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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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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실험
  • 윤석구칼럼 기자
  • 승인 2011.11.0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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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학년 때에 화학에 이어 2학년에서는 생물학을 교양과목으로 수강하게 되어 있었다. 생물학도 물론 원서로 공부하며 특히 생물학 실험실에는 고등학교 때에는 말로만 듣던 실험기자재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준비되어 있었다. 300배, 600배, 900배의 현미경을 위시하여 모든 해부용 기자재 그리고 각종 기구들이 즐비하여 눈이 휘동 그래 졌었다. 학교 주위의 논밭에 나가 실험을 위해 개구리를 잡아 오는 게 일이었으며 나뭇잎과 사과도 준비해야 했다. 개구리를 해부하여 핀셋트로 고정한 다음 여러모로 자세히 관찰해 보았더니 어쩌면 그렇게도 인체와 비슷하게 생겼는지 실험도중 너무나 놀라웠다.

한 번은 쥐의 정충을 관찰해야 했는데 교수님이 샘플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노라고 남학생들에게 넌지시 능청을 떠셨다. 우리는 각자 남녀가 한 조가 되어 관찰하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마음에 두고 있는 여학생이 함께 있어서 이 때다 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잠시 후에 샘플을 채집해 가지고 승전한 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실험실로 들어와 함께 실험을 했다. 샘플의 정자 활동 모습이 얼마나 활력적이었든지 지금도 눈에 생생하다.

그 때의 생물교수님의 가르침 중 하나는 모든 식물은 생수를 먹어야 살지 온수를 주면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말씀을 지금도 명심하여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곧바로 냉수 반 컵을 꼭 마시는 습관을 갖고 있다. 그것이 아마 내 건강의 비결이기도 하다. 영문과 학생에게 전공에 앞서 기초과학을 이수시키는 일이 미국식 교육으로 사료되어 본받아야 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본격적으로 영어전공 강의가 고등영문법을 시작으로 포문을 열었다. Mrs. Prince 교수가 담당교수이셨으며 그 미모가 대단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긴장하며 기가 죽어 있는데 훤칠한 키에 뾰족한 코 그리고 우리를 사랑스럽게 내려다보시며 지혜롭게 보이는 파란 눈의 여교수님……. 모두 10명 밖에 안되는 우리들은 편안한 대로 자리를 잡고 있다가 조금씩 교수님 앞으로 다가가서 좀 더 강의에 집중하려는 예의를 보여드렸다. 그러자 한 친구가“You're so beautiful"하고 느닷없이 인사를 하자 교수님은 노발대발 하시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사태를 해결하시려고 애를 쓰셨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난다.

1학년 때에 어학실험실에서 귀를 뚫어 어느 정도 자신은 했지만 뚜렷한 교재도 없이 말로만 설명하는 문법 설명을 도저히 알아듣지도 못하고 심지어 무슨 말씀을 하는지도 몰랐다. 여하튼 나는 이 과목도 A를 받아야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서실로 뛰어가 참고도서를 찾아보았으나 그 많은 도서 중에 단 두 권만 소장되어 있음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미국식 영문법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배운 내용과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임을 확인하고 아주 겁을 먹고 강의 시간에 교수님 코앞에 앉아 조금씩 들려오는 설명에 귀 기울이며 두 달여 만에 프리노트를 간신히 시작할 수 있었다. 문법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하면 'segmental' 혹은 ‘suprasegmental'등으로 ’분절‘ 혹은 ’초분절‘의 뜻으로 생소하기 그지없었으며 우리가 통상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또한 고등영작도 Mrs. Prince 교수님에 의하여 강의를 받았는데 이후 졸업논문(The Second Unification in Korea : 제 2 한국통일)을 영문으로 작성해야 하는 기초 작업이었다. 매주 강의실에 주제를 10개 정도 붙여놓으시고 제목 옆에 먼저 사인하는 자가 수월한 것을 가져가도록 하셨다. 400자 내외의 글을 영문으로 옮겨 제출한 다음에 한 명씩 교수실로 부르셔서 개별지도를 해 주셨다. 새벽 두시는 보통으로 밤잠을 설치며 열심히 한영사전을 찾아 영문으로 옮겨 제출하지만 과제물에 온통 빨간 줄이었다. 이에 속이 너무 상하여 받아 놓은 제목이 ‘스파이’라서 도서관 중앙에 소장되어 있는 존 르카레 작품 중에서 같은 제목을 찾아 그대로 베껴낸 적이 있었다.

그리하고 나서 이번에는 빨간 줄이 하나도 없겠지 하며 자신감을 갖고 호출을 기다렸다. 얼마 후에 교수실에서 과제물을 돌려주시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0’점 처리를 해서 주셨다. “  Where did you copy this? : 이것 어디서 베꼈니?”라고 물으시고 대답도 듣지 않으신 채 이어령 씨의 소설 중 ‘아침’을 주시면서 이것을 전부 영작해 오라고 엄명을 내리셔서 진땀을 흘리며 과제를 제출한 일이 있었으며 그 때부터 남의 글을 표절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이후 원서를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낼지언정 남의 번역판은 숫제 멀리하며 공부하느라고 남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ysk0848@hanmail.net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윤석구칼럼 기자 ysk08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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