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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와 법정전쟁 전직 CEO의 고백..."360억 잃고 불법이란 사실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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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와 법정전쟁 전직 CEO의 고백..."360억 잃고 불법이란 사실 깨달았다"
  • 조해진 기자
  • 승인 2011.11.02 05: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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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저자 정덕 인터뷰-1탄]

▲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저자 정덕 전 삼애실업 회장

[KNS뉴스통신=조해진 기자] 도박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그러나 정부는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가’라는 잣대로 사행성 산업을 허용하고 있다. 복권, 경마, 경륜, 카지노 등이 그 예다. 특히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된 카지노는 총 17곳. 그 중에서 강원랜드 카지노는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정부와 강원도가 주도하는 범국가적 사업으로 공공부문이 지분의 51%를 보유하고 있는 강원랜드. 투명성과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음지에 있는 도박을 양지로 끌어냈지만 도박중독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등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양산하고 있다.

한 때 건실한 중견기업의 회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던 정덕(삼애실업, 64)은 건강이 악화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우연히 찾은 강원랜드에서 도박중독에 빠져 360억 원을 탕진한 뒤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 강원랜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중인 그는 카지노의 각종 불법영업을 폭로하고 도박중독의 병폐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정덕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비견 되는 강원랜드와의 법정다툼 끝에 1심에서 일부 승소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승소의 기쁨도 잠시 뿐 시간이 지나면서 재판이 점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라는 책을 출간했다. 과거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강원랜드의 불법영업 실상과 정부, 사법부, 입법부의 불공정한 실태를 책을 통해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KNS뉴스통신>은 지난 10월 22일 정덕을 만나 도박에 대한 그의 생각과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된 이유 등에 대해 들어봤다.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된 카지노...‘꽁지’와 ‘병정’권하는 강원랜드

“삼애실업을 이끌 때는 성실히 일에 매진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경영일선에서 은퇴하고 난 뒤 매입한 건물을 관리하다보니 여유가 생겼다. 친구나 지인들과 골프를 치러 다니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잘 아는 국회의원이 노인을 위한 바자회를 연다며 기부를 부탁해서 500만원을 기부했다. (의원이) 기부를 해준 것에 대해 고맙다며 답례 차원에서 초대를 받았다. 강원랜드에서 숙식을 하게 된 것이 카지노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정덕은 2003년 4월 13일 강원랜드에서 난생처음 카지노라는 곳을 방문한 후 2006년 10월까지 3년 반 동안 360억 원 가량을 강원랜드의 5층 회원용 영업장에서 잃었다. 도박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적은 금액으로 베팅을 하고 바카라와 같은 게임은 그저 구경만 했다고. 그러던 어느 날 돈을 모두 잃고 나자 강원랜드 판촉과 직원이 ‘꽁지(도박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를 소개시켜주며 돈을 빌리도록 했다. 결국 꽁지에게서 빌린 돈 마저 모두 잃게되자 다음에는 일명 ‘병정’이라는 룰이 있다며 소개해줬다. 이들을 대동하면 테이블 당 베팅한도까지 베팅할 수 있다는 꾀임에 넘어간 정덕은 하룻밤 사이에 수억 원을 날리기도 했다고 한다.

“카지노에 미숙한 사람들은 그 곳에서 지시하는 게임의 룰을 따른다. 만일 고객이 정한 룰을 벗어나면 직원들이 이를 지적하곤 했다. 나는 그들이 설명하는 룰에 따라 게임에 참여했다. 강원랜드는 국가가 예외적으로 인정한 합법적인 카지노였고 건물 외벽에 ‘국정감사 환영, 감사원 감사를 환영합니다’ 등 국정 감사도 매년 받는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기에 그들이 설명하는 ‘병정’의 룰도 당연히 합법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직원이 설명해준 룰은 테이블 당 베팅 한도가 혼자 참여하면 1,000만 원이지만 병정을 세우면 6,000만 원까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정덕이 베팅 룰을 의아하게 여겨 왜 혼자 돈을 걸어도 되는데 이렇게 하느냐고 물으니 “문화관광부의 지침에 있다”고 직원이 말했다고 한다. 이에 정덕은 다른 사람들처럼 병정을 세우고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책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저자 정덕)

도박중독자로 지낸 3년 반... 360억을 잃고 불법이란 사실을 깨닫다 

점점 그는 지속적으로 VIP 룸을 드나들면서 거액의 금액을 베팅했다. 돈을 잃고 나면 본전 생각에 다시 강원랜드를 찾았다.

“잃고 나도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이 문제다. 돈이 나올 구멍이 있으면 여러 가지를 팔아서라도 다시 도박장을 찾았다. 도박에 빠지는 사람들에게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사회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강원랜드는 도박중독예방센터를 운영하면서 표면적으로는 도박중독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 카지노를 찾으면 평범한 국민들도 도박에 중독되도록 상황을 유도한다.”

정덕은 큰 딸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도 ‘내가 간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나’라는 생각을 하며 장례식 대신 도박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그 때를 회상하며 “정말 미쳐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큰 딸을 잃는 슬픔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결국 정덕은 3년 반 동안 재산 360억 원 가량을 강원랜드의 5층 VIP룸에서 탕진했다. 당시 소유했던 반포동 9층 빌딩을 매각하고 양도소득세 납부를 위해 유보해두었던 돈까지 도박으로 날린 뒤에는 자살 기도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아들의 119 신고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고.

