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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과 모멸감에 피눈물, 자살 충동 수 없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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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과 모멸감에 피눈물, 자살 충동 수 없이 느꼈다"
  • 조해진 기자
  • 승인 2011.11.09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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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카지노 출입 360억 탕진한 전직 CEO 정덕 충격고백- 2탄

▲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저자 정덕

[KNS뉴스통신=조해진 기자]도박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가’라는 잣대로 사행성 산업을 허용하고 있다. 복권, 경마, 경륜, 카지노 등이 그 예다. 특히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된 카지노는 총 17곳. 그 중에서 강원랜드 카지노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정부와 강원도가 주도하는 범국가적 사업으로 공공부문이 지분의 51%를 보유하고 있는 강원랜드.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음지에 있는 도박을 양지로 끌어냈지만 도박중독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등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있다.

한 때 건실한 중견기업의 회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정덕(삼애실업, 64)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우연히 찾은 강원랜드에서 도박중독에 빠져 360억 원을 탕진한 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강원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그는 카지노의 각종 불법영업을 폭로하고 도박중독의 병폐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덕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견 되는 강원랜드와의 법정다툼 끝에 1심에서 일부 승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승소의 기쁨도 잠시 뿐 시간이 지나면서 재판이 점점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과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강원랜드의 불법영업 실상과 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불공정한 실태를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KNS뉴스통신>은 지난달 22일 정덕을 만났다. 그와의 인터뷰 1탄에서는 카지노의 세계에 빠져 360억 원을 탕진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2탄에서는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만난 사람들과 도박 중독의 심각한 실태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게재한다.

도박 중독의 다른 이름, 충동조절장애

"도박은 스스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정신과 치료와 상담의 도움을 받을 필요성이 있다. 카드를 잡게 된다면 다시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큰 만큼 평생 주의하며 살아야한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무려 360억 원이라는 거액을 탕진한 정덕. 그는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기란 쉽지 않다. 돈만 생기면 바로 찾는 곳이 도박장이다. 물건을 팔아 돈이 나올 수 있다면 물건도 거침없이 팔고 계속 카지노를 찾는다"며 "본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도박장을 찾기 시작하다 결국에는 돈이 되는 것만 보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도박판에 빠져든다. 돈을 마련해 카지노를 찾고 또 다시 거액을 잃고 빚을 지고 또 다시 돈을 구해 카지노를 찾고... 고리를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지속된다"고 도박의 무서운 중독성을 경고했다.

또 정덕은 “의학계에서는 도박 중독이 ‘충동조절장애’의 일종으로 분류하고 있다”면서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것 같다. 도박은 한 번 도박 중독이 되면 평생 못 고친다. 평생 조심해서 살아야 한다. 완치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가는 또 도박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며 끊임없는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신의학에서 도박 중독을 질병의 개념으로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치료적 접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도박처럼 신체를 통해 어떤 물질이 들어오는 것 없이도 중독이 되는 것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때문이라고 말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우리가 성과를 내거나 봉사를 하는 일 등을 하면서 쾌감을 느끼도록 해주는 호르몬으로 모든 중독과 관련돼있다. ‘도파민’의 정상적인 분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뇌의 기능이 무너지고 병적 상태로 진행돼 중독이 되는 것이다.

도박 중독에 빠지자 달라진 사회의 시선

가족의 사랑과 꾸준한 상담으로 극복

"도박 중독이 되면 본전 생각, 잃은 돈 생각만 하게 된다. 가족도 보이지 않는다. 큰 딸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난 도박장을 찾았으니까."

도박은 많은 이들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강원랜드에서 상주하며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카지노 앵벌이’들중에는 멀쩡한 직업을 가지고 있던, 오히려 경제적으로 부유했던 각종 전문직 종사자들도 상당수 된다는 게 정덕의 설명이다.

이들은 수십 수백억 원에 달하는 재산을 모두 날리고 한 방에 잃었던 것을 찾기 위해 강원랜드 주변을 배회하며 도박판에 끼어들지만 결국 앵벌이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다고. 돈도 잃고 가정도 파괴되고 그간 쌓았던 신뢰도 잃는다. 이런 앵벌이들이나 도박으로 하루만에 몇 억을 날린 사람들 등 많은 이들이 도박의 늪에 빠져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는 것.

