날을 즐기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공연시간이 임박했다. 여기서는 슬슬 걸어가도 되는 거리라고 하니 도심 산책도 좋겠다 싶었다. 게다가 오늘은 공휴일이라 거리에 사람들도 별로 없다. 공연장까지 걷기로 한다. 도심을 걸으며 오사카와 서울을 비교해본다. 천지차이다. 동경에선 느끼지 못한 일본 도시의 풍경이 사뭇 낯설게 다가온다. 특이한 점은 하나도 똑같은 빌딩이 없다. 아주 정성스럽게 지었다. 테라스의 용도며 주거지 인근의 공원까지 서울의 디자인과는 천지 차이다. 아, 이게 일본의 힘이구나.... 이런 느낌이 팍 든다. 공연장엘 왔다. 캘리스트 최루시아 님과 가수 허영택 군이 펼치는 <글씨를 노래하다> 오사카 공연이다. 사람들도 제법 많이 왔다. 글씨를 노래하는 퍼포먼스 공연치곤 손님들이 엄청 진지하다.

한 시간 반짜리 기다란 공연이 끝나고 자리를 일어나 다시 도톤보리로 나가서 1인분에 3,800엔, 그리고 무려 두 시간 동안 무제한으로 소고기와 삼겹살을 먹을 수 있는 샤부샤부 식당으로 발길을 옮긴다. 아는 지인이 예약한 곳으로 역시나 일본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집이었으나 맛은 괜찮았다. 여기에 시원한 나마 삐루를 한 잔걸치니 정신이 아찔하다. 여행의 맛은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짧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이 드렁크를 했는지... 다리가 휘청거린다. 오사카의 첫 밤이자 마지막 밤을 야경으로 보면서 숙소로 향한다. 가는 길에 강변에 있는 잡화점 돈키호테에 들러 쓰잘데 없는 주정 부리를 잔뜩 사서 숙소로 향한다. 근데 8층짜리 거대한 잡화점 돈키호테에 반 이상이 한국사람들이다. 뭘 저리들 사재기를 해대는지...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오늘 내가 묵을 숙소는 미도스 지선 다이고쿠초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작은 맨션이다. 진정한 일본인 집에서 첫 밤을 지낸다. 영화 '히어로'가 생각이 나는 방이다. 금방 좀비들이 들이닥칠 듯한 낡은 맨션... 주인은 꽃 하나를 다다미 침대 위에 올려다 놓았지만 그것도 만들어진 조화다. 에라이~술도 취했겠다 그냥 샤워하고 잠에 든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교토로 넘어간다.

둘째 날

코를 골다가 내 코골이 알람 소리에 깼다. 아침부터 자책을 하며 세면을 한다. 이른 아침이지만 햇볕이 무척이나 강력해 다시 잠들긴 글렀다. 같은 방을 쓰는 형님이 아침으로 우동이나 소바를 먹고 싶다고 해서 숙소 근처를 한 시간 동안 깡그리 다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밤새 영업하는 우동집을 발견했지만 우동하고 소바만 다 떨어졌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근처 도시락 집에서 간편하게 우동과 샐러드를 몇 조각 사 와서 아침으로 끼니를 때우는데, 맛이 기막히다. 이런 이런... 굳이 유명한 식당 찾아다닐 이유가 없다. 저렴한 아침이지만 일본 생활인 코스프레로 이 정도면 좋은 아침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침을 먹고 본격적으로 교토로 넘어가는 길을 나선다.  일단 우메다 역으로 향한다. 한큐 투어리스트 1일 패스를 사용할 시간이다. 우메다에서 일단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본인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교토의 명소, 아라시야마에 들리기로 한다. 우메다에서 아라시야마를 가려면 가츠라 역에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아라시야마는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헤이안 시대 [794∼1185]에 귀족의 별장지로 개발된 곳이다.  나지막한 산과 하천이 줄지어 흐르는 조용한 시골이지만 사람들은 북적북적 난리가 아니다. 사계절의 변화가 선명해 봄의 벚꽃과 가을의 단풍 명소로 유명하다는데 아직 벚꽃은 피지 않아 썰렁하다. 목조로 된 길이 154m의 도게츠교를 건너 덴류사와 북쪽의 대나무 숲이 있는 마을로 넘어간다. 소풍 가기에 아주 적당한 시골이다. 곳곳에 잘 꾸며진 온천 료칸과 상점들이 줄지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여기서도 역시 사람 구경이다.