2006년 10월 중순 경에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아내가 소유한 토지까지 사채업자에게 넘겨주어야 할 상황에까지 몰렸던 정덕은 등기를 의뢰하고자 정모 변호사를 찾았다. 이 때 정 변호사로부터 '대리베팅 게임운영 방식은 불법이다'라고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정덕은 강원랜드에서 해온 카지노의 룰이 불법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덕은 강원랜드의 5층 VIP룸에서 병정을 세우고 대리베팅을 하는 것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때까지 병정을 세우는 룰이 불법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충격적이었다. 회사를 이끄는 동안 맞이한 IMF 때도 모 방송 프로그램 MBC 성공시대에서 투명한 경영의 모범 사례로 방송에 나갔고 회사를 경영하는 동안 노조와도 별 문제없이 건실하게 생활했다고 자부해왔다. 그런데 강원랜드가 불법영업을 종용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강원랜드의 실체를 낱낱이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강원랜드를 찾았다. 4층 일반 영업장에 들어가 ‘대리베팅을 철저히 단속하고 걸리면 베팅을 취소시키고 퇴장과 함께 출입정지를 시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그 후 정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강원랜드 쪽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묵묵부답이었고 이후 정덕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은 정덕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향후 재판 결과 주시 

정덕의 1심 재판 과정은 별 문제가 없었다. 1심 판결을 내렸던 A 판사는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의 판례를 직접 조사해가며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1심에서 비록 정덕의 책임이 80%라는 판결이 선고됐지만 강원랜드의 불법영업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에 그는 큰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사회적인 파장도 꽤 컸다고 한다. 하지만 정덕은 강원랜드의 책임이 20%뿐이라는 것은 너무 적은 비율이라고 생각해 항소를 했다.

그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1심에서 일부 승소를 하고 나자 강원랜드 퇴직 직원들 및 내부 직원들이 증거자료를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왔고 정덕은 이들을 통해 강원랜드에서 직원을 교육시킬 때 사용하는 ‘카지노 간부교육 매뉴얼’이란 책자와 ‘일별·개인별 게임기록지’가 있다는 결정적인 증언(녹취)을 확보했다.

정덕은 증거자료를 이미 받은 상태였지만 변호사를 통해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해 CCTV 및 정씨의 게임기록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강원랜드 측은 자료가 없다며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 정덕이 법정에 증거자료로 제시한 강원랜드의 카지노 운영 매뉴얼 책자로 고객평가 현황을 기록하는 기록지 서식 등이 포함돼 있다.

1심에서 일부 패소한 강원랜드는 2심에서는 법정대리인을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으로 바꾸는 등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강원랜드는 정덕이 잃은 금액을 200억 원대로 깎아내리고 오히려 정덕이 “강원랜드를 속여가며 대리베팅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씨가 공개를 요청한 CCTV와 게임 기록 문서 제출 요구에는 강원랜드가 응하지 않다가 오랜 시일이 지나 조작된 자료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의 뻔뻔한 태도와 증거 조작 의혹 외에도 정덕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재판장들의 태도였다고 정덕은 주장했다. 2심에서 처음 재판장을 맡았던 B 판사는 '문서가 있어도 다 사용하는 건 아니다'며 강원랜드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이후 C 판사로 재판장이 바뀌었지만 그 역시 '없다는데?'와 '모르겠다'라는 말만을 반복하며 강원랜드 측에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판정을 진행했다. 또한 재판장에서 C 판사가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너무 힘드니 5분 휴정한 뒤 다시 재판하겠다', '그동안 자료를 읽어보지 않아 진행에 문제가 있다'와 같이 판사로써 무책임한 말들도 아무렇지 않게 얘기했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그는 C 판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분노가 끌어오르는 듯한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덕과 내부고발자가 증거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도 거부했던 C 판사는 1심에서 판결이 난 20%의 강원랜드 책임을 15%로 줄여줬다. 오히려 강원랜드의 편을 들어준 셈이라는 게 정덕의 주장이다.

정덕은 “강원랜드와 김앤장의 말에 동조해 말도 안되는 재판을 했다. 이런 사람은 하루라도 법정에 있어서는 안된다. 또 다시 피눈물을 흘리는 약자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내부고발자나 정확한 정보가 없으면 재판 진행 자체가 힘들다. 민사소송에서는 모든 입증 책임이 원고에게 있는데 외국과 같은 경우는 피고에게도 원고의 말에 대한 입증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자인 원고가 모든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며 "강원랜드와 같은 거대 조직과의 소송에서는 모든 자료를 피고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고가 증거를 제출하기 어렵다. 내부고발자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다. 얼마나 불합리적인 방침인가”라며 강자들에게 유리한 재판 현실을 꼬집었다.

현재 강원랜드에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덕을 포함해 10명 내외다. 이들의 손해액을 합치면 약 3,000억 이상. 그러나 강원랜드는 이의 절반도 안 되는 1,300억 원 가량을 제시하고 있다. 정덕은 기록되지 않은 금액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강원랜드의 주요 임원들은 대부분 청와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정덕은 돈을 잃고 재판을 진행하면서 “사회적 강자의 위치에 있었을 당시에는 모든 것들이 잘 풀렸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그러나 도박으로 돈을 잃고 약자의 입장이 돼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강자들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인지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탄 '카지노에 중독된 사람들' 편에서 계속>

 

조해진 기자 sportjhj@kn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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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 2011-11-11 17:25:01
강원랜드 복마전 국가의 관리와 통제 없이는 대한민국 썩어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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