정덕은 도박 중독으로 모든 재산을 잃고 목숨까지 잃은 한 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정덕이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던 2008년 9월쯤 대전에 살던 지인 이씨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한다. 당시 이씨 역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정덕은 “(이씨가)'재판 준비 서면에서 인격을 모독하고 거짓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모욕을 당했다'며 '참을 수가 없다'고 전화한 뒤 '자신의 사건을 꼭 챙겨달라'고 당부하고 '자살하겠다'고 했다. 30분 가량 통화하며 여러 가지 좋은 말로 달랬지만 결국 막을 수 없었다”면서 “나는 지금도 강원랜드가 이씨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피해자들의 재산을 앗아가고 거짓 증언으로 사람의 인격을 모독하고 사용 중인 서류의 존재를 부인하고, 문서를 조작하고, 손해액을 축소하며 사람의 속을 태운다”고 강원랜드를 비판했다.

이씨의 자살은 정덕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지만 그 또한 자살 충동을 수 없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비일비재하게 당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 때 당한 설움을 생각하면 지금도 피눈물이 날 것 같다. 그 때마다 나도 이씨처럼 자살 생각이 간절했다."

"소송도 마음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줬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무척이나 힘들었다"는 정덕은 "'도박으로 망했다더니 생각보다 괜찮네', '도박으로 망했데' 같은 말을 들을 때 마다 기업의 회장으로 있을 때와 도박 중독자로 있을 때의 세상이 너무나 다른 것을 느꼈다"고 그간 겪었던 심적 고통을 토로했다.

심리적으로 고통이 지속되자 정덕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고 한다. 그럴 때면 그는 가족들에게 비밀로한 채 정신과를 찾아가 상담을 청했다. 의사와 대화를 나누면서 가족과 친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그 간의 응어리들을 털어냈다.

"처음 심리전문교수를 찾아 그 간 가족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네 시간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는 정덕은 "심리적으로 어두운 생각이 들 때마다 근처의 정신과를 방문해 상담을 하고 공원을 걸으며 마음을 다잡았다"며 지속적으로 자신과 상담을 해준 교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덕은 현명한 아내와 든든한 자식들 덕택에 자살 충동에서 벗어날 힘을 얻었다고 했다.

“아내는 매일 같이 절에 가서 밤새도록 기도했다. 책을 출판하는 것에 대해서도 돈은 이미 우리 손을 떠났으니 소신껏 하라고 조언했다”며 아내가 흔들리지 않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줬기 때문에 도박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또 범죄심리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막내딸이 소송 관련 자료 및 내용을 수집하고 도박 중독에 도움이 되는 세미나 일정을 알려주는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

“가족들이 강원랜드의 ‘강’자만 들어도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다. 책이 나왔지만 읽지 않겠다고 하더라. 그만큼 가족에게 많은 상처가 됐던 것 같다. 그렇지만 가족은 계속 내 옆에 있어 주었다.”

 

 도박장을 드나드는 유명인들..."연예인, 농구선수, 기업인 등 다양"

정덕은 강원랜드의 회원용 층에서 도박을 했다. 비밀이 보장되는 VIP룸이다 보니 유명인들도 무척 많이 드나든다고 한다.

그는 "연예인, 기업인 말할 것도 없이 많다. 운동 선수들도 많이 목격했다"며 "그들 역시 많은 돈을 잃는다. (카지노에 출입한 이후) 사업이 망한 사람도 여럿 봤다. 그래도 도박을 완전히 끊지 못하고 다시 도박장을 찾는다"고 전했다.

한편 연예인이 도박 중독에 걸리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해 해외 원정 도박을 떠나 잠적하다 올해 1월 자진 귀국한 신정환이 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2005년에도 도박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었지만 반성 후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나 또다시 방송을 펑크내고 몸도 다쳐가며 해외 원정 도박을 떠났다가 몇 개월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자수했다. 그는 징역 8월을 받아 항소했지만 기각당하고 그대로 징역 8월을 선고 받았다.

신정환 외에도 개그맨 황기순은 1997년 필리핀에서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2년 동안 불법체류자의 삶을 살았다. 또한 2008년에는 방송인 강병규, 2009년에는 개그맨 김준호, 가수 이성진과 신혜성 등이 연예인 도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와 방송에 다시 복귀한 이들도 있지만 신정환의 예처럼 언제든지 다시 중독의 길로 빠질 수 있는 것이 도박이다.

정덕은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연예인 등 이런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풀 만한 곳이 얼마나 있겠냐"며 "중요한 문제는 강원랜드가 이런 점들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도박을 하게끔 유도해 중독되게 만들고 중독을 치유하기 위해 찾아간 도박중독예방센터 역시 강원랜드에 소속돼 있어 도박 중독자들이 다시 도박에 빠져들도록 하고 있다. 강원랜드에서 운영하는 도박중독예방센터는 법정 증거물을 위조할 정도로 대담한 행실을 보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3탄 ‘강원랜드의 도박 조작 실태’편에서 계속>
 

조해진 기자 sportjhj@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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