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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 감옥 가서도 하루에 9~10통 편지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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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 감옥 가서도 하루에 9~10통 편지쓴 이유는?
  • 김혜성 기자
  • 승인 2017.08.01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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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실로 불러 편지묶음 건네더라”

[KNS뉴스통신=김혜성 기자] “감옥 가서도 하루에 9~10통 쓰는건 기본, 검사실로 불러 편지묶음 건네더라”

6년 전 ‘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71·수감 중)씨가 구속된 후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함바게이트라는 초유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최근 유상봉은 ‘편지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그가 전·현직 공직자들과 측근, 투자 피해자 등에게 보낸 수백 통의 옥중 편지들을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기자가 입수한 편지 중 일부를 제공한 A씨는 “함바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10여년간 유 씨와 함께 함바사업을 해온 사람으로 한 때 유 씨의 최측근이었지만 자신도 유 씨로부터 수십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기자와 만나 유 씨의 옥중 편지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유상봉 씨가 보낸 옥중편지 중에는 봉투 겉봉에 구치소나 교도소 소인이 없는 경우도 있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배달된 건가요?

▲ “유상봉 씨가 자신의 담당 검사실로 저를 오라고 부르더라고요. 검사실에서 유 씨를 만나면 편지를 한 묶음 제게 건네주는 식이죠.”

- 검사실로 유 씨가 조사받으러 나올 때 그랬다는 거죠?

▲ “그렇죠. 시간을 맞춰 나를 오라고 해서 직접 건네줬죠.”

- 무슨 내용의 편지들이에요?

▲ “뻔하죠. 누구를 만나봐라. 혹은 내가 이러저러한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도와달라. 일부는 돈 좀 어디 계좌로 보내달라. 뭐 이런 내용들입니다.”

- 그럼 담당검사도 편지 건네는 상황을 다 알고 있었겠네요.

▲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죠. 이런 얘기는 길게 하지 마시죠. 검사까지 다치게 하고 싶은 생각은…”

- 또 다른 방식으로 편지를 전달한 적은 없나요?

▲ “실제로 내가 목격도 하고 있었던 일인데. 구치소 교도관을 통해서 밖으로 전달도 했어요. 누구라고 이름을 얘기하기는 그렇고. (그 교도관에게) 용돈도 좀 주고 그런 일도 있었어요.”

- 교도관에게 용돈을 어떻게 줬다는 건가요?

▲ “유상봉 씨 처남이 있어요. 김OO라고 있는데. 주로 그 친구가 교도관에게 봉투도 주고 그랬죠. 내가 눈으로 본 사실이에요.”

- 유상봉 씨 편지 받은 분들이 상당히 많던데요. 유 씨가 편지를 하루에 얼마나 많이 썼을까요?

▲ “유상봉 씨 면회를 가면 맨날 손가락이 아프다고 할 정도였어요. 편지를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이 쓴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는 매일 하루에 한 통씩 쓴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데 유 씨는 하루에 아홉통 이상도 쓰더라고요. 하루 7~8통은 기본이고요.”

- 편지를 보내는 대상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 “자기가 돈을 받아야 될 사람이죠. 협박 공갈을 해야할 대상이겠죠. 유상봉 씨 함바사업을 도와주면서 뒷돈을 받은 공직자들이죠.”

- 구체적으로 편지 받은 공직자들을 알고 있나요?

▲ “예를 들면 전직 OO지방경찰청장 A씨 같은 경우는 1억 5000만원을 준 모양인데 나중에 돌려달라고 해서 결국 유 씨에게 돌려줬어요. A씨는 이미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중에 함바사건이 터져서 결국 곤욕을 치렀죠.”

- 보통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가 수수자에게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는데요. 유상봉 씨 행태는 특이하군요.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 “사실 검사가 유상봉 씨 입장을 배려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죠. 뇌물이라는 게 사건화가 되면 국가가 추징하는 거지 유상봉 씨에게 돌려주는 건 아니잖아요. 유 씨가 공갈 협박을 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게끔 검사가 시간을 주는 경우죠. 사건화 시키는 것도 좀 늦춰주고. 그런 뒤에 적당한 시간이 되면 뇌물수수로 엮어버리는 거죠.”

- 이런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나요?

▲ “유상봉 씨가 직접 저한테 해준 얘기니까요. 검찰이 이러저러하게 많이 도와준다는 거죠. 유 씨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돌아가는 걸 보면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고요.”

- 유 씨가 편지를 보내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요?

▲ “보통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검찰에 불어버리는 거죠. 더이상 협조도 안 되고 도움도 안 되니까. 그냥 돈준 것들을 까버리는 거죠.”

- 그렇다면 지금도 유 씨가 ‘내려놓지 않고 있는 공직자’들도 있겠네요?

▲ “아직도 쓸모가 있고, 도움이 되는 공직자들은 입을 닫고 있는 거죠. 전국 요소요소에 많이 있습니다. 함바사건이 끝난 지 6년이 지났지만 끝났다는 게 사실은 끝난 게 아닌 거죠.”

김혜성 기자 knstv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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