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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인터뷰 ①] '(사)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허혜숙 회장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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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인터뷰 ①] '(사)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허혜숙 회장을 만나다
  • 박봉민 기자
  • 승인 2011.10.28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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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여성의 실질적 복지는 재활을 위한 교육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 '제2회 세계장애여성대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NS뉴스통신=박봉민 기자] 지난 10월 17일부터 21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으로 서울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세계 45개 저개발국에서 87명의 장애여성들이 참여한 ‘제2회 세계장애여성대회’가 그것이다.

3~4일에 한번 비행기가 뜨는 곳에서 32~36시간이 걸려 3~4번 비행기를 갈아타며 한국을 찾은 사람들. 그들 모두가 장애를 지녔고 그 중 태반이 제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중증 장애여성들이었다.

생애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그들에겐 모험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엔은 2000년 ‘새천년개발목표’와 2005년 ‘유엔 장애인 권리 협약’ 등을 통해 여성과 아동이 빈곤으로부터 보호 받아야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바 있다.

‘제2회 세계장애여성대회’는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장애여성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힘을 결집하기 위해 개최된 행사이다.

오늘 ‘대한민국을 빛내는 사람들’에서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주최한 ‘사단법인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의 허혜숙 회장을 만나봤다.

대회를 막 끝낸 25일, 여의도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허혜숙 회장은 장애를 지녔음에도 무척이나 밝은 모습이었다. 아니 당당해 보였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가장 먼저 “대한민국 정부의 장애여성 대책이 전시성”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총 행사비 7억여원 중 정부 당국의 지원은 아주 미비했다고 한다. 행정안전부에서 5,000만원, 경기도에서 4,000만원, 대한장애인체육회에서 5,000만원을 지원 받은 것이 지원의 전부라고 밝혔다.

나머지 비용 전부를 민간 후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충당하며 “역시 사람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고 허 회장은 소회를 밝혔다.

‘세계장애여성대회’ 4년에 한번 개최되는 행사로 이번 대회가 갖는 특별함은 ‘세계장애여성기금’을 창설하고 그 사무국을 한국에 설립한데 의미가 있다고 허 회장은 강조했다.

장애인, 특히 장애 여성들의 자활과 복지를 위해선 수혜적 개념의 복지가 아닌 교육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확신하는 허혜숙 회장.

그녀를 만나 ‘사단법인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과 장애 여성 정책에 대해 이야기 나눠 봤다.

다음은 허혜숙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허혜숙 (사)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회장
= 주 요 약 력 =

(사)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회장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 추진연대 공동대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연대 공동대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에서 '내일'은 '나의 일(my job)'과 '내일(翌日)'을

함께 의미합니다.

▶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라는 단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에서 ‘내일’은 ‘나의 일(my job)’과 ‘내일(翌日)’을 함께 의미합니다. 즉 장애 여성들이 ‘내 일을 통해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 되자’는 의미에서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이라고 이름을 정했습니다.

그래서 ‘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은 지난 7년 동안 장애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참여에 매진해왔습니다. 이를 통해 장애 여성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찾음으로써 자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 ‘세계장애여성대회’란 어떤 대회인가요?

☞ 이번 ‘세계장애여성대회’는 저개발국 장애 여성들이 유엔의 ‘새천년 개발 목표’를 실질적 실현을 위해 모인 대회입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장애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장애여성연대기금을 만들어서 장애 여성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서 국제 연대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대회입니다.

▲ '제2회 세계장애여성대회'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허혜숙 회장
▶ ‘세계장애여성대회’가 올해로 2회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앞선 질문에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번 대회는 ‘세계장애여성연대기금위원회’를 창설하는 대회이고 그 사무국을 한국에 두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한국의 장애여성들이 직접 작은 돈을 모금해 개최된 대회입니다.

이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해 창설된 대회라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이번 대회를 준비하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보람됐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죠.

☞ 가장 난관에 부딪힌 부분은 정부의 냉소적인 태도입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여성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는 인식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장애여성들이 직접 주체가 되어 무언가를 해본 일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보람된 부분은 많은 일반 시민들이 함께 해주셨다는 것입니다. 참여자들을 위한 홈스테이, 식사를 위한 기금, 대회 운영을 위한 기금까지 일반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이룰 수 있었다는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장애여성 문제는 일자리문제, 교육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 '(사)내일을 여는 멋진 여성' 허혜숙 회장이 kns뉴스통신 장경택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장애인, 특히 장애 여성들에게 있어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할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한 말씀해주시죠.

☞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교육과 이를 통한 일자리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정부의 장애인 대책, 특히 여성 장애인에 대한 대책이라고 하는 것은 수혜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항상 보호의 대상이었지 자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정책적으로 뒷받침 해주는 그런 부분은 적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장애여성의 상당수가 제도권 교육의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한 실정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교육을 통해 장애여성들이 자존감을 갖고 자활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것이죠.

▶ 장애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 자신이 장애 여성입니다. 그리고 요즘에 ‘도가니’ 문제가 상당히 심각합니다. 그런데 저 자신도 여성이라는 것 때문에 어릴적 받았던 충격이 너무 큽니다. 예를 들어 제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여자들이 사춘기면 누구나 겪는 신체적 변화, 예를 들어 생리와 같은 것을 겪으면서 동네 어르신들이 “너 같은 몸으로 어떻게 생리를 하냐”는 식의 말씀을 하실 때 어린 맘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어릴적 저는 장애가 천형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해서 장애여성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 삶의 흔적을 반추해 나가면서 ‘이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이지 잘못은 아니고 천형은 더더군다나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사회의 인식, 장애 여성에 대한 정책 등을 변화 시키는데 일조를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제2회 세계장애여성대회' 참석자들의 식사를 돕고 있는 허혜숙 회장
▶ 정부 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저는 지금 장애 아동의 교육권 조차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성인 장애여성에 대한 교육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여성들이 한 아이의 엄마로, 한 남자의 아내로, 나아가 한 사람으로 삶을 살아야하는 현실에서 당국은 장애 여성들에게 빵 한 조각 나눠주는 전시성, 시혜성 행사가 아니라 정말 사람이 변화되고 자활할 수 있는 그런 교육에 힘을 실어 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시는 과정에서 장애 여성들이 대상화 돼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 여성들이 주인이 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왕 편성되어 집행되는 예산이라면 장애여성들에게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장애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 참여하고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만들어 주시길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 대담 : 장경택 KNS뉴스통신 대표 =

= 사진 : KNS뉴스통신 김정환 기자 =

박봉민 기자 kns@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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