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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대 라디오드라마 ‘날개야 다시 돋아라’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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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대 라디오드라마 ‘날개야 다시 돋아라’ 관심
  • 양소담 기자
  • 승인 2017.08.31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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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상노인복지관에서 공개방송으로 진행, 페이스북라이브 중계도
9월부터 팟캐스트로 시험방송 시작... “노인이 본 세상이야기 담을 터”
실버세대 1인미디어교육 수강생들이 라디오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사진제공=경남창조문화아카데미)

[KNS뉴스통신=양소담 기자] 지난 29일 오후, 양산시 소재 웅상노인복지관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를 타이틀로 60~70대 노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라디오드라마 공개방송이 펼쳐진 것이다.

5시 시보가 울리자 60대 중반의 김보경 씨가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는 것으로 곰마실실버라디오의 공개방송이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사회를 맡은 김보경입니다. 먼저 1인미디어교실의 김혜영 회장이 인사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무대에 오른 김혜영 회장(여, 65)은 함께한 동료 수강생들과 방청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돌아보면 인생이란 게 쏜살같이 지나간, 마치 하룻밤 꿈만 같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날개야, 다시 돋아라’. 이 말은 저희 곰마실 실버라디오의 슬로건이에요. 꿈 많은 문학소녀시절 만났던 이상 선생의 ‘날개’의 한 대목이죠?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그래요. 어쩌면 다시 한 번 훨훨, 훨훨 날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어르신’이라는 이름 뒤에서 보호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하루하루 저 멀리로 날아가고 싶은 청춘이니까요.” 

인사말이 이어지는 동안 객석에서는 헛기침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눈시울이 적셔진 모습도 눈에 띄었다. 

잠시 객석에 흐르던 어색한 침묵을 깨려는 듯 사회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오늘 첫 순서는 ‘왕자가 다시 만난 인어공주’입니다. 우리가 동화책에서 자주 만났던 이야기를 라디오드라마로 각색해 그 옛날 동심의 세계로 안내해드립니다.” 

소개가 끝나자 여섯 명의 성우가 차례로 무대에 등장했다. 가장 젊은 권종숙 씨(여, 62)를 필두로 임경택 씨(남, 70)까지 귀 밑에 허연 서리가 내려앉기 시작한 노인들이 번갈아가며 마이크 앞에서 열띤 목소리 연기를 펼쳤다. 

“자, 오늘부터 천사의 목소리 찾기대회를 시작하겠다. 왕자의 병을 고치는 사람에게 큰 상을 내리겠노라.” 

임금님 역을 소화한 정억용 씨(69)는 몇 년 전 찾아온 뇌졸중으로 인해 불편한 모습이었지만 근엄한 표정과 목소리로 방청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두 번째 작품인 ‘백 번째 손님’ 역시 동화로 알려진 작품을 라디오드라마로 각색한 것으로 가난한 할머니와 손자 그리고 인심 좋은 국밥집 주인 내외가 등장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자아냈다. 

국밥집 주인 내외의 배려로 따뜻한 국밥을 먹게 된 소년과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방청객들은 큰 박수로 성원을 보냈다. 

오후 5시부터 웅상노인복지관 최중렬 관장의 격려사와 수강생들의 연습장면과 방송국 견학을 담은 동영상 시청과등의 프로그램으로 50여 분 동안 이어진 이날 공개방송은 페이스북라이브로 중계되기도 했다. 

네티즌의 반응도 뜨거웠다. 양산지역에 거주하는 신 모 씨(남)는 타임라인에 “우리 동네에서 하는군요. 감동이네요”라며 댓글로 참여했다. 

수강생으로 연습에 참여하다 막판에 건강이 좋지 않아 불참하게 된 손서연 씨(여, 73)도 댓글에서 “다음에는 꼭 참여하고 싶다. 걱정과 달리 정말 훌륭하다”며 못내 아쉬운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 수강생의 초대로 방청석에 앉게 됐다는 박성희 씨(여, 66)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무슨 방송을 하겠냐 싶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깜짝 놀랄 정도다. TV가 없었던 시절 온 가족이 모여 라디오를 듣던 기억에다 부모님 모습도 떠올라 코끝이 찡해졌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지역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재)양산시 웅상노인복지관(최중렬 관장)에서 진행 중인 1인미디어교육은 지난 4월에 시작돼 오는 11월까지 40주 동안 실버세대의 1인미디어 활용 능력을 높이게 된다. 

정식명칭은 ‘(소도시)실버세대를 위한 1인미디어교육’으로서 방송인 최인락 씨와 김희경 씨 등이 지도하고 있다. 

경상남도와 양산시 주최,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경남창조문화아카데미가 주관하고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협력하는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날 행사의 연출과 연기지도를 맡은 부산외국어대학교 김희경 교수(부산창조문화아카데미 대표)는 “어르신들의 열성만큼은 젊은 세대 못지않으며 살아 움직이는 역사박물관처럼 많은 스토리를 안고 계시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이 시작되면 오랜 세월 경험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들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동화구연지도자로, 또 방송인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 2004년 재능방송(JEI) 주최 전국동화구연대회에서 2위에 입상한 후 색동어머니 동화구연가회 경남지회장을 역임했으며 MBC주부가요열창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녔다. 

한편 1인미디어교실 제1기 수강생 15명이 주축이 돼 구성된 곰마실실버라디오(GBS)는 9월 부터 웅상노인복지관에서 주1회 시험방송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양산 지역의 스토리텔링을 모바일과 인터넷 기반의 팟캐스트로 소개하며 점차 방송시간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양소담 기자 tpdlqj1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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