몽키 파크를 들렸다가 마을로 내려오니 시장기가 돈다. 인간이 하루에 3번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 번거롭지만 먹방들에게는 축복이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아라시야마의 두부 전문점을 경험해 본다. 내가 찾아간 집은 이네(稲)라는 두부전문점이다. 정식 명칭은 사가 토우 후이네(嵯峨とうふ稲)다. 본점은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점원이 조금 위쪽으로 가면 별관이 있다고 하니 위로 올라간다. 그 집이 그 집이겠거니 하며 발길을 옮기니 떡하니 같은 집이 등장하는데 규모가 더 크다. 장사가 잘되니 별관을 더 크게 지어서 영업을 하나보다. 여기도 사람들이 좀 있어서 대기표를 받고 줄 서서 기다렸다가 입장. 사실 교토 쪽이 두부요리가 유명하긴 한데 여기보다 상태가 고급인 걸로 먹으려면 가격이 미친 듯이 뛰고, 아래 컨디션으로 먹으려면 음식 퀄리티가 엄청 떨어진다고 누가 귀띔해줬다. 그러니 여기가 나름 가성비가 괜찮은 집인 셈이다. 메뉴는 사람들이 많이 먹는 1,980엔의 무난한 사가 세트로 주문한다. 메뉴를 잠깐 설명드리자면 끓여 먹는 수제 연두부, 튀겨먹는 튀김류, 통에든 수제 두부 껍데기(유바), 밥은 오곡밥, 국은 장국, 절임은 교토식 절임 2종류가 나온다. 그리고 디저트로 가마 반죽법으로 만든 고사리 떡이 나온다. 맛은 음... 그냥 깔끔하다. 심심하다 싶지만 뭔가 정갈한 느낌이 드는데 나는 얼큰한 걸 좋아해서 그다지 난리부르스를 때리며 칭찬하는 건 오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 이곳에 온다면 한 번쯤은 경험해봐도 무방할 듯한 맛이라고만 해두자.

밥도 먹었겠다. 이제 토롯코 열차를 타러 가야 하는데. 난 열차보다는 산책을 하는 것이 더 좋아서 일행들이 절벽 열차를 타러 간 사이 혼자서 유유자적 동네를 한 바퀴 유람한다.  바쁘지 않고 일정도 내가 조절하는 여행은 이런 게 좋다. 가고 싶으면 가고 안 가고 싶으면 쉬면 되는 것. 아라시야마의 마을 곳곳을 돌아본다. 봄바람이 불며 대나무 사이로 숲소리가 들린다. 기모노를 입고 깔깔대며 친구들끼리 골목을 누비는 여학생들과 아주 느리게 집으로 향하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까지 마을은 조용하고 침착한 풍경이다. 이런 산책, 전혀 나쁘지 않다.

교토로 와서 숙소에 체크인을 한다. 이틀 동안 묵을 숙소는 교토 니시혼간지 맞은편에 있는 아즈마야 료칸 (Azumaya Ryokan)이다. 니시혼간지 (西本願寺)는 과거 다이묘들의 파워와 맞먹는 힘을 갖고 있었던 곳으로 규모가 지금보다 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성장세를 우려하던 쇼군에 의해 반으로 쪼개져 니시혼간지와 히가시혼간지로 나뉘게 되었고 이후 분열된 혼간지는 세력을 잃게 된다. 이 사원 앞에 있는 료칸은 일본식 객실과 전용 객실이 있다. 전통 일본식 객실은 짚으로 엮은 다다미 바닥으로 되어있는데 내가 묵은 객실이 그랬다. 투숙객은 지상층에 있는 공용 욕조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일부 전용 객실에는 실내 욕실과 변기가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 숙소는 공용으로 사용하는 별도의 공간이 있었다. 식사는 제공하지 않았다.체크 인을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교토역 근방까지 걸어간다. 교토의 골목 안에 위치한 조그만 술집들은 다찌에 주인이 있다고 한다. 단골손님이 앉는 자리다. 그렇기에 낯선 이들이 불쑥 들어오면 난색을 표하면서 자리가 없다고 한다. 실제로 니시혼간지에서 교토역까지 걸어가면서 단 한 번도 식당에 들어가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인원이 좀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어쩔 수 없이 교토역 인근에 있는 벅적대는 이자카야에 가서 술 한잔 걸치는 데 성공했다.

