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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의 문화논단] 대통령의 휴가와 국가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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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의 문화논단] 대통령의 휴가와 국가 경쟁력
  • 이인권 논설위원
  • 승인 2017.08.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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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이인권 KNS뉴스통신 논설위원단장

[KNS뉴스통신=이인권 논설위원단장] 대통령의 휴가는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언론의 조명을 받는다. 그 안에는 메시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도 여름휴가를 가졌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여름휴가는 우리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강한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부터 ‘휴식이 곧 경쟁력’이라고 했던 철학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철학이 제도로 정착된다면 우리사회의 문화체계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보면 근로시간 단축이나 공휴일을 늘리거나 대체 휴일제도를 도입이라도 하려고 하면 경영자들은 난색을 표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래서 한국의 1인당 근로시간은 2015년 기준 연 평균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근로시간 1천766시간보다 347시간이나 많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게 되다보니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노동자 비율 역시 2014년 기준 유럽연합의 5배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조직 생활을 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느끼지만 휴가를 가는 것도 직장의 눈치를 봐야하고 짧은 기간에 휴가를 마치고 오면 휴가가 오히려 피로로 누적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선진국일수록 근로시간이 낮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삶의 여유’가 많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들에게 바캉스는 단순한 휴가가 아니다. 그 말은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상태’를 의미하는 데 프랑스인들은 바캉스를 통해 늘 새롭게 태어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창의성이 프랑스를 최고의 문화국가로 만들었다.

선진국들일수록 근로시간이 적으면서 행복지수가 높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진정한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 한국과 같이 노동 중심에 여가문화가 취약한 사회문화체계 속에서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한국의 오늘은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 집약적 강도를 통해 압축성장을 이룩했던 결과다. 그러나 이제는 궐리티 라이프를 향유하는 사회문화체계로 혁신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세계 10위권대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면서도 국민들의 행복지수나 긍정경험지수가 국제기준으로 통상 하위권을 맴도는 것은 우리사회가 선진사회가 되기 위해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50년대 60달러였던 한국이 2만8,000달러에 이른 지금 생활은 풍족해졌지만 그에 걸맞은 정신적 행복감을 누리고 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국민들이 아등바등 새벽부터 밤까지 일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마치 ’일하기 위해 사는 것‘처럼 비춰졌다면 이제는 ’즐기기 위해 일하는’ 가치관의 대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로젠블라트가 규정한 것처럼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는 그 자체’라고 할 때 결국 ‘일’과 ‘놀이’의 복합체인 것이다. 일하고 노는 과정이 바로 문화라 할 수 있다. 통상 3주 이상 피서나 피한 휴가를 갖는 서구 유럽 국가들이 문화적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대통령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오로지 일하는 것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도자가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면 문화적 파급효과가 크다. 곧 일반 국민들에게 유유자적의 가치를 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긴장된 시국 상황에서도 오히려 여유를 잃지 않고 생각의 시간을 가지면서 정신적 여유와 균형감각으로 지혜를 짜낸다면 효과적인 국정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대통령 개인에 의해 돌아가는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휴가관’이 사회문화체계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초과근무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고 지적되는 노동법에서부터 구체적으로 관련 법령이나 규정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지도자의 인식이 일선에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하게 법적 제도의 유연하면서도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근로시간 단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면 국민들의 여가 증대에 따라 삶의 질도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노동생산성이 강화되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제 휴가를 제대로 즐기는 지도자를 통해 국민들도 여유와 즐거움을 누리면서 긍정경험지수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네만은 ‘행복과 기쁨이 있어야 창의력’이 생긴다고 했다. 진정한 창의성의 발현은 육체적  정신적 여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인권 논설위원단장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2003~2015)했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은 예술경영가이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이다.

이인권 논설위원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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