셋째 날

드디어 교토에서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 오전에는 때마침 운이 좋아 교토에서 한 달에 한번 열리는 최대 벼룩시장을 가게 되었다. 도지사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이다. 오호, 벼룩시장이라.. 얼마나 많은 진기한 물건들이 즐비할까? 그렇게 기대 만빵을 하며 숙소를 나서는데 비가 흩어지듯 뿌리며 마구 쏟아진다. 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벼룩시장 투어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료칸 주인아주머니가 독종들은 비와도 다 나온다며 가보라고 하신다. 아싸라비아. 그래 가자.... 도지 벼룩시장은 숙소에서 걸어가면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설렁설렁 걸음을 재촉한다.
그런데 벼룩시장으로 가다가 문득 묘한 식당을 우연하게 발견했다. 마침 아침을 해결하고 가야 하는데 하고 있다가 발견한 이 식당에서 전날 형님이 말한 그 메뉴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그 이름은 '니신 소바'다. 소바키리라고 하는 소바는 일본식 메밀국수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냉면만큼이나 여름철에 찾는 이가 많은 판 메밀이 인기가 높지만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깔끔한 가께소바가 대부분이다. 소바는 향과 풍미가 중요하다. 햇메밀로 반죽하고 금방 삶아낸 상태가 가장 맛있다. 일본에서 ‘시니세’(老鋪)라고 불리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소바집들은 메밀의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맷돌로 메밀을 천천히 빻는다고 한다.  머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지만 가는 길에 있는 이 식당에는 가께소바가 아닌 특별한 소바 '니신 소바'가 있었다. 니신 소바는 청어 절임을 곁들인 메밀국수로 대략 900엔 정도 하는데 이 집은 초밥 3개를 같이 주며 1,200엔을 받고 있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국물은 미지근한 온도에 전혀 짜지 않고 미디엄 웰던의 면은 아주 적절하고 기분 좋은 식감을 안겨준다. 거기에 전혀 비리지 않은 간이 살짝 배어있는 말린 청어의 짭조름한 식감과 맛은 소바 국물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면과 국물로만은 다소 심심할 수 있는 맛을 완벽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 맛있다. 이 한 마디로 이날 아침식사의 평을 대신한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카네쇼의 장어덮밥이 하나도 안 부러웠다.

기분 좋게 아침을 해결하고 일본에서 가장 큰 목탑이 있는 도지사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으로 입장한다. 이 벼룩시장은 매월 21일 딱 하루만 열리고 오전 8시부터 개장해서 오후 4시까지 열린다. 도지 벼룩시장이  21일마다 열리는 이유는 고보 대사의 기일인 제삿날을 기념하여 매달 21일마다 열린다고 한다. 이날은 날씨도 춥고 비가 오는데도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골동품은 기본이고 헌 옷 , 핸드메이드 용품들, 쓰레기, 포장마차 등 1,000 개 이상의 상점이 경내에 북적 거리고 하루에 10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빈티지한 물건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먹거리는 기대 이하의 퀄리티가 많아서 패스 한다. 제일 사고 싶었던 건 핸드메이드로 만든 조리용 칼과 일본 전국시대 빈티지 물건들이었는데, 돈이 없어서 아이쇼핑만 하다가 왔다. 센노 리큐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다기도 복각 제품이지만 여러 가게에서 팔고 있었는데 아주 싸지가 않아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이쇼핑만 해도 즐거운 장터, 옛날 주말만 되면 동묘에  나가 필요도 없는 것을 잔뜩 사들고 와서 핀잔을 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날씨가 추워 뜨거운 커피 한 잔을 하며 쉬엄쉬엄 벼룩시장을 즐긴다. 형님이 저렴하다며 가죽점퍼를 하나 사 주신다. 상표를 보니 일본 빈티지인데 메이드 인 코리아다. 70년대쯤 일본에서 오더를 받아서 아마 서울 창신동이나 이태원쯤에서 만들었을 물건으로 생각된다. 이 녀석이 다시 제 고향인 서울로 가게 되었으니 감회가 새롭다.

벼룩시장을 구경하고 포장마차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탓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 숙소로 돌아와 료칸에서 몸을 한 번 데운 뒤 한가로이 낮잠을 청한다. 오늘 저녁은 아는 형님이 교토에서 저녁을 먹자고 한 날이다. 기온 마치에 잘 가는 가이세키 주점을 예약해 놓았다고 하니 한 잠 때리고 천천히 걸어가면 시간을 맞출 수 있겠다 싶어서 오후 내내 그냥 늘어져서 잤다. 참 생각 없는 편한 여행이다.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료칸을 나와서 기온 마치 방향으로 산책길을 시작한다. 비는 멈추었고 바람은 잦아들었다. 비가 내려 깨끗해진 거리 _그렇지 않아도 깨끗한데 ㅠ_ 걸으니 참으로 느낌이 좋은 저녁이다. 교토의 골목길은 산책하기엔 그만인 길이었다. 높은 빌딩도 없고 나지막한 집에, 아담한 정원에, 골목마다 등장하는 사찰에 놀라운 감탄을 하며 길을 걷는다. 이런 풍경,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르다. 아마도 유럽 쪽 풍경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일본은 아시아에 속해 있지만 우리와는 삶의 풍경이 너무나 다르다.  아파트가 없는 도시. 내가 부러운 이유였다.

 

한 삼십 여분이나 걸었을까? 교토의 번화가이자 한큐-교토 기차의 종점인 가와라마치 역에 내려서 강을 건너 동쪽으로 걸어가면 아스카 신사가 나오는데 그 인근이 바로 일본 전통거리 기온 마치이다.  기온 마치의 골목길을 돌아 돌아 오늘의 저녁 장소를 찾았다. 기온 마치의 번화한 거리를 따라 깔끔한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서 있는 차분한 요릿집으로 타베로그에서 추천한 <kukuzen>이다. 가이세키 코스요리가 나오는 중급 정도의 요릿집으로 조용하게 술잔을 기울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오래간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하며 일본 고주와 사케를 번갈아 시켜 먹으며 깔깔대고 웃으며 수다를 떨었다. 즐거운 저녁이다.

맛있는 저녁을 먹고 2차를 가기 위해 기온 마치를 나와 가와라마치 방향으로 넘어가는 시조 대교(다리)를 건너 곧바로 우회전하면 등장하는 뒷골목으로 향한다. 좁다란 술집 골목으로 곳곳에 작은 Bar들이 즐비하다. 그중에 한 곳인 조그만 재즈클럽인 <스타더스트 클럽>에 들어가 스탠딩으로 재즈 연주를 즐긴다. 맥주 한 잔에 하루의 여독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브레이크 타임에 주인장 할아버지가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Autumn Leaves'를 틀었다. 그래, 어쩐지 에반스의 음악보다는 럼콕과 마일즈 데이비스가 어울리는 밤이다. 그렇게 일본 여행의 마지막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마지막 날

3박 4일 일정 중 4일 차. 서울로 돌아가는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비행기 시간이 오후 8시다. 그러니 하루 종일 뭔가를 해도 됐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다. 일행은 모두 흩어져 개인 시간을 가진다. 나는 료칸을 11시가량에 체크아웃하고 어제와는 다른 길로 교토 도보 산책을 즐긴다. 청수사 같은 큰 사찰을 안 가기로 한다. 조그만 골목길이 더 재밌다. 가다가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주워 먹으면 그만이고, 골목마다 나오는 조그만 사찰에 들어가 다리 품을 쉬게 해준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멋지다.

다모토리(최승희)

교토의 낡았지만 깔끔한 골목길에서 추억의 역도산도 만나고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아줌마도 만나고, 우르르 몰려다니며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황금색으로 무장한 중국 관광객들도 만난다. 간사이 공항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은 심플한 가께소바는 이번 여행의 간단하지만 즐거웠던 나의 일정을 완벽하게 대변해주는 맛이었다. 그렇게 여행은 끝났다. 다시 한번 간데도 난 교토의 작은 골목길을 누빌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걷는 즐거움을 아는 도시는 바로 이런 곳이라고..."

<by 다모토리(최승희)>

 

KNS뉴스통